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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SPECIAL

Special. 4 : Art÷☐ = ∞

  • 2018-12-03

예술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또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 하나 마나 한 이 이야기를 쓴 이유? 우리의 삶이 갈수록 ‘예술화(artistic)’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나우>는 올겨울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아트라이프 51가지를 소개한다. 카페에서, 거실에서, 전시장에서, 공원에서, 사무실에서, 화장실에서, 침대 위에서 무료한 삶을 아름답게 바꾸는 가구와 디자이너, 쇼윈도, 상점, 굿즈, 작품, 옥션, 도록, 조명, 여행, 심지어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 인스타그램까지 대거 끌어왔다. 이 특집을 준비하며 우리는 느꼈다. 예술은 작품의 재료나 창작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상 그것에 속한다고 알고 있는 어떤 ‘집합적 의미’에 의해 정의된다는 사실. 뭐든지 예술로 바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시작한 기획. 지금 시작한다.

일상의 실천 Everyday Practice
삶과 예술,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서로의 관계에서 어떤 교집합을 찾는 3명의 디자이너.




1 (왼쪽부터)디자이너 김어진, 김경철, 권준호.

세 분 다 안경을 쓰시네요. 프레임 디자인은 전부 다르지만요. 비슷하면서 서로 다른 안경이 디자이너 세 분을 닮은 것 같은데요? 권준호(이하 준호)/ 원래는 비슷한 걸 썼어요. 김경철(이하 경철)/ 닮아 보인다는 소리가 싫어서 바꿨어요.(웃음) 그 이야기를 피하려고 머리도 길러보고 했는데…. 김어진(이하 어진)/ 그렇죠. 똑같을 순 없어요. 같이 다녀서 그런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닮았다고 하는데 가까운 사람들은 저희가 다 다르다고 말하죠.

그래도 서로 잘 맞는 점이 있으니 ‘일상의 실천’을 결성한 것 아닐까요?
준호/ 서로의 디자인 스타일을 알기 전부터 ‘느낌’이 비슷했죠. 어진/ 다르다고 말했지만 분명 닮은 부분도 있어요. 사실 졸업 직후에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서로 디자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추구하는 방향과 니즈가 맞아 ‘일상의 실천’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그룹명은 함께 지었나요? 어진/ 네. 일상의 실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매일매일 쉬지 않고 작업해 발전하겠다는 의미, 다른 하나는 저희가 일상에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발언하겠다는 다짐이죠. 그 목소리가 작을지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확인하자는 의지의 표현이에요.

나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디자이너 세 분이 운영하는데 마찰은 없었나요? 경철/ 셋 모두 그래픽 디자인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다루는 미디어가 달라요. 저는 웹과 아이덴티티, 준호와 어진인 그래픽을 해서 처음부터 의뢰가 따로 들어오죠. 2018 부산비엔날레같이 큰 프로젝트는 셋이 함께 하는데, 이럴 때는 한 명이 메인 그래픽 디자인을 잡으면 거기에 다른 매체의 톤을 맞추곤 합니다. 중간중간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요. 준호/ 초반에는 ‘같이 하면 안 되겠다’는 직감이 들어서 선을 확실히 그었어요.(웃음) 그래픽 디자인도 저는 수작업, 어진인 벡터에 기반을 두거든요. 그러다 한 3년 전부터 서로 디자인을 공유하면 더 나은 결과물이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히 셋의 개성이 만나니 작업이 확장되더라고요. 예상외의 결과물도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요? 준호/ <포춘랜드-금박>전요. 옛날 같았으면 회전목마를 실물로 직접 만들고 촬영했을걸요. 미술 전시를 비롯해 뮤직 페스티벌, 영화제, 북 커버 등 다양한 장르를 다뤄요. 콘텐츠마다 포커스를 맞추는 지점이 있다면요? 어진/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일순위죠.





2 <포춘랜드-금박>전 포스터. 일상의 실천 홈페이지에는 무빙 포스터가 있다.
3 세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한 2018 부산비엔날레.

