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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8 FEATURES

EDITOR’S VIEW

  • 2018-11-07

2018년 끝자락을 잠식하고 있는 두 가지 이슈에 대한 피처 에디터의 시각.

시장은 일론 머스크에게 독재를 허락할까?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일론 머스크가 수세에 몰렸다. 충격적 발언과 기행, 테슬라의 경영 악화가 문제다. 테슬라는 지난해에 4000만 원대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 3를 출시했다. 8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테슬라가 던진 승부수였다. 모델 S와 모델 X는 프레싱과 용접만 로봇이 맡고 조립은 사람이 하는 전통적 자동차 제조 공정을 따랐다. 모델 3는 달랐다.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완전 자동화(로봇 생산)를 고수했다. 그것이 테슬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소프트웨어 충돌과 로봇 오작동으로 라인은 엉망이었다. 주당 5000~6000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는 지난해 3분기에서 연말로, 다시 올해로 연기됐고 현재까지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서둘러 사람이 조립하는 임시 제조 공정을 구축했지만 ‘천막 공장’이라는 조롱만 얻고 생산비는 증가했다. 일론의 시간관념은 일반인과 다르다는 의미의 우스갯소리 ‘일론 타임’이 나온 이유다.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테슬라는 11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지고 있지만 보유 현금은 22억 달러에 불과하다. 1년 뒤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만 17억 달러에 달한다. 사정이 어려워지며 주요 경영진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에서 2015년 테슬라로 자리를 옮긴 글로벌 공급 관리 총책임자 리엄 오코너 부사장을 비롯해 1년 새 13명의 임원이 테슬라를 떠났다.
일론의 기행도 테슬라의 몰락에 한몫하고 있다. 그는 최근 주주들의 간섭으로 경영이 어렵다며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 회사로 만드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발언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11%까지 치솟았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론을 주가조작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테슬라의 주가는 다시 13% 이상 급락했다. 최근엔 생방송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미국 공군은 이 방송 여파로 테슬라와의 계약을 재검토 중이다. 연초 대비 테슬라의 주가는 8% 이상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사회가 천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한 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격언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인류의 진보가 소수점들의 재능으로 이뤄질 때 사회는 이들에게 관대했다. 독선과 불통은 ‘리더십’으로 포장됐고 무리한 확장은 ‘대범함’으로 번역됐다. 미디어를 잠식하던 거창한 담론과 경영 구루(guru)들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점으로 사라졌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교수 애덤 그랜트는 저서 <오리지널스>에서 “한 명의 천재가 100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갔다. 조직을 살리는 진짜 창의성은 여러 명의 평범한 사람이 모였을 때 나온다. 그러니 이제 조직은 평범한 모든 이가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건희와 스티브 잡스가 대의(성장)를 위해 기행을 눈감아준 혜택의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개인의 역량보다 개인의 리스크가 21세기의 화두인 셈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Uber)의 창립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성희롱과 차별, 개인 스캔들을 이유로 CEO에서 물러난 것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캘러닉은 우버와 동일시되는 아이콘이었다.
물론 일론 머스크는 인류 진화를 앞당긴 엄청난 재능의 보유자다. 그는 단기간에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를 앞당겼고 로켓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로 낮췄다. 그리고 인류 최초로 민간인이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서비스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21세기는 일론 머스크에게 독선을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비범한 인물이라 해도 시스템 속에서 모두와 같은 룰을 적용받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집단, 즉 시스템의 시대다. _ 조재국





