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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CITY NOW

또 다른 가능성, 코드 아트 페어

  • 2018-11-27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했다. 코드 아트 페어는 덴마크가 일구어온 라이프스타일의 명성을 예술에 접목해야 할 때임을 시사한다.

쏟아지는 자연광이 인상적인 벨라 센터는 북유럽 최대의 전시장이다.

지금껏 덴마크의 미술은 이를테면 북유럽 가구의 유구한 전통이나 휘게 같은 대안적 라이프스타일 등의 유명세에 미치지 못했다. 아방가르드 그룹 코브라(CoBrA)의 창립 회원이자 액션 페인터 아스게르 요른(Asger Jorn)에 머물거나 행동주의 예술을 추구하는 슈퍼플렉스나 올라푸르 엘리아손 같은 스타 작가를 통해 부분적으로 인식되곤 했다. 40여 개에 이르는 코펜하겐 소재 갤러리의 활동력은 덴마크 국립미술관,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등 기관의 명성에 비할 수 없고, 이렇다 할 아트 페어라고는 2013년 5개 갤러리가 의기투합해 개최한 차트 아트 페어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2016년에 출범한 코드 아트 페어(CODE Art Fair, 이하 코드)는 북유럽 미감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활용하는 지역 페어와 달리 덴마크의 미술 시장과 문화가 맞이한 새로운 국면을 시사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코드는 활기차고 미래지향적인 도시 코펜하겐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페어다.”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린 제3회 코드 현장에서 만난 디렉터 크리스티안 W. 안데르손(Christian W. Anderson)은 힘주어 말했다.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북유럽 최대 전시장 벨라 센터에서 열린 코드는 북유럽 유일의 국제 아트 페어다. 올해는 20여 개국에서 78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다른 페어에 비해 소도시의 비중이 커서 더 다채롭게 다가온다. 쿠바 아바나, 미국 프로빈스타운, 스페인 섬 안드라트(Andratx), 이탈리아 피렌체, 리투아니아 빌뉴스, 콜롬비아 산탄데르 등에서 온 소규모 갤러리들이 유명 갤러리인 페로탱, 쾨니히, 나겔 드락슬러, 더 홀 등과 균형을 맞추었다.






덴마크뿐 아니라 북유럽의 젊은 미술 관계자들이 대거 방문했다.

올해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국제갤러리가 처음 참여해 다양성에 명분을 더했을 뿐 아니라, 내년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문화 교류의 특별한 계기를 마련했다. 국제갤러리의 송보영 이사는 “코펜하겐이 북유럽의 다른 도시로 가는 주요 관문이듯, 코드도 한국 미술이 또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기에 매우 적합한 기회다”라고 말했다.
‘UBS 아트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는 260여 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코드는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정체성을 덴마크의 아방가르드 미술사에서 차용한다. 학예위원회를 따로 구성한 이유도 전형적인 아트 페어와는 다른 시각으로 시장의 흐름을 제시하고, 현대미술의 진보적 사유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카롤리네 뵈게(Caroline Bøge)를 비롯한 어드바이저들은 참가 갤러리의 면면을 살피고,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한다. ‘미술과 사회’라는 범지구적 주제 아래 열리는 토크, 퍼포먼스, 필름 프로그램은 작가, 비평가, 갤러리스트, 컬렉터 등 입장이 다른 이들이 모여 미술의 역할과 창의성을 토론하는 장이 된다. 특히 올해는 시적이면서 정치적인 언어로서의 ‘몸’을 활용한 퍼포먼스에 대한 논의와 ‘보더랜드(Borderlands)’라는 필름 프로그램(파킹찬스의 <반신반의>를 상영했다)을 통해 미술 혹은 페어의 경계를 없애고자 하는 코드 본연의 시각을 피력했다.






아시아 갤러리 중 유일하게 처음 참가한 국제갤러리.

“코드의 임무는 신진 작가들과 갤러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독특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기성 작가들과의 신선한 협업도 탐구하고 싶다.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에 주목한다.” 디렉터 크리스티안 W. 안데르손의 포부는 이들의 비전이 이른바 아트 바젤이나 프리즈 같은 거대 페어가 아니라 오히려 마드리드의 아르코(Arco)나 브뤼셀의 팝포지션스 오프페어(POPPOSITIONS Off-Fair) 같은 실험적 성격의 아트 페어에 가깝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이는 많은 덴마크 작가가 자국 갤러리가 아니라 해외 갤러리에 소속되어 있는 덴마크 미술계의 독특한 역학도 반영한다. 페어 첫 회에 이런 덴마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덴마크>라는 병행 전시를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코드는 덴마크 대기업 BCHG(BC Hospitality Group)가 주최하는 아트 페어다. BCHG는 이 밖에도 호텔, 콘퍼런스 사업을 운영 중이고 지난 7년 동안 CIFF(Copenhagen International Fashion Fair)를 개최하며 패션 산업의 성공 모델을 창출했다. 패션과 예술의 흐려진 경계에서 연결 고리를 탐색하고자 하는 시도는 코드의 철학, 즉 신인과 유명 작가, 미술과 일상, 각국의 지리적 경계 등을 현대미술의 영향력으로 허물어 예술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뒷받침한다.






‘몸’을 주제로 곳곳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프로그램.

코드의 포부는 꽤 거대하다. 북유럽 컬렉터 5만여 명을 사로잡는 데 만족하지 않고 시선을 세계로 돌렸듯, 더 나아가 모두를 이 도시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BCHG가 2020년부터 진행할 예정인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그 일환이다. 일종의 예술특구로 다양한 전시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 등을 계획 중이다. “코펜하겐과 파트너십을 맺고자 하는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작업하는 플랫폼”으로서 코드는 야심찬 청사진의 첫 번째 가능성이자 결과물이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상징 이면에 사회적·정치적 분위기가 자국 중심으로 보수화되고 있는 덴마크의 문화 기후를 바꿀 수 있는, 코드가 획득한 존재 이유다.











아트 어드바이저이자 이번 페어의 프로그램을 구성한 카롤리네 뵈게.

Mini Interview with 카롤리네 뵈게(Caroline Bøge)
아트 페어에서 학예위원회를 따로 꾸리는 일은 흔치 않은데, 어떤 역할을 맡았나? 나는 원래 기업과 개인의 예술품 구매를 전문적으로 돕는 아트 어드바이저다. 이번 페어에서는 전반적 갤러리 선정, 프로그램 구성 등을 맡아 덴마크와 전 세계 현대미술계의 경향을 반영하려 했다.
참가 갤러리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은? 신생 갤러리의 경우는 이렇다 할 경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작가의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큐레이터로서 좋은 전시를 선보이려고 노력하는지, 전문적이고 진지한 자세로 미술을 대하는지 유심히 본다.
코드가 다른 아트 페어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젊은 예술가부터 자기 영역이 확고한 기성 예술가까지, 다양한 층위의 현대미술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광 아래 편안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불균질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국제적 아트 페어가 생기는 데 어떤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했을까? 코펜하겐은 몇 년 동안 음식·패션·건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예술은 왜 안 돼?’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인구 500만 명 정도의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이제 할 때가 되었다.
코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갤러리, 기관, 큐레이터, 언론, 관람객 등 각각 요구 사항이 다른 이들이 색다른 경향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디즈니 영화나 대니얼 스틸의 소설만 보면서 살 순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이를 다름 아닌 아트 페어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윤혜정(국제갤러리 학예실장)   사진 제공 코드 아트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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