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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18 FEATURES

Part 2. LET THE MUSIC FLOW

  • 2018-07-13

영화음악 감독은 어떤 사운드트랙에 울고 웃을까? 그들의 플레이리스트엔 어떤 영화음악이 담겨 있을까? 영화 속 명곡으로 바캉스 플레이리스트를 꾸린다면? 여기 그 해답이 담겨 있다.

 

 

신이경, 영화보다 아름다운 음악

<바그다드 카페> 1987
제베타 스틸이 부른 ‘Calling You’는 영화보다 잘 알려진 주제곡으로 유명하다. 잘 만든 주제곡 하나로 대사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의 음악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오죽하면 주제곡 하나를 여한 없이 잘 돌려쓴(?) 음악감독 밥 텔슨이 부러울 따름. ‘Calling You’와 대비를 이루는 바흐의 평균률 프렐류드도 나름 매력이 있다. 붉은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한복판에서 문득 이어폰을 꽂고 ‘Calling You’를 듣는다면 마음속 메아리로 내 가슴을 울릴 것 같다.



 


<피나> 2011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빔 벤더스의 3D 다큐멘터리 <피나(Pina)>는 거대한 음악의 향연으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춤출 수 있는 모든 곡이 담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 말러, 퍼셀, 준 미야케, 톰 한라이히를 비롯해 1950~19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 빅밴드와 재즈 민속음악은 보는 이를 흠뻑 취하게 한다. 작품 ‘Full Moon’에서 물속을 가로지르는 무희들의 발과 환상적인 무대를 보는 기쁨은 차마 말로 다할 수 없다. 가장 매료된 춤곡은 피나의 1978년 작품 <카페 뮐러>에 쓰인 중세 바로크 음악인 퍼셀의 아리아. 목관악기와 어우러진 처연한 아리아의 울림은 자체로 피나의 혼을 담는다.



 


<남과 여> 1996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는 영화 전체가 한 곡의 음악 같다. 흑백과 컬러를 교차 편집한 인상적인 영상 기법과 예각적 시각으로 섬세한 구성을 만들어낸 영화는 시와도 닮았다. 음악감독을 맡은 프랑시스 레이는 경음악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클래식한 스트링 선율과 현대 악기의 언밸런스적 앙상블을 즐긴다. 최고 음역대에서 물결처럼 애잔하고도 유유히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과 볼륨을 과장되게 키운 오스티나토 형식의 일렉트릭 베이스를 감쪽같이 조합한다. 나지막한 삼바와 스타카토처럼 톡톡 튀는 메인 테마는 끝을 모르게 뻗은 드라이브 길 위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


신이경
피아노 솔로 음반 <비 오는 숲>으로 데뷔한 신이경 음악감독은 <하모니>를 비롯해 <퇴마: 무녀굴>, <용의자X>, <이웃사람>, <가면> 등의 음악을 감독했고 <국제시장>, <장화홍련>, <왕의 남자>, <마더> 등의 음악에 참여했다.





필름메이드, 사랑의 소리

<노트북> 2004
인생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트북(The Notebook)>. 순수하고 열정적인 러브 스토리를 다룬 영화에 음악감독 애런 지그먼은 클래식 악기의 선율이 돋보이는 오리지널 스코어와 재즈 음악의 조화로 아련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냈다. 수록곡 가운데 ‘I’ll be Seeing You’라는 재즈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빌리 홀리데이와 지미 듀런트의 두 버전을 수록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가사도 주옥같지만, 서로 다르게 편곡한 곡의 분위기와 재즈 싱어의 매력적인 보컬을 비교해 듣는 묘미가 있다.



