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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8 BEAUTY

Gender Neutral

  • 2018-08-21

한쪽으로 치우친 개념은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다. 뷰티 마켓 역시 성의 구분을 없앤 젠더리스 트렌드를 주목하는 중이다.



1 Acqua di Parma 콜로니아 오드 코롱 시대와 트렌드에 상관없이 모든 성별이 선호하는 시트러스 계열 향수.
2 Le Labo 핸드 포마드 패키지부터 향기까지 중성적 매력을 지닌 핸드크림. 맨즈 라인을 따로 전개하고는 있지만 브랜드의 전 제품이 사실상 남녀 모두에게 어필한다.

“향수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최근 젠더리스 트렌드를 실감해요. 특히 하이엔드 향수일수록 남성용과 여성용의 구분이 거의 없어지고 있죠. 패션업계에선 중성적 트렌드가 지속되어왔는데, 이제 뷰티업계도 자연스레 그에 발맞춰 제품의 성 구분을 하지 않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 베니스에서 열린 보테가 베네타 파르코 팔라디아노 컬렉션 신제품 런칭 행사에서 만난 조향사 아망딘 마리(Amandine Marie)의 말이다. 이번에 그녀가 완성한 향수 역시 싱그러운 그린 계열에 그윽한 우드 향을 더해 남녀를 불문하고 선호할 만한 향기가 특징.
최근 뷰티업계는 이처럼 여성 혹은 남성 전용 제품이 아니라 남녀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늘려가는 추세다. 패션에 비해 성구분이 엄격한 편이던 뷰티업계도 전통적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 변화와 함께 성별의 경계를 점차 허물고 있는 것이다. 아망딘의 말처럼 니치 향수일수록 더 이상 ‘포 맨’, ‘포 우먼’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기존 향수보다 가격대가 높은 만큼 고객층을 굳이 성별로 한 번 더 좁히지 않으려는 마케팅 전략도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향조에 대한 대중의 편견이 많이 흐려진 것도 이런 현상에 일조한다. 한 예로 아쿠아 디 파르마는 예전엔 말끔한 슈트 룩의 남성을 위한 향수라 생각한 브랜드였다. 하지만 최근 아쿠아틱 향조에 상큼한 시트러스 향을 가미한 블루 메디떼라네오 라인이나 콜로니아 오 드 코롱은 남성 스킨 향도, 달콤한 프루티 향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느낌으로 다수의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다. “아쿠아 디 파르마는 특정 성을 표현하는 향수가 아니라 클래식하고 우아한 감성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향수예요. 플로럴이나 시트러스는 여자의 향, 우드나 머스크는 남자의 향이라는 경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죠. 향수야말로 성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제품이니까요.” 브랜드 홍보를 담당하는 김태연의 설명이다. 최근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뷰티 브랜드는 향기만큼 패키지도 중성적이다. 지극히 내추럴하거나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현재 대중의 감성이 젠더리스 트렌드와 시기적절하게 어우러진 결과다.








3 Byredo 집시 워터 스파이시 페퍼와 레몬의 상큼한 향이 우디하게 전개되는 향으로,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4 CK 씨케이 원 1994년에 탄생한 대표적 유니섹스 향수. 시트러스 머스크 계열로, 시대 분위기와 더불어 1990년대 못지않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5 Nars 멀티 액션 하이드레이팅 토너 남성 피부에도 사용하기 적합한 오일프리 포뮬러는 물론, 장식 요소를 최소화한 심플한 패키지가 모든 고객의 구미를 당긴다.
6 Aesop 인 투 마인즈 페이셜 토너 복합성 피부를 위한 토너. 피부진정을 돕는 상쾌한 질감과 중성적인 갈색 보틀이 특징이다.

심플한 유리 보틀에 블랙 반구형 캡을 매치한 바이레도, 이제는 브랜드 시그너처가 된 매끈한 갈색 보틀의 이솝, 패키지에 모노톤컬러를 반영한 르 라보 등이 대표적. 국내 브랜드 탬버린즈 또한 지극히 페미닌하지도, 지극히 딱딱하지도 않은 패키지를 입고 남녀 고객에게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탬버린즈 제품 디자이너 고도은은 요즘 뷰티업계가 젠더보다는 에고를 중시해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고 답한다. “사회 전반적 흐름이 집단보다는 개인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탬버린즈는 ‘고객이 남성인가, 여성인가, 혹은 젠더리스인가’ 같은 구분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 개인이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가’에 대한 질문을 우선시하며 제품을 개발하고 있죠.” 사회가 규정한 성 역할이나 모습을 따르기보다 그저 내가 사용하는 제품을 통해 나다움을 드러내는 시대가 되었다. 뷰티 브랜드에서 선입견을 덜어낸 시선으로 소비자를 겨냥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식 변화는 분명 반가운 일. 뷰티 숍에서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트하는 남자, 화이트 셔츠 소매에서 묵직한 레더 향이 흐르는 여자가 어우러져 사는 세상은 분명 이전보다 매력적일 테니까.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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