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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8 LIFESTYLE

궁극의 사케

  • 2018-11-06

가을이 잦아들고 차츰 겨울의 여명이 밝아오는 계절의 국경에선 어쩐지 사케가 간절해진다. 정체성과 가치관이 확실한 전통 있는 일본 각지의 양조장 일곱 곳에서 초대한 하이엔드 사케 7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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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사케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의 파인다이닝 신에서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체재로 사케가 거론되고 있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와인 같은 사케, 사케 같은 와인. 유서 깊은 양조장 출신의 차세대가 도쿄 등 대도시나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대를 이어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례도 꽤 많다. 전통 방식으로 빚은 술을 고수하는 한편, 사케를 ‘낯설게 보는’ 방식으로 새로운 양조 기술이나 마케팅 아이디어를 더해 감각적인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변화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묵묵히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으며 나날이 가치를 더해가는 양조장도 적지 않다.
하이엔드 사케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다.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고 양조미의 제왕으로 불리는 야마다니시키 같은 최고급 재료만 사용, 양조장 최고의 기술을 모두 쏟아부어 만드는 제품이라는 설명이 가장 일반적이다. 대부분 한정품이고, 채산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로 인한 수익도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왜 제품군을 지속시킬까? “양조장과 양조 기술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오랜 팬에 대한 배려 때문이지요.” 니혼슈 코리아의 김정한 부장은 설명한다. 하이엔드 사케를 평가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기준은 ‘전국 신주 감평회’다. 영리 목적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양조 기술 향상을 목적으로 두는 전국 신주 감평회는 일본 주세국에서 주관하고 일본 내 거의 모든 양조장이 참가하기에 사케의 수준을 정확히 가늠하기 좋은 잣대다.
최근 하이엔드 사케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요소는 ‘숙성’이다. 사케는 대개 양조 직후 약 6개월의 안정기를 거쳐 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장기간 숙성을 통해 다양한 향미를 접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양조장에서 직접 숙성시켜 내보내는 곳이 있는 반면, 소비자에게 숙성을 권장하는 양조장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라벨에 빈티지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또한 최고급 양조미에 향미를 담당하는 효모 여러 종을 블렌딩해 기존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사케를 완성하기도 한다. 양조 기술 수준에 달린 이런 새로운 시도는 다른 양조장과 차별화하기 좋은 요소다.




1 긴쇼주쇼슈 산주넨 다이긴조 by 아사비라키 주조
쌀과 물 그리고 술 빚는 기술이 뛰어난 술의 도시 이와테는 일본 3대 양조 책임자 중 하나로 꼽히는 난부 도지(南部杜氏)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와테현에서도 아사비라키(あさ開) 주조는 고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양조 책임자 후지오 마사히코는 2005년에 현대 명장을 뽑는 ‘특정 기능자 표창 제도’에서 수상할 만큼 실력자로, 그의 손끝으로 빚은 사케 긴쇼주쇼슈 산주넨 다이긴조(金賞受賞酒 30年 大吟醸)는 2018년 전국 신주 감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향과 감도 높은 감칠맛, 드라이한 마무리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Nara Cellar

2 고토부키 플라티나 준마이다이긴조 by 마스다 주조
“술맛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그 시대의 감성에 맞는 술이 있다. 기술이 진보하는 만큼 우리는 더욱 맛있는 술을 추구한다.” 1893년 아사히카와에서 창업한 뒤 현재 도야마 지역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마스다(桝田) 주조는 과거의 영광에 취하지 않고 열린 철학으로 술을 빚는다. 개성 강한 긴조슈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시절, 회사의 명운을 걸고 과감하게 긴조슈 생산을 단행하는 등 실험정신도 투철하다. 생산량이 매우 적어 마스다 주조의 하이엔드 사케로 꼽히는 고토부키 플라티나 준마이다이긴조(寿 プラチナ 純米大吟醸)는 최상급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하고 수년간 숙성을 거쳐 완성한다. 화려하고 프루티한 향기와 원숙미를 지닌 화려한 맛이 조화롭고 정교하다. Nara Cellar