 


<원 데이> 2011
<원 데이(One Day)>의 음악을 맡은 레이철 포트먼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감독이다. <원데이>를 처음 보게 된 이유도 바로 그 까닭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 내용이 내 첫사랑과 아주 닮은 듯해서 놀랐다. 앨범을 들을 때마다 첫사랑의 추억이 떠올라서 어쩐지 애틋하고 가슴이 아프다. 그중에서도 레이철 포트먼이 작곡한 ‘One Day Main Titles’를 가장 좋아한다. 메인 타이틀을 편곡하거나 제목을 바꿔 영화에 삽입했는데, 이 곡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미지를 잘 표현해낸다. 이 곡이 영화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레터스 투 줄리엣> 2010
언젠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문득 <레터스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의 음악을 꺼내 들은 기억이 있다. 50년 전 옛 사랑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 베로나로 떠난 영화 속 백발의 클레어는 여전히 사랑의 설렘을 간직하고 있다. 배경이 된 도시 베로나는 그 사랑만큼이나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도시였다. 그보다 더 로맨틱한 OST에는 이탈리아 음악감독 안드레아 구에라의 여러 곡과 이탈리아 올드팝, 테일러 스위프트와 콜비 카레이 등 팝아티스트의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곡은 안드레아 구에라의 ‘What If’다. 영화 전반의 잔잔한 선율은 여행 중 고단한 마음을 달래준다.


필름메이드
영상, 음악, 사운드는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하에 ‘필름메이드(Film+Aid)’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는 영화음악 팀. 박희원, 박은실, 한한나가 소속되어 있다. 필름메이드는 올해 영화 <검객>을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김정범, 상상 속의 멜로디

<이터널 선샤인> 2004
음악감독 존 브라이언의 사운드트랙 중 최고로 손꼽는 명작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음악에도 색채와 질감이 있다면 이 앨범이야말로 가장 풍부한 색과 결을 지니지 않았을까. 사랑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가정한 놀라운 상상력이 이미지에 발현하는 힘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이 사운드트랙이다. 기억의 조각을 거침없이 끌어내는 음악의 힘을 지닌 곡 ‘Theme’이 최고의 명곡이다.



 


<맛을 보여드립니다> 2000
브라질 음악의 입문서로 추천하는 명반 중 하나. 페넬로페 크루즈의 <맛을 보여드립니다(Woman on Top)>의 OST 음반은 나에게 본격적 음악 활동의 시작인 밴드 푸딩의 음악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정통 브라질 리듬과 감미로운 멜로디의 향연이 이국적인데, 그중 남녀 혼성 듀오가 빚어내는 브라질 음악의 낭만이 담뿍 밴 곡 ‘Voce’를 가장 좋아한다. 듣는 순간 청명한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곡. 그러니까 이 여름에 딱이다.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2015
멜로드라마 음악을 이렇게 멋지게 풀어낼 수도 있나? 놀라움의 연속인 영화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는 아쉽게도 사운드트랙은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 브라이언 에노의 전자음악과 안토니오 비발디, 히치콕의 옛 영화음악이 뒤섞여 전혀 예상치 못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전자음악과 드라마 장르가 만날 때의 기묘한 아름다움은 ‘The Big Ship’이라는 곡에서 극에 달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2017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동시대 영화음악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독특한 멜로디 구성과 짜임새가 탄탄한 오리지널 스코어, 더불어 글렌 밀러의 음악과 르네 플레밍의 보컬을 곁들인 음반은 이 이상 낭만적일 수 없다. 특히 르네 플레밍이 부른 ‘You will Never Know’란 곡을 듣고는 그의 보컬이 이토록 재즈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무릎을 탁 쳤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항공우주연구센터인데, 이 앨범을 들으면 종로가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김정범
유재하음악경연대회를 통해 뮤지션으로 데뷔한 김정범은 팝재즈 밴드 푸딩으로 활동했고 푸디토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적 뮤지션들과 작업했다. 영화 <멋진 하루>의 음악을 감독해 트라이베카 영화제,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뒤 <러브토크>, <577 프로젝트>, <롤러코스터>, <허삼관> 등을 작업했다.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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