굉장히 현실적인 답변인데요? 어진/ 중요한 이야기예요. 그들과 협의하지 않은 건 할 수 없어요. 아니, 하면 안 되죠. 클라이언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던지는 핵심 키워드를 캐치해 재해석하는 게 디자이너의 숙명이니까요. 준호/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틀에 박힌 디자인은 피하려 해요. 가령 ‘뮤직 페스티벌 포스터니까 음표를 넣자’ 이런 거요.

요즘 포스터를 하나의 작품처럼 벽에 걸어두는 이들이 꽤 많아요. 준호/ 감사하죠. 정보 전달이 목적인 포스터에 ‘장식’이라는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주는 거니까요. ‘포스터도 예술’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아요. 그건 보는 이가 판단할 문제니까요. 단지 저희의 결과물을 누군가 벽에 걸어두고 싶은 소품으로 인식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에요.

인스타그램 계정 ‘hello_ep’를 아카이빙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미지를 올리는 게 아니라 그에 관한 설명을 굉장히 상세히 적어놓으셨어요. 준호/ 많은 예술가가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자 말을 아끼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디자이너예요. 디자이너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그 답에서 중요한 건 ‘논리’와 ‘명확한 메시지’이기에 글로 구체성을 더하죠. 전시 포스터는 전시의 성격을 정확히 알려야 해서 열린 해석을 지양해요. 이런 게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차이점 아닐까요? 어진/ 제 생각도 같아요.





4 전형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현대적 폰트를 사용한 <개성공단>전 포스터.

맞아요. 순수예술과 달리 디자인은 예술과 일상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잖아요.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요즘,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경철/ 디자인이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있다는 의견에 동의해요. 동시에 디자이너가 지나치게 예술가적인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고 여겨요. 준호가 말했듯 디자인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순수예술처럼 접근하면 산으로 갈 여지가 있죠. 또 디자인 프로젝트의 ‘목적’에 따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하는 게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뜻이 맞지 않는 의뢰는 거절해요.
어진/ 저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와 대중을 연결하는 중요한 임무를 짊어진 만큼 논리성과 전문적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어떻게 발전해나갈까 고민해야 해요. 이건 ‘일상의 실천’에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죠.












 

5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 ‘다이얼로그’.
6 메트 브로이어의 개관전 도록.

심심할 땐 팟캐스트가 친구
미술 초보자들이 블록버스터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에서 인증샷을 찍을 때, 미술 좀 안다는 언니들은 팟캐스트를 듣는다. 국내에도 몇몇 미술 팟캐스트가 있지만 세계 최고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www.davidzwirner.com)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는 패널부터 다르다. 그들은 지난 6월 ‘다이얼로그 (Dialogue)’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사회자가 2명의 중요한 미술계 게스트를 초대해 깊이 있는 주제로 30분가량 토론하는 포맷.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현대미술 작가 제프 쿤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최고 권위자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루크 사이슨이 나와 뒤샹과 마이클 잭슨, 인스타그램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매력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후에도 작가 로즈 와일리와 영화배우 러셀 토비, 작가 마르셀 드자마와 록 밴드 뮤지션 윌 버틀러 등이 출연해 현대미술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논의를 펼쳤다.

여행지에서 도록 사 모으기
여행을 떠날 때마다 텅 비다시피 한 캐리어가 돌아올 때면 어김없이 꽉 찬다. 여행 갈 때마다 겁도 없이 잔뜩 사들이는 도록이 캐리어의 무게를 늘리는 주범이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 메트 브로이어의 개관전 의 도록은 메트의 방대한 소장품만큼이나 두껍지만, 평소 한자리에서 볼 수 없던 현대미술 작품이 책 한 권에 담긴 셈이라 놓칠 수 없었다. 여행지에서 방문한 뮤지엄 아트 숍에서 엽서를 구입해 벽 한쪽에 가득 걸어본 적이 있다면 이제는 여행지에서 전시 도록을 사 모으면 어떨까? 유명 뮤지엄에서만 볼 수 있는 도록이 나란히 꽂힌 책장을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질지도!









