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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8 LIFESTYLE

박물관에 가면

  • 2018-12-07

박물관은 어렵고 딱딱한 공간이 아니다. 한 브랜드의 역사와 아이덴티티를 집결시킨 자동차 박물관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둘러보느냐에 따라 놀이공원처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네 가지 테마로 나눈 자동차 박물관, 당신의 선택은?

엔초 페라리가 애정한 4인승 모델만 모아 전시한 페라리 박물관의 ‘드리븐 바이 페라리’ 전시.

스포츠카의 과거와 미래
“마라넬로는 페라리를 위해서만 방문한다”는 말을 들어봤는가? 이름조차 생소한 마라넬로(Maranello)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로, 페라리의 고향이라 불린다. 페라리 F1팀이 우승하면 지역 교회에서 승리를 기념해 타종을 울린다는 그곳. 본사를 비롯한 생산 단지와 피오라노 트랙 등 페라리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다. 또 70여 년의 슈퍼카 궤적을 좇을 수 있는 페라리 박물관도 자리한다. 페라리 애호가의 성지인 이곳에선 현재 창립자 엔초 페라리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가 열린다. 가장 흥미로운 테마는 엔초 페라리의 특별한 애정이 담긴 4인승 모델을 주제로 한 ‘드리븐 바이 페라리’. 평소 편안함과 스포티함을 겸비한 4인승 모델을 데일리카로 이용했다고 전해지는 그의 취향을 반영해 1960년 페라리 250 GT 2+2, 400GTi, 412 등 역사적 4인승 페라리만 모은 흔치 않은 자리다. 한편 이웃 나라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르쉐박물관에서도 70주년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올 한 해 세계 곳곳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진행해온 포르쉐는 본거지로 자리를 옮겨왔다. 그리고 전설적 포르쉐 356 No.1 로드스터부터 내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차 미션-E까지, 과거와 미래를 잇는 75가지 모델을 1월 6일까지 전시한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새하얗게 물들인 공간에 예술 작품처럼 놓인 차량은 포르쉐의 젊고 미래지향적인 감각을 대변한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디지털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자.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과 AR 스마트 글라스를 활용해 미션-E를 탐험하다 보면 포르쉐의 미래가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스포츠 애호가를 위한 특별 전시
각종 스포츠 경기나 올림픽을 보면, 전광판뿐 아니라 경기장 곳곳이나 선수들의 의상에서 익숙한 자동차 로고가 자주 눈에 띈다. 자동차와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스포츠와 협업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전시 콘텐츠에도 이를 활용한다. 2009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축구 경기장)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독일의 프로 축구 클럽 VfB 슈투트가르트. 올해로 125주년을 맞은 이 축구 클럽을 기념해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은 축구 경기장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전시장 안에 관중석을 만들고 스크린을 통해 클럽 역사상 기록적인 장면을 재생하는가 하면, 1893년에 창단한 VfB 슈투트가르트를 기리는 리버리(차에 칠하는 상징적인 색)를 적용한 차량을 전시한다. 이 밖에도 전시장 곳곳에 챔피언십 트로피, 유니폼, 축구화 등을 진열해 축구와 인연이 깊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스웨덴 태생의 볼보는 해양 스포츠에 애정을 쏟는다. 세계 3대 요트 대회로 꼽히는 ‘볼보 오션 레이스’를 열어 볼보의 기술과 디자인, 팀워크를 땅과 바다, 자동차와 요트로 연결 짓는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볼보 뮤지엄 1층에는 볼보 오션 레이스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해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대회의 역사와 역대 경주 코스, 우승자, 기항지 등에 관한 자료는 물론 직접 타볼 수 있는 모형 요트도 함께 전시해 자동차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 70주년 기념 전시가 열리는 포르쉐 박물관.
2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의 명물 카 타워.
3 움직이는 벽을 컨셉으로 한 아우디 뮤지엄 모바일.
4 125주년을 맞은 VfB 슈투트가르트 기념 전시를 선보이는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
5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사운드 기술력을 보여주는 전시 공간.

독일 자동차 관광 명소
독일의 자동차 박물관은 차를 잘 모르는 이에게도 관광 명소로 언급될 만큼 유명하다. 심지어 독일 관광청이 선정한 10대 관광 명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자동차 박물관도 있다. 폭스바겐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에 세운 아우토슈타트가 그 주인공. 25만m²의 드넓은 부지에 폭스바겐의 역사를 전시한 박물관, 체험관, 출고장을 갖추고 리츠칼튼 호텔과 9개의 레스토랑을 끌어들여 거대한 테마파크를 건설했다. 전부 돌아보려면 하루를 꼬박 써도 모자랄 이곳에선 명물로 손꼽히는 폭스바겐 카 타워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48m 높이의 2개 원통형 타워에 800대의 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데, 고객에게 전달할 새 차를 보관하는 장소지만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설치 작품 같다. 리프트를 타고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콘크리트 받침대에 다소곳이 올라 있는 수백 대의 차가 볼프스부르크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뮌헨 북쪽에 자리한 잉골슈타트에는 아우디가 심혈을 기울여 개관한 아우디 뮤지엄 모바일이 있다. 감각적인 브랜드답게 ‘움직이는 모습’을 키워드로 독창적 전시를 펼친다. 특히 꼭대기 층에 오르면 12m 높이의 큰 벽 2개가 천천히 한 바퀴 회전하는데, 가만히 서 있어도 눈앞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아우디의 역사가 흘러간다.

국내로 떠나는 박물관 기행
독일에 아우토슈타트가 있다면, 국내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이 있다.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지상 9층, 지하 5층 규모의 국내 최대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많은 이의 발길을 잡아끄는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여정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점. 철에서 시작해 부품을 만들고, 용접과 도장 공정을 거쳐 부품을 조립하기까지 12가지 공정을 전시로 엮었는데, 실물 사료를 만져보고 스탬핑 기계를 조작해보며 자동차 탄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체험할 수 있다. 또 바람, 소리, 동력의 과학을 연구하는 기술체험 전시도 마련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차의 구조와 기술력을 친근하게 알려준다. 12월 초에는 제주도 중문관광단지에 국내 최초의 수입차 박물관이 문을 연다. 한불모터스가 2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은 현재 판매하는 모델과 클래식카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쇼룸 겸 박물관이 될 전망이다. 입구에는 프랑스 브랜드답게 30m 높이의 에펠탑을 세워 파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랜드마크를 조성했고, 박물관 2층에는 시트로엥 2CV, 트락시옹 아방 등 어렵게 공수한 클래식카 20여 대를 전시해 자동차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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