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SEPTEMBER. 2018 SPECIAL

너와 나의 자아 속에서

  • 2018-08-31

1991년 자신의 혈액을 직접 채혈하고 얼린 머리 조각, ‘셀프(Self)’로 현대미술계에 충격을 안긴 마크 퀸. 그는 이후에도 과감한 재료와 충격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을 만들고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재정의해왔다. “예술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예술과 시간의 관계”라 말하는 마크 퀸과 함께 그의 전작을 중심으로 예술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Raft Painting(Rip Tide), 260×322×21cm (Approximate), 2017
2 작품에 기대 선 마크 퀸.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대미술의 논쟁적 이슈와 사회적 이슈를 설명할 때, 국내 신문과 잡지는 당신의 작품을 언급하곤 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당신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는 현대미술을 포함한 동시대의 이슈를 미술을 통해 드러내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 당신이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지난 2년 동안 ‘역사 회화(History Painting)’라는 시리즈를 작업했습니다. ‘역사 회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의 보도사진을 기반으로 합니다. 저는 보도사진을 찍고 그 위에 페인트를 칠하죠. 완성한 화면 위로 페인트를 던져 흘러내리도록 둡니다. 작품들은 역사가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전통적으로 역사화는 최상위 장르였습니다. 다수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사람들을 굴복시킨 황제와 장군들의 회화였죠. 그런데 이제 역사도 변하고 있어요. 일반 사람들에 의해 쓰여지고 있죠. 언론이 기록한 내용은 매시간 사람들 각자의 화면으로 전달됩니다. 그중 어떤 내용이 회화로 제작되고 회화가 예술의 역사 속으로 진입하면, 작품은 기억의 일부가 됩니다. 매일 TV 화면에 보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죠.

최근에는 아주 현대적이고 특이한 재료도 사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뗏목 회화(Raft Paintings)’라는 시리즈를 작업하고 있는데,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중독성을 나타내는 작품이에요. 비닐봉지로 제작한 그림은 임시적이고 쉽게 손상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000년 동안 유지됩니다. 저는 역설을 즐겨요. 저에겐 ‘쓰레기봉투가 말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비밀’이라는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뗏목 회화’를 가끔 ‘역사 회화’와 함께 전시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뗏목 회화’가 사회의 무의식처럼 보이기도 하죠. 저는 비닐봉지의 물질성뿐 아니라 바로크적 매력(baroqueness)을 좋아합니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혐오스럽죠.



당신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프로젝트 ‘셀프(Self)’(1991년)처럼 자신의 신체를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게 된 계기는 뭔가요?
실제 삶을 예술로 끌어당길 수 있는 조각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셀프’는 생명체와 유사해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오히려 진정한 생명체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얼린 피로 만든 머리는 제 피를 썼고 마치 저처럼 보이지만 살아 있지 않으니까요. ‘셀프’는 생명 지원에 관한 조각입니다. 얼린 피로 만든 머리는 냉동고 안에서만, 곧 전기가 흐를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머리는 어떤 면에서 집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시험하는 바로미터입니다. 만약 사회 기반이 붕괴되어 더 이상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머리는 녹아서 피 웅덩이를 이루겠죠. 이것은 우리와 매우 흡사합니다. 사회 기반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존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말이죠.





3 Garden, Cold Room, Stainless Steel, heated glass, refrigeration equipment, mirrors, turf, real plants, acrylic tank, low viscosity silicon oil held at -20°C, 320×1270 ×543cm, 2000

큐레이터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와의 대화에서 당신이 ‘셀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4.5리터의 피로 만든 머리 조각뿐 아니라 작품이 의존하는 냉동장치의 설치와 중독이라는 부분을 연결한 방식 말이죠.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처음 ‘셀프’를 만들었을 때 저는 알코올중독이었어요. 작품을 관통하는 의존성이라는 개념은 당시 제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더 큰 차원에서 의존성이라는 메타포가 중독과 맞닿아 있고, 우리 사회에 대한 전형적 비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창조한 모든 것, 새로운 것, 사회 기반 시설부터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덜 의존적이든 더 의존적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좋든 나쁘든 이들에게 완전히 중독되어 있으니까요.



