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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8 TRAVEL

채플에서 웨딩 마치를

  • 2018-10-03

두 사람이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지은 채플에서의 웨딩은 어떨까? 내부를 빛으로 가득 채운 성당부터 물의 교회까지, 조형미가 돋보이는 채플 7.

BOSJES CHAPEL
웨딩 베일이 휘날리는 듯한 외관의 ‘보제스 채플’은 남아프리카 서부 케이프 지역 포도밭에 자리하고 있다.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테인 스튜디오(Steyn Studio)는 주변 산세를 반영해 드라마틱하게 굽이치는 형태의 얇은 콘크리트 지붕을 탄생시켰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고 계곡 위에 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넓고 오픈된 공간이 펼쳐진다. 테라초 바닥의 광택이 실내 곳곳으로 빛을 산란시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빛이 물결처럼 굽이치는 천장에 반사돼 마치 춤을 추는 듯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보제스 채플은 조형미가 돋보이는 독특한 외관으로 웨딩 촬영 명소로 등극했다. 특히 커다란 곡선을 그리는 얇고 하얀 콘크리트 지붕이 웨딩드레스와 환상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채플과 포도밭을 이어주는 물 위의 다리도 운치를 더한다. 너른 포도밭을 배경으로 채플 웨딩을 올려도 좋고, 포도밭에서 채플을 배경 삼아 야외 웨딩을 해도 안성맞춤인 곳. 한 번뿐인 순간을 드라마틱하게 장식하고 싶거나 남들과는 다른 웨딩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WAYFARERS CHAPEL
LA 남쪽 산페드로 지역에 자리한 ‘웨이퍼러스 채플’은 ‘유리 교회’로 더 잘 알려진 웨딩 명소다. 드라마 <올인>에서 극 중 이병헌과 송혜교의 결혼식장으로 등장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울창한 나무 사이에 위치한 투명 건물이 나온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멀리서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의 공간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형태가 드러난다. 채플 안에 들어서면 유리를 통해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진다. 웨이퍼러스 채플을 설계한 이는 자연과 유기적인 건축을 중시한 미국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아들 로이드 라이트 주니어. 1951년 완공한 이후 세계적인 결혼식장으로 이름을 떨치며 수많은 커플이 하나 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웨딩 명소에 걸맞게 최고의 결혼식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채플 전속 뮤지션이 건축물과 어우러지는 최상의 음악을 연주하고, 유리 건물로 쏟아지는 빛을 활용해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채플과 정원 곳곳을 잘 아는 포토그래퍼를 추천받으면 된다.




THE CATHEDRAL OF CHRIST THE LIGHT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할리파’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 사무소 SOM은 2008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그리스도 빛 성당’을 선보였다. 성당이 위치한 오클랜드 시내 고층 건물과 비교하면 매우 겸손한 높이. 나무, 유리를 사용한 구조물이 동그랗게 뿌리내린 듯한 형태로 둥지나 텐트, 바구니에 비유되곤 한다. 건물이름처럼 빛까지 건축의 재료로 삼아 웨딩 마치가 울려퍼지는 순간 햇살이 더욱 따사롭게 느껴질 것이다. 재생 가능한 재료를 혁신적으로 사용해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한 SOM은 미국건축가협회(AIA)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에서 건축 부문 최고상인 ‘오너 어워드(Honor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GRUNDTVIG’S CHURCH
평생 단 한 번뿐인 축복의 순간을 위해 신랑, 신부들은 남다른 장소를 찾아 헤맨다. 유서 깊은 장소만이 가진 오라를 발산하는 ‘그룬트비 교회’는 덴마크 건축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 1913년 덴마크인을 계몽하는 데 힘쓴 니콜라이 그룬트비를 기리기 위한 교회 설계 공모전에서 우승한 건축가 페데르 빌헬름 옌센-클린트의 작품이다. 교회가 완공되기 전 세상을 떠나 그의 아들이 작업을 마무리했다. 코펜하겐 북서쪽에 자리한 비스페브예르크 광장에 덴마크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 완성한 이곳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로 손꼽힌다. 1913년 짓기 시작해 1940년 완공한 이곳은 600만 장의 벽돌을 사용했을 정도로 웅장한 규모다.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한 천장 높이에 압도되고 만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노란 벽돌만이 교회의 유일한 장식이다.




RIBBON CHAPEL
리듬체조 선수가 공중을 향해 던진 리본이 춤추듯 솟구치는 모습을 박제해놓은 듯한 외관. ‘리본 채플’은 히로시마현 동남부의 항구도시 오노미치에 자리한 리조트형 호텔 벨라 비스타 사카이가하마 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2개의 나선형 계단이 서로 꼬이며 정상에서 만나는 구조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이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결혼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2개의 계단 중심에는 성스러운 예식을 거행하는 예배당이 자리한다. 곧 부부가 될 이들은 정상에서 만나 울창한 숲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달콤한 미래를 약속할 것이다. 단지 의미만 부여한 것은 아니다. 벽이나 지붕을 만드는 대신 벽이나 천장이 없어도 각각의 계단이 서로 의지하며 건축물의 균형을 유지한다. 벽돌 모양의 투명한 유리로 만든 집, 숲의 일부처럼 지은 교회 ‘사야마 포레스트 채플’ 등 완성하는 작품마다 풍경의 일부가 되게 하는 능력이 탁월한 건축가 히로시 나카무라가 설계했다.




CHURCH ON THE WATER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1969년 안도 다다오 건축 연구소를 설립한 안도 다다오는 노출 콘크리트를 재료로 빛까지 건축의 일부로 삼는 자연 친화적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의 교회’(도마무), ‘빛의 교회’(오사카), ‘바람의 교회’(효고) 교회 3부작도 그의 명성에 한몫했다. 홋카이도 유바리산맥 북동쪽 중앙 산악 지대의 평원. 호시노 리조트 도마무에 가면 물의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나무가 무성해 봄부터 여름까지는 초록빛으로 물들고, 한겨울에는 눈이 쌓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도 다다오는 근처 개울에서 물을 끌어와 인공 호수를 만들고, 바로 가까이에 노출 콘크리트로 교회를 지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그대로 반영했다. 각각 10m, 15m 길이의 사각형 평면이 중첩되는 형태다. 건물 뒤쪽을 걷는 이들에게는 물 소리는 들리지만 물은 보이지 않아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자연을 증인으로 삼아 치르는 예식은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배가된다. 호시노 리조트 도마무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토 유다이는 “물의 교회는 결혼식은 물론 프러포즈 장소로도 사용된다. 이곳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SEASHORE CHAPEL
베이징의 건축 스튜디오 벡터 아키텍츠가 중국 베이다이허에 건설한 아름다운 건축물은 채플이 오래전 바다를 표류하던 배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시간이 흐르며 바다가 점점 뒤로 물러났고, 빈 구조물은 여전히 덩그러니 남아 있게 됐다고 생각했죠.” 건축물은 수평으로 나눠 계단을 비롯해 바깥에 자리한 공간은 해변을 산책하는 이들에게 휴식처가 되도록 배려했다. 반면 위층 예배당은 바다를 조망하며 계단을 오르고 벽을 돌아야 다다를 수 있도록 디자인해 신성함을 부여했다. 밀물이 들어오면 아래쪽 공간은 물에 잠겨 바다 위를 떠다니는 한 척의 보트처럼 보인다. 베이다이허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인공 공간인 이곳에서는 결혼식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을 경험하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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