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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9

FOR THE BLUE PLANET

사상 최대의 쓰레기 대란으로 지구는 숨죽이던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우리 모두 환경운동가가 되어야 하는 이 시점, 환경문제를 조금 더 지척에서 바라보는 각기 다른 분야 3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세 가지 시선을 읽는다.



쓰레기 없는 소비가 가능한 사회로
일회용 종이컵이 처음 탄생한 건 1907년이다. 당시 평범한 학생이던 휴 무어(Hugh Moore)가 자판기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자판기에 사용하는 유리컵이 자주 깨진다”는 불평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한 것이 바로 종이컵이다. 당시 보건학자였던 새뮤얼 크럼빈 박사는 인간을 바이러스로부터 구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후 1950년대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세상에 나왔고, 1960년대에는 미국 슈퍼에 일회용 비닐봉지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유리병 일색이던 포장재는 페트병, 플라스틱병, 캔, 비닐로 대체되어갔다. 그때만 해도 세상은 더 깨끗하고 편리해진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검은 그림자가 인류를 덮치게 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년에 바다로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1000만 톤이 넘는다.양쯔강을 통해 서해 바다로 흘러오는 쓰레기만 연간 150만 톤. 문제는 바다로 나온 쓰레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져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식탁으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 가면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 한 마리당 플라스틱 5개가 떠다니고, 바닷새의 90%는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쓰레기가 쏟아지는 만큼 자원의 소비는 늘어나고,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국에선 연간 1억5000만 톤의 쓰레기가 나온다. 그 쓰레기를 2년 6개월 동안 모으면 달까지 갈 수 있는 가로세로 1m 기둥을 만들 수 있다는 우스꽝스러운 얘기도 있다. 그중 플라스틱 쓰레기만 연간 700만 톤에 이른다. 한국은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한데 쓰레기 매립장의 사용 연한은 30년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다 사업장 쓰레기를 묻을 수 있는 매립장의 사용 연한은 평균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러다 국토가 쓰레기로 뒤덮이는 건 시간문제다. 그 전에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재편이 필요하다. 현재 경제 시스템은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를 통해 작동한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곧 경제 파탄을 의미한다. 수많은 사람이 지옥 같은 고통의 수렁에 빠진다는 의미다. 부와 일자리는 끊임없이 창출하면서 자원의 소비는 최소화하는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의 욕망도 물질 소비를 통해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실현과 가치의 실현을 통해 고양될 수 있도록 인문학적 토대가 굳건한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인간의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개개인의 각성이 절실하다. 개인의 각성은 실천과 행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는 것은 구조의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개인이 쓰레기 없는 소비를 할 수 있는 구조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구조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저항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매장에서 물건을 산 후 과대 포장된 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분리해 버리고 오는 운동으로, 업체에 유통 과정에서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해 진행한다)은 상품의 소비에만 혈안이 된 생산자와 유통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반란이다. 화려한 포장이 아니라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포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미세먼지로 시작, 쓰레기 대란을 거쳐 사상 최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전 국민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2018년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혁명이 일어난 해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_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플라스틱을 새로운 대안으로
현대인의 삶은 대개 이렇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매트리스에서 자고 일어나 플라스틱 변기 뚜껑을 닫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만큼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해 있다. 현대는 곧 일회성의 시대다. 오늘날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은 일회용품에 쓰이고 버려지며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모든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온다’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재활용률 1위 국가인 독일에는 공병 보증금 제도를 일컫는 ‘판트(Pfand)’라는 제도가 있다. 플라스틱병에 담긴 물과 음료를 구입할 때 명시된 가격보다 의무적으로 0.25유로를 더 지불하는 것인데,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환경보호 제도로 회자된다. 소주병이나 맥주병 같은 유리병에만 보증금 제도를 적용하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한 차이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일회성 문화와 인식을 조금만 바꿔도 지속 가능성에 희망적이지 않을까? 지난해 철거 예정인 마을에서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나주 밀레날레 프로젝트’는 나의 이런 발상을 현실화한 작업이다. 대표적 ‘일회성’ 물질인 플라스틱이라는 재료를 반복적으로 배치해 현대 자본주의사회와 대량생산 체계의 획일화된 욕망을 부각하고자 했다. 이 건축 프로젝트 역시 ‘임시’라는 점에서 어쩌면 일회성 플라스틱과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건축자재로 1500개의 특수제작한 반투명 바구니를 사용했는데, 이는 나주의 특산물인 배를 담는 일반 바구니의 원료를 외부 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바꾸고 UV 차단제와 경도제를 추가해 재생산한 것이다. 나주 배 바구니의 기존 성형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 생산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킬 수 있었다. 건물이 철거되면 그것을 감싼 1500개의 바구니는 해체 후 다시 일상의 기능으로 돌아가 재사용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하다는 얘기다.
틀에 넣어 만든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세인(plassein)’이 어원인 플라스틱,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강화플라스틱으로 이를 대신한다면 짓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모델하우스나 파빌리온 등의 임시 설치물에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건축자재로서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PC),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등)은 가공성형이 쉽고 하나의 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공사 기간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듈화를 통해 조립과 해체가 가능해지면 재사용할 수 있고, 건물 철거 시 발생하는 건축 폐자재를 줄여 오히려 지속 가능한 소재가 된다. 모듈화한 조립식 구조가 발달한 독일과 달리 상대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부족한 한국 건축에서 많은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진다면 이런 플라스틱의 생산은 하나의 새로운 건축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_ 주현제(건축가, Baukunst)





각성하는 디자인
1990년대 이전에 태어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나바다’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이 네 글자를 장난스럽게 떠들고 다니던 어릴 적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나바다 운동은 그 시대의 구원 같은 것이었다. 귀에 못이 박이게 들은 아나바다 운동의 중요성은 지금도 나를 여전히 지배하는 듯하다. 한번 산 연필이 몽땅 연필이 될 때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꺼림칙한 자신을 보면.
2018년 현재 페트병 대란 같은 다양한 환경문제가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상 초유의 폭염이 찾아와 스마트폰에는 외출 시 주의하라는 재난경보 문자가 울린다. 상상 속에만 있던 환경문제를 우리의 현실에서 직면한 순간이다. 기억 속 아나바다 운동에 대한 오마주 프로젝트인 <문승지.ZIP: 쓰고쓰고쓰고쓰자>전은 이러한 환경문제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기획했다. 1997년 경제난을 해소하고자 전국적으로 일어난 아나바다 운동이 지금 환경운동 측면에서 다시 한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전시다.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우리가 물건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일상생활에서 한 번씩만 더 환경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바람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전시 작품 중 ‘포 브러더스(Four Brothers)’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한 장의 합판으로 자투리 없이 4개의 다른 의자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공장에서 의자를 생산할 때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산업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의자를 감상하는 관람객은 그 뒤에 숨은 무수한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그저 완성한 최종 결과물을 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엔 졸업 작품으로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한 것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둘 퍼져나가며 결국 글로벌 브랜드 COS와 협업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덕분에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디자이너는 결국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책무를 지닌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은 디자이너인 나에게 사명감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쉽게 환경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디자이너로서 한 번쯤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을 사용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해 좀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공감의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주변 사람에게 전달되고, 이런 행위가 반복되어 어떤 ‘무브먼트’가 일어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2018년식 아나바다 운동이다. _ 문승지(디자이너)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일러스트 최익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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