3 이치린잇테키 준마이다이긴조 by 이시모토 주조
품질 최우선, 소량생산을 고집해 처음으로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된 사케가 바로 이시모토(石本) 주조의 고시노 간바이다. 니가타 지역의 이시모토 주조는 로컬 사케의 가치를 높이고 일본에서 전국적 지자케(地酒, 지역에서 생산하는 니혼슈) 붐을 일으킨 선구자이기도 하다. 까다롭게 지켜온 오랜 전통에 현대인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를 담은 45년 만의 신제품은 뜨거운 화제가 됐다. 고시노 간바이의 결정판 이치린잇테키 준마이다이긴조(一輪一滴 純米大吟釀)는 특A급 야마다니시키만 사용해 담백하고 청순한 감칠맛과 여운에 집중했다. 깊이 있고 은은한 향취, 전통 긴조 제법에서 기인한 유려한 질감은 곁들이는 음식의 풍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특수 제작한 케이스와 고시노 간바이 문양을 새긴 보자기가 멋스럽다. Nihonshu Korea

4 하치주하치고 다이긴조 by 고쿠류 주조
1804년 창업한 이래 200여 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술 빚기에 임해온 후쿠이현의 고쿠류(黒龍) 주조. 그윽하고 깊이 있으며 포근한 향, 강인한 존재감과 세밀함이 어우러져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술에 예쁜 옷을 입히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고쿠류 주조가 자신의 술을 대하는 자세다. 값비싼 기모노용 천을 특수 처리해 라벨 디자인에 입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고쿠류 주조에서도 궁극의 시리즈로 꼽히는 하치주하치고 다이긴조(八十八号 大吟醸)는 전국 신주 감평회에서 거의 매년 1위를 거머쥐는데, 재미있게도 여러 탱크 중 88호에서 숙성시킨 술이 매번 금상을 수상해왔다. 그런 까닭에 ‘88호’라는 이름이 붙었다. 곱게 수놓은 세련된 라벨이 술의 첫인상을 단번에 끌어올린다. Nihonshu Korea

5 기쿠히메 구쿠리히메 긴조 by 기쿠히메 주조
1570년 창업. 이시카와 지역에서 약 450년의 역사를 이어온 기쿠히메(菊姫) 주조는 니혼슈 전통 제조법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야마하이’ 방식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이다.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먼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들의 전통을 전하기 위해 젊은 장인을 육성하고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한다. 특A지구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해 빚은 긴조 중 최상급 퀄리티의 술만 선별해 1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숙성시킨 것이 기쿠히메 구쿠리히메 긴조(菊姫 菊理媛 吟釀)다. 맛이나 색이 점차 진해지는 일반 숙성주와 달리 투명한 감칠맛과 터치에 깊이만 더한 술로, 숙성주가 닿을 수 있는 최고 경지에 올랐다는 찬사를 받는다. Nihonshu Korea

6 쓰구 준마이다이긴조 by 아사히 주조
구보타 시리즈로 명성이 높은 아사히(朝日) 주조는 수상을 위한 술 빚기에는 관심이 없는 고집스러운 양조장이다. 콘테스트에 일절 자신의 술을 출품하지 않음에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건 이들이 재정립한 하이엔드 사케의 기준 때문이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원형 정미 방식’을 비롯해 동시대 양조 기술 가운데 가장 앞선 방식을 취한다. 단단한 응축감이 느껴지는 찬란한 터치와 입안의 미각을 촘촘히 자극하는 생동감 넘치는 맛, 안개처럼 차츰 잦아드는 여운이 일품인 기적의 결과물이 담긴 쓰구 준마이다이긴조(継 純米大吟釀). 총 2500병만 생산, 한국에는 100병이 수입되었다.Nihonshu Korea

7 유키만만 다이긴조 by 데와자쿠라 주조
130년 동안 하이엔드 사케를 만들어온 데와자쿠라(出羽桜) 주조. 수준 높은 긴조와 다이긴조의 생산지인 야마가타현에서 데와자쿠라 주조의 위상은 단연 하이클래스다. 유키만만 다이긴조(雪満々 大吟釀)는 양조장의 자랑인 저온 숙성 창고에서 5년간 영하 5。C로 숙성시킨 빈티지 다이긴조다. 섬세함을 유지하기 위해 무압력으로 자루에 담아 방울방울 떨어지는 술만 받아 병입 후 숙성을 거친다. 차분한 긴조 향과 담박하면서도 기운찬 감칠맛이 탁월하다. 빙온 숙성주 특유의 농밀한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Nihonshu Korea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래영   어시스턴트 여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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