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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CITY NOW

선전, 미래가 궁금한 도시

  • 2018-11-28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일자리와 창업의 기회를 찾아, 그리고 예술의 발전 가능성을 찾아 각지에서 모여든 세계인들을 통해 보는 선전의 미래.

선전 푸톈문화지구에 들어선 현대미술전시관

올해 1월 중국은 중국의 제1호 경제특구 선전(深圳, Shenzhen)과 그 외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1978년에 설치한 인공 장벽을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도시를 둘러싼 136km에 달하는 철제 장벽을 세워 검문을 통해 주민의 출입을 단속해왔다. 하지만 중국 본토 전체의 경제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고, 다완취(Greater Bay Area) 지역으로 알려진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의 경제 구역으로 묶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이 서면서, 지역을 가로막는 물리적 장벽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현재 중국 내 선전의 위상을 알려준다. 선전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4차 산업을 이끄는 도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텐센트와 바이두, 화웨이 등 인터넷, 컴퓨터, 전자통신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 포진해 있다. 또 중소 혁신 기업의 발전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수많은 혁신 기업의 태생지로도 알려져 있다.






중국 최초의 디자인박물관 디자인 소사이어티.

경제도시로만 알려진 선전에서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 도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경제 팽창, 젊은 인구, 테크놀로지, 글로벌 네트워크, 중국 남부의 지역색 등이 모여 문화 예술 분야에서 어떤 시너지를 나타낼까 궁금했다. 홍콩, 베이징, 상하이 등 동시대 미술의 거점 도시에 이어 또 하나의 새로운 구심점이 탄생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말이다. 물론 비엔날레에 대한 호기심은 뜻밖의 사건으로 빠르게 식었다. 제1회 선전 비엔날레(Shenzhen Biennale of Art)를 이끌 큐레이터 중 한 명인 게리 슈 강(Gary Xu Gang) 전 일리노이 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 부교수가 20년간 제자를 성적으로 학대해왔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폭로되면서 큐레이터직과 교수직을 모두 사임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1회 선전 비엔날레는 올해 5월 선전 정부와 선전문화발전기금의 후원으로 열렸다. 중국의 유명 건축 회사 우르바누스(Urbanus)가 디자인한 뤄후 미술관(Luohu Art Museum)에서 열린 비엔날레는 아무리 좋게 봐도 지역 단체전의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오픈 소스(open source)’라는 주제로 개방성, 미래지향적 협업을 말하려 했지만, 대부분 주제의 관련성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선전 현대미술전시관의 웅장한 내부 전경.

비엔날레를 뒤로하고 찾은 곳은 선전 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OCAT (OCT Contemporary Art Terminal) 선전관이다. 문화, 금융, 전자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한 OCT 그룹은 베이징, 시안, 상하이, 우한, 선전 등에서 현대미술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록번드 뮤지엄, 홍콩 외 여러 지역에 소재한 K11 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개발과 문화 예술 기관 운영을 결합한 형태다. 선전 외곽의 난샨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1980년대부터 수십 개의 공장, 기숙사와 창고가 비어 있는 공단이었다. 2005년 이를 개조해 OCT 로프트(OCT Loft)를 개관하고 사무실과 숍, 레스토랑과 카페, 서점이 입점하며 일종의 문화지구를 형성했다. 또한 비영리 문화 예술 기관인 OCAT 선전관을 설립해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동시대 미술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 기간은 일정하지 않지만 중국과 해외 작가의 회화, 조각,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한다.






선전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OCAT전시장 내부.

실제 지구를 찾은 많은 방문자는 예술과 디자인, 문화 활동과 여가 활동, 상업 활동과 비영리 활동을 구분 없이 경험하게 된다. 선전 문화 예술의 향방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기존의 예술 중심 도시가 있는 가운데 선전은 문화 발전 계획의 핵심으로 디자인을 선택했고, 2008년 선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중국의 첫 번째 ‘디자인 도시’가 됐다.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의 갤러리가 들어선 중국 최초의 디자인 박물관인 디자인 소사이어티도 이러한 정책의 결과다. 선전 서부에 위치한 서커우(Shekou) 항만에 일본의 유명 건축가 후미히코 마키가 디자인한 건물은 V&A, 파크뷰 갤러리, 선전 UCCN 교류센터, 개혁개방박물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관전은 박물관의 목표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디자인의 가치(Values of Design)>전은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개인적 표현과 문제 해결, 경제 발전 등 여러 맥락에서 다른 가치를 지닌다고 말한다. 900년부터 현재까지 V&A의 소장품 250여 점을 행동(performance), 비용(cost), 문제 해결(problem solving), 재료(materials), 정체성(identity), 소통(communication), 경이로움(wonder)이라는 7개의 카테고리로 소개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디자인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전시 전경.

사실 1980년대에 경제특구로 지정되기 전 선전은 중국 남부에 자리한 작은 어촌이었다. 40년 동안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루었으나 아직 예술 인프라가 확실히 구축된 지역은 아니다. 아직까지 선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도 많지 않다. 선전에 스튜디오를 둔 작가가 이제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대개 작업의 중심은 여전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기존의 예술 중심지에 머물러 있다. 또한 홍콩, 광저우, 마카오같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도시 간 예술적 교류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 도시설계, 테크놀로지 같은 이슈가 부각되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이런 시도와 문제 해결이 정확한 지점에 놓이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3월 막을 내린 도시건축비엔날레(Urbanism/Architecture Bi-City Biennale, UABB)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버니즘(urbanism)을 주제로 하는 세계 유일의 비엔날레를 표방한 비엔날레는 선전과 홍콩 두 도시의 연결과 소통을 기반으로 조직했다. 2005년에 시작해 올해 7회째를 맞는 비엔날레는 ‘차이의 증가(grow in difference)’라는 주제로 도시 전역을 무대로 개최되었다. UABB는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도시를 무대로 ‘생산’의 공간에서 ‘창조’의 공간으로, 물리적 인프라에서 콘텐츠의 구축으로, 고립된 개발에서 오픈된 네트워크로 변화를 꾀했다. 앞으로 선전이 개혁·개방의 자양분을 흡수한 젊고 글로벌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하늘로 솟을지, 땅의 거주자들과 연대하고 확장할지, 그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류정화(전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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