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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22

한 폭의 그림으로 맺은 인연

2019년 3월 2일까지, 중국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에서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전이 열린다. 김환기를 비롯한 한국의 단색화 작가 7명이 한데 모이는 이례적인 이 전시는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과 파워롱 그룹의 문화사업을 총괄하는 쉬화린 상임이사가 뜻을 같이했기에 가능했다. 두 인물에게 듣는 서로 다른 미술 이야기.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

우선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Powerlong Museum) 개관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최근에 문을 연 만큼 한국 독자들에겐 아직 생소할 거예요. 쉬화린 상임이사님께 직접 소개 부탁드립니다.
쉬화린(Wendy Xu)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은 ‘중국 전통문화의 전진, 현대미술의 발전’이라는 이념 아래 2017년 11월에 설립했어요. 역사와 새로운 미래를 동시에 주시하고자 다양한 장르와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죠.

쉬화린 상임이사님은 아시아 미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넓은 땅만큼 아시아에는 수많은 미술 장르가 있는데, 그중 한국의 단색화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이 정도 대규모 단색화 전시는 처음이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두 분에게 감회가 남다를 듯싶어요.
이현숙 고맙죠.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병행 전시로 열린 <단색화>전과 2016년 보고시안 재단 특별전 전시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이후 단색화를 소개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이 먼저 전시를 제안해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중국 아트 신은 서양 미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은 아시아를 주목하고 아시아 문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독자적인 길을 걷는 곳이에요. 이런 미술관이 단색화를 눈여겨봤다는 사실만으로 영광이죠.
쉬화린 단색화는 ‘예술’로 하나의 시대상을 표현한 미술 사조예요.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7인은 각자의 개성, 철학 그리고 작품성을 갖춰 ‘단색화’라는 종합 예술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들이죠. 이들의 작품을 통해 단색화 정신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의 연대기를 살필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단색화 작품을 중국 관람객에게 알릴 수 있게 되어 저 또한 영광입니다.

단색화가 두 분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요. 그만큼 각자 어떻게 단색화에 애정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쉬화린 중국 경매에 나온 단색화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깊게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중국에서 그 기회를 찾을 수 없어 단념할까도 했죠. 한데, 운명처럼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단색화 작품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어요. 그날부터 단색화를 중국에 꼭 소개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이현숙 요즘에야 외국에서 한국 작가를 만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예전에는 해외 컬렉터에게 ‘한국에는 마스터급 작가가 없느냐’는 질문을 듣곤 했어요. 속상했죠. 그때부터였어요. 한국 작가를 찾아 나선 게.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죠.(웃음) 시장 형성도 제대로 안 됐고 이미 작고한 작가도 많았거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단색화’라는 이름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특별전으로 선보일 수 있었죠.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이었어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 큐레이터들이 한국 미술 사조를 공부하기 시작해 관련 비평과 서적도 늘었고, 덩달아 후배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이렇게 쉬화린 상임이사님과 좋은 인연도 맺게 됐고요. 이 모든 건 좋은 작가와 작품 덕분이죠.


파워롱 그룹의 문화사업을 담당하는 쉬화린 상임이사.

쉬화린 상임이사님에게 묻고 싶습니다.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전과 중국 작가 40명을 소개하는 <예술가 40 x 40: 40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개혁개방 이후 40년간의 중국 현대미술>전이 비슷한 시기에 개막해요. 한국과 중국의 주요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셈인데, 두 전시를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쉬화린 상하이 미술계에서 11월은 굉장히 중요해요. 전 세계 미술 인사들이 상하이에 모이는 시즌이기에 전시 기획에 더욱 공을 들이죠. 저희 미술관도 이 축제의 현장에 가담해 한국과 중국의 가장 중요한 작품을 내걸어 아시아 미술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주로 서양 미술에 집중하는 요즘, 아시아 미술에 깃든 무한한 잠재력을 알리고자 두 전시를 함께 진행하기로 결정했죠.

두 나라의 현대미술이 한데 모이니 비슷한 점이 눈에 띄겠어요.
쉬화린 공통적으로 ‘동양 미학의 정신’이 깃들어 있죠. 또 단색화와 중국 현대미술 발전사에도 유사한 점이 있는데 이는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보셨으면 해요.

그렇다면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감상팁을 전해줄 수 있나요?
쉬화린 사실 이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아요.(웃음) 한데, 저는 관람객들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아요. 단지, 재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좋은 전시’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뿐이에요.

이번 전시 이후 미술계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라 예측하시나요?
이현숙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겠죠? 또 국내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고, 해외 시장에서 한국 작품의 수요가 커질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미술의 뿌리가 더 단단해질 거예요.
쉬화린 중국 미술계에 한국 미술을 제대로 각인시키려 합니다. 그렇다면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아시아 미술의 공동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전 전시 전경.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최근 국제갤러리 부산을 오픈했습니다. 해외 활동을 활발히 하는 만큼, 외국에 공간을 낼 줄 알았는데 그 선택이 놀라워요.
이현숙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 집중하려 해요. 보통 지방 분점을 차리면 서울에서 선보인 작품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인식이 있는데, 국제갤러리 부산은 단독 기획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부산 컬렉터와 교류하는 건 당연하고요. 여담이지만, 부산의 활기찬 에너지를 좋아합니다.(웃음)

국제갤러리와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의 향후 계획을 두 분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이현숙 저희는 신진 작가 발굴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물론 대가의 작품도 선보이겠지만 전도유망한 작가를 찾고자 해요. 작가 발굴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많은 서포트와 기다림이 필요하고, 그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인내를 가지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진정한 갤러리스트라고 생각해요. 또한 국제갤러리 1관을 레노베이션 하고 있어요. 전시장 위주였던 기존 모습과 달리 다양한 부대시설을 구비해 컬렉터와 일반 대중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갤러리로 거듭나려 합니다.
쉬화린 확실한 운영 목표가 있어요. 전시를 먼저 말하자면, 상하이 파워롱 미술관 만의 색깔을 보여주되 전문성과 대중성을 놓치지 않으려 해요. 또한 문화·예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국 미술 교육 발전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려 합니다. 중국인들이 민족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요.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앞장서는 미술관이 되고 싶거든요.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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