7 ‘반예_눈을 들어 예술을 바라보다’ 프로그램의 전시 투어 현장.

원할 때, 원하는 강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양질의 강의를 제공한다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사설 기관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다. ‘에이트인스티튜트’는 고미술, 현대미술, 인문학, 건축, 디자인, 경매 등 예술 콘텐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다양한 수준의 강의를 준비해 일반인부터 컬렉터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이 포인트. 그중 에디터가 추천하는 프로그램은 ‘반예_눈을 들어 예술을 바라보다’. 국내 주요 전시와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작품 감상과 교육을 동시에 잡는 필드 트립이다. 이 프로그램은 특정 시기에 맞춰 홈페이지에 불쑥 올라오니 홈페이지를 자주 찾아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에이트인스티튜트는 교육 프로그램 못지않은 양질의 아트 투어도 제공하니 참고하자.









뮤지엄의 클라이맥스
뮤지엄을 나서기 전 들르는 필수 코스이자 누군가는 전시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곳, 뮤지엄 아트 숍.




8, 9 SFMoMA의 이름을 새긴 굿즈와 MoMA의 ‘History of Art’ 시리즈 시계.

“그랜드 피날레, 전시의 마지막 작품(The grand finale, the final exhibit of the show).” 이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작품은 무엇일까? 작품이 아니다. 베를린 뮤지엄 앤 헤리티지 인류학 연구 센터(Centre for Anthropological Research on Museums and Heritage in Berlin)의 디렉터 샤론 맥도널드가 뮤지엄 아트 숍을 묘사한 말이다. 전시 관람 동선 끄트머리에 기가 막히게 자리한 뮤지엄 아트 숍은 여전히 전시의 감흥에 흠뻑 빠져 있는 관람객에겐 필수 코스다. 가끔은 무겁고 두꺼운 도록보다 간편한 엽서 한 장으로 전시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점점 높아지는 아트 숍의 인기에 힘입어 뮤지엄은 자체 제작한 상품은 물론 갖가지 디자인·아이디어 상품을 구비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에디터도 얼마 전 값진 선물을 받았다. 암스테르담을 여행 중인 친구가 보낸 검은색 옷을 입은 플레이모빌 커플이다. 처음 보는 플레이모빌 시리즈인데도 왠지 모양새가 익숙했다. 그 익숙함의 근원은 몇 년 전 네덜란드 여행길에 마주친 렘브란트의 작품 ‘마르텐 솔만스와 오프연 코피트의 초상(Marten & Oopjen)’이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아트 숍이 그 작품을 플레이모빌로 재현한 것이다. 뮤지엄의 대표 소장품인 렘브란트의 ‘야경(The Night Watch)’과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The Milkmaid)’을 본뜬 플레이모빌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라고 한다. 한번 방문하면 한참 시간을 빼앗기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아트 숍의 대표 상품도 놓쳐서는 안 된다. ‘History of Art’ 시리즈는 피카소, 모네, 달리, 로스코, 워홀, 폴록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특징을 단순한 선과 도형으로 표현한 굿즈다. 코스터, 토트백, 우산, 시계, 머그, 명함 케이스 등 다양한 상품으로 탄생,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한 묘사인데도 대가의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재현해 인기가 높다. MoMA의 아트 숍은 찾는 이가 워낙 많아 뉴욕 곳곳에 MoMA 디자인 스토어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뮤지엄 아트 숍에서는 여느 상점과 달리 특별히 선별한 상품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아트 숍의 굿즈도 전시나 컬렉션만큼 고도로 큐레이팅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예처럼 유머러스한 아이템도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아트 숍처럼 다른 뮤지엄에선 볼 수 없는 현지 디자이너의 부티크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메트 스토어의 보석과 스카프처럼 고가품을 포함해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갖추기도 한다. 아트 숍이 전시의 클라이맥스라는 샤론 맥도널드의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관람객은 아트 숍을 통해 박물관 소장품 수준의 오브제나 혈통 있는 컬렉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에디터 김이신, 이영균, 이효정, 백아영,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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