맛없는 먹방
‘먹방’이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부터 나는 먹방을 좋아했다. 친구들이 조인성이나 현빈을 이상형으로 꼽을 때 남몰래 제이미 올리버를 흠모했다. 튼실한 등갈비에 로즈메리 한 줌을 척척 뜯어 뿌리고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올리브 오일을 들이부으며 천진한 얼굴로 웃다가도, 생각대로 안 되면 자못 심각해지는 그 젊은 요리사의 맹랑하고도 진지한 태도가 좋아 보였다. 적어도 외운 대본을 앵무새처럼 읊는 그 시절 하이틴 스타보다는 섹시했다.
젊은 셰프가 도마와 냄비에 침을 튀겨가며 유쾌하게 떠드는 푸드 원맨쇼부터 한 치 혀로 날 선 칼보다 잔인하게 사람을 난도질하는 푸드 서바이벌, 음식의 역사와 기원을 고찰하는 음식 다큐멘터리, 맛을 따라 먼 길을 떠나는 기행 프로그램, 차진 VJ의 목소리를 조미료처럼 곁들이는 버라이어티, 음식점의 못된 행태를 폭로하는 고발 방송…. 먹는 것을 다루는 방송이라면 무엇이든 채널을 멈추던 때가 있었다. 음식 방송이 곧 시청률을 보장하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하나의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의 사명감은 존경할 만했다. 음식을 향한 애정과 집착 사이에서 놀라운 결과물들이 탄생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것이 바로 ‘덕후’의 힘이었다.
어느새 먹방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일정 정도 시청률을 먹고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을 이르는 먹방의 범주는 다양하다. 출연자가 직접 요리하는 쿡방을 포함해 여행,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등 예능뿐 아니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자극적인 먹방이 비집고 들어갔다. 백종원이 발만 떼면 화면에 스친 음식점은 뜨겁게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고, 이영자 입안에 들어가는 음식은 전 국민의 다음 날 워너비 메뉴가 된다(오죽하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먹방을 규제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방송사에는 이제 간판 앵커보다 간판 먹방 프로그램이나 백종원 같은 스타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지금 먹방의 선택지는 어느 때보다 진진하게 차려낸 호텔 뷔페 같다.
TV 편성표는 그야말로 먹방 잔치를 보는 듯한데, 누구보다 음식 방송을 사랑한 나는 왜 TV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까? 최근 셰프, 미식 칼럼니스트, 미식가를 자처하는 탐식가들과 만나 비슷한 얘기를 나눴다. 그들 역시 먹방으로 먹는 즐거움을 위협받은 지 오래라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도대체 왜? 그동안 꾸준히 다니던 맛집이 만천하에 낱낱이 공개되어서? 모두가 미식가라도 된 양 음식을 평론하기 시작해서? 농익지 않은 젊은 요리사가 ‘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문가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해서? 맛집인 줄 알고 찾아간 곳에서 형편없는 음식을 마주해서? 화제의 먹방 때문에 평소 좋아하던 메뉴가 위협을 받게 돼서(걸 그룹 마마무의 멤버 화사가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곱창을 아주 맛있게 먹은 뒤 일어난 일명 ‘곱창 대란’으로 실제로 겪은 일이다)?
몇 달 전에는 이런 사건도 있었다. 청담동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의 오너 셰프가 모 먹방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받은 메시지를 SNS에 공개한 것이다. 요는, 이국주 등 스타 패널이 출연하는 먹방 프로그램에 레스쁘아를 맛집으로 소개하고 싶다며 770만 원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맛집 소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레스쁘아를 ‘냉면 맛집’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대목이 가관이었다. 얼마나 숱하게 이런 메시지를 사방팔방에 뿌려댔으면 파인다이닝 프렌치 레스토랑을 냉면 맛집으로 소개하겠다는 지경에 이르게 된 걸까? 댓글에는 770만 원이면 맛집 인증을 받을 수 있으니 생각보다 저렴한 것 아니냐고 제작진을 비꼬는 리플이 달리기도 했다.
먹방 춘추전국시대에 결국 승자와 패자는 가려지게 마련이다. 미식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나 연구 없이 단지 인기에 편승하려는 깊이 없는 방송, 맥락 없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률을 잡아보려는 일부 제작진의 얕은 수가 음식을 다루는 방송을 사랑하던 많은 시청자에게 오히려 피로감을 전하고 있다. 음식 방송이 맛없어진 건 아마도 먹방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수시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때부터인 것 같다. 먹방이란 신조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무래도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김을 입에 욱여넣은 그 장면이 시초라는 설이 유력하다. 하정우가 그렇게 맛있게 김을 먹지만 않았더라도…. 힘없는 시청자는 애꿎은 배우에게 누명을 씌울 뿐이다. _ 전희란

 

에디터 <노블레스 맨> 피처팀
일러스트 유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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