‘셀프’는 작품의 설치가 그 자체로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아주 좋은 예입니다. 물론 ‘셀프’를 소장한 미술관 스태프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지만요. 저는 미술가들이 작품의 소재, 주제와 재료, 제작과 표현, 설치 방식을 어떻게 양립하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셀프’와 같이 혈액을 얼리는 과정을 담은 작품을 5년마다 반복하고 있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셀프’는 하나의 조각이 아닙니다. 나는 5년마다 한 작품씩 만들고 있습니다. 렘브란트(Rembrandt)의 ‘자화상’ 같은 일련의 조각을 제작하는 거죠. 그건 베케트(Beckett)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베케트의 초상화는 같아 보이지만 실은 모두 달라요. 저는 지금까지 6점의 ‘셀프’를 제작했고,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쭉 진행할 생각입니다. 미술관 스태프들이 이 작품에 대해 항상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또한 작품이 갖는 의미의 일부라고 봐요. 작품은 섬세한 꽃이나 아기와 같아서 늘 잘 돌봐야 하니까요.





4 Chemical Life Support, White Cube, London, 2005

만약 무분별한 개발로 전기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다면 형태를 이루지 못한 4.5리터의 피는 인류와 운명을 같이하겠군요. 작품의 생성과 지속, 소멸 자체가 작품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소멸에 관한 당신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예술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예술과 시간의 관계입니다. 어떤 작품은 일시적이지만 또 다른 작품은 좀 더 영구적이죠. 영구적이라는 개념은 아티스트가 사용할 수 있는 매체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은 6000년 전 이집트에서 온 화강암 조각상을 마치 어제 만든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또 내일이면 사라질 비닐봉지로 수천 년 동안 지속되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죠. ‘셀프’는 단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며 어떤 순간이든 사라질 수 있는 조각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셀프’ 작품이 나온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작품은 거기 있고, 이 작품들은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반영합니다. 저는 작업 초기에 빵이나 왁스로 조각 작품을 만들었어요. 잘 녹을 뿐 아니라 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예술과 시간의 관계는 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빅뱅팝(Big Bang Pop)’(2006년)은 작은 옥수수 알갱이에서 커다란 팝콘 형태로 변한 청동 조각입니다. 레이저 스캔과 재단, 텍스처 매핑, 청동 주물 등을 사용했죠. 폭발이라는 순간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과 함께 팝콘을 먹다가 무심코 팝콘이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몇 안 되는 조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멈춘 우주의 순간과 같아요. 시간의 시작점, 빅뱅, 우주의 기원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형태는 나에게 중국의 수석과 일본식 정원에서 본 수석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극도로 작은 것과 거대한 것, 시간과 영원 그리고 덧없음을 관조하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2012년 모나코에서 열린 전시에서 저는 6점의 ‘빅뱅’과 함께 작은 젠 스타일의 정원을 만들었어요.





5 Siren, 18K gold, 88×65×50cm, 2008
6 History Painting (London, 8 August 2011) ROYBWN, Oil on Canvas, 210×135cm, 2011
7 Planet, Painted bronze and steel, 398×926×353cm, 2008

‘행성’은 길이가 거의 10m, 높이가 약 4m, 무게가 7톤에 이르지만 무중력 상태로 땅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주 속 무중력 상태’라는 설명이 이중적이고 신비롭게 들립니다.
‘행성’은 아들의 알레르기에 관한 것이자 환경보호론에 관한 것입니다. ‘행성’은 거대하지만 매우 취약한 대상이죠. 저는 ‘행성’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세계의 안과 밖 존재에 대한 감각을 동시에 느끼도록 했습니다. 당신은 작품이 매우 무겁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청동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매우 가벼워 보입니다. 작품을 통해 작품이 속한 세계와 환경을 생각하고, 우리 세계의 취약성과 이로 인한 사람들의 협력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2005년 열린 개인전 <화학적 생명 유지(Chemical Life Support)>(‘이노사이언스(Innoscience)’가 포함된 전시)와 ‘우주’를 연결해 생각하면 더욱 궁금해집니다. 전시한 조각들은 각 주체를 살아 있게 하는 약물과 혼합한 고분자 왁스로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바닥에 거의 닿지 않도록 설계했죠. 약물이 섞인 재료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누워 있는 자세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나요?
마치 무중력 공간에 있는 것처럼 바닥에 거의 닿지 않는 상태로 잠을 자고 있는 인물을 생각했어요. 이 자세는 약물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일종의 가사 상태를 표현합니다. 현대 의학에 의해 인류는 삶을 유지합니다. 의학을 통해 때로는 죽음을 이겨내기도 하죠. 이러한 사실이 초자연적인 느낌을 줍니다.



‘사이렌(Siren)’(2008년)과 ‘좀비 보이(Zombie Boy)’(2011년)는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요가 자세의 여성과 타투로 뒤덮인 남성, 금과 콘크리트 등 대조적이면서도 어떤 일관성이 느껴지죠. 이 둘 사이에 당신이 의도한 뭔가가 있을까요?
‘사이렌’은 환각의 조각이며 완전성, 불변성, 영속성, 부유함, 아름다움을 열망하는 우리 사회의 내적 욕망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러한 욕망은 인간이 집단적으로 만들어낸, 사실상 암시일 뿐입니다. 케이트 모스를 조각한 작품이지만 완전한 그녀도 아니죠. 저는 패션 매거진, 포토샵,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말도 안 되게’ 완벽한 이미지를 담았으니까요. 작품은 그녀에 대한 둥둥 떠다니는 환영과 같습니다. 실제 케이트 모스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일상을 살고 나이를 먹고 언젠가 죽겠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이상적 이미지로 대체됩니다. 우리가 창조한 여신의 모습으로 말이죠. 인간은 항상 자신보다 위대한 무엇을 갈망합니다. 종교가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유명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금이 우리 모두 합의한 특정 가치를 지닌 가장 귀한 금속이라고 생각해요. ‘사이렌’은 물질이 우리의 꿈과 욕망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지에 대한 예시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이렌의 노래에 이끌리다 암초에 부딪혀 난파한 선원들처럼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에요. 그런가 하면 ‘좀비 보이’는 약간 다릅니다. 그 작품은 개인적 신화나 문화에 대한 생명 활동을 되찾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죠.



‘좀비 보이’를 3.5m 높이로 확대한 청동 조각 ‘자의식 강한 유전자(Self-conscious Gene)’를 2019년 가을 런던 과학박물관의 해부학 갤러리에서 선보입니다. ‘자의식 강한 유전자’는 어떻게 계획했나요?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당신에게 작품을 의뢰했을 때 ‘좀비 보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런던 과학박물관의 해부학 갤러리와 ‘좀비 보이’를 연결한 것은 매우 흥미로워요. 처음 릭(Rick Genest, 좀비 보이)은 10대 때 뇌종양을 극복한 후 문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해부학과 신체의 내부에 사로잡혔고, 그것을 자신의 신체 외부에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종교적 구원이 없는 현시대에 어떻게 사람들은 자신만의 문화를 창조하는지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당신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다시 전시를 열고 싶어요. 곧 그럴 수 있도록 작품 활동에 집중할 것입니다.





8 The Shadow of the Clouds, installation view at the Monaco Museum, 2012
9 Self, Blood(artist’s), stainless steel, Perspex and refrigeration equipment, 208×63×63cm, 1991

 


마크 퀸
마크 퀸은 자연과 인간의 욕망, 정체성과 아름다움, 시간의 지속성과 작품의 일시성 등 상반된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며 역사와 철학, 사회, 예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이어온 작가다. 1995년 런던 테이트 갤러리, 1999년 쿤스트페라인 하노버, 2000년 밀라노에 위치한 프라다 파운데이션, 2006년 로마 MACRO, 2009년 바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같은 해에 댈러스의 고스-마이클 파운데이션, 2012년 모나코 해양박물관, 2015년 런던 서머싯 하우스 등에서 전시를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류정화(전시 기획자)   사진 제공 마크 퀸 스튜디오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