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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18 FEATURES

Part.2 청춘, 시절

  • 2018-07-10

사진작가 8명이 앵글에 담은 청춘의 비늘.




조기석

허무와 공허, 희망이 뒤범벅된 시절이 있었다. 미술 학원이 끝나면 삐걱거리는 자전거 위에서 지는 해를 바라봤다. 타 들어갔고, 스쳐갔고, 저물어가는 형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는 청춘의 나날, 하늘은 푸른색이었지만 마냥 청청하지만은 않았다. 미소를 띨 때도 늘 텅 빈 감정의 틈새가 있었다. 맑은 눈의 단발머리 소녀를 보며 나는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린다. 희망차고 허무하며 공허한 그날의 기억을…. 플리츠 장식 블라우스 Giambattista Valli, 메탈 스트링 장식 미니스커트 Chloe'.

모델 이주원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스타일링 정희인









윤송이

웃어봐. 그래, 웃으니까 그렇게 예쁘잖아. 1년 전, 모델이 되기로 한 혜영의 첫 사진을 찍었다. 혜영은 티셔츠에 속옷 차림이었고, 나도 서툴기로 치면 벌거벗은 거나 다름없었다. 해가 바뀌고 우리는 뜨거운 여름에 다시 만났다. 우린 많이 변했을 테지만 뷰파인더로 본 혜영의 눈, 코, 입엔 1년 전 그날처럼 말간 청춘이 깃들어 있었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은 한 떨기 청춘. 다시 오지 않을 순간에 바치는 필름은 쉴 틈 없이 돌아갔다. 모기가 찌르는 여름밤의 생태 공원은 잔인하나, 또 서늘하게 아름다웠다. 골드 네크리스 Chloe',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 Miu Miu.

모델 선혜영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스타일링 정희인









곽기곤

무엇이든 벗어던지게 하는 푸른 바다 앞에 선다. 광기와 분출 그리고 자유는 청춘의 다른 언어다. 절절 끓는 태양과 활력 앞에서 여인은 어떤 시선에든 꼿꼿하다. 다시없을 찬란한 순간을, 시리도록 하얀 햇살을 온몸으로 만끽한다. 조금의 거리낌이나 주저함도 없이 무한한 바다를 향해 바로 선다. 위태로운 청춘의 아찔한 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실크 롱 개더스커트 Stella McCartney, 비키니 브리프 Daze Days, 골지 소재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델 안나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스타일링 정희인









박경일

Never Mind. 그녀의 눈빛이 당신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관습이나 전통, 매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 난 지금보다 더 많고 커다란 사랑을 원해.’ 그 시선은 저 너머에 있는 본질적 자유를 본다. 이제 갓 여자가 된 소녀의 자유분방함과 자신감은 어떤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건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고 솔직한 욕망이다. 발칙하거나 외설적이지 않다. 되레 근원에 가까운 순백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아라와 깃털 장식 헤어피스는 사진가 박경일 제작.

모델 메이유(Meiyue)   헤어 박규빈   메이크업 이나겸   스타일링 정희인









박현구

어떤 색으로도 명징하게 표현할 수 없는 푸르름의 어디쯤. 어디론가 맹렬히 다가가지도, 멈춰 서지도 못하는 모호하고 흐리멍덩한 순간의 어디쯤. 그 아슬아슬한 찰나에 불안하지만 자유로운 청춘의 한때가 있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좋을지 스스로 묻지 않아도 좋다. 거울 속 내가 나를 향해 웃어주면 그만일 뿐. 치기 어린 한때가 색으로 빛나는 순간의 시절은 짧아서 더 아름답다. 브이넥 하늘색 롱 드레스와 광택을 더한 슬립 드레스 Nina Ricci, 주얼 장식 이어링 Ce'line.

모델 서유진   헤어 김귀애   메이크업 이숙경   스타일링 정희인









정재환

청춘은 당신과 나 사이 내밀한 암호 같은 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공간으로 숨어드는 도피이자 태초의 숲속을 부유하는 행위다. 여름 한낮 볕처럼 찬란하지만 때때로 위태롭게 느껴진다. 청춘은 한순간 아름답게 피고 찰나에 진다. 그 짧은 생명력을 알기에 때로 몸짓은 흐릿하고 티 없이 맑은 웃음도 슬프게 느껴진다. 짙은 녹음 아래 싱그러운 청춘이 피었다. 아직 피어 있다. 의상은 모두 본인 소장품.

모델 윤승아









김현성

초여름 햇빛이 창문을 넘는다. 여자는 5평 남짓한 공간에서 노닌다. 보위 LP에 맞춰 몸을 흔들고 도발적 컬러의 립스틱을 바른다. 책을 몇 장 넘기다 이내 SNS를 뒤진다.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여자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뉜다. 어느덧 바깥 기온은 39°C. 살갗에 땀이 맺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마 이 뜨거운 여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 그러거나 말거나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이 없을까, 이 무료함을 잘라낼 가위가 없을까’라는 표정의 한낮이 이어진다.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자연스러운 워싱 데님 쇼츠 Levi’s.

모델 김보라   헤어 & 메이크업 하나   스타일링 정희인








최용빈

청춘의 혼란과 뒤엉킨 서사엔 까닭이 없다. 청춘은 태생적으로 양서류처럼 가시거리가 짧고 낮은 발화점을 지녔다. 쉽게 겁먹지만 흔하게 분노하고, 희열에 가득 찼다가도 쉬이 무너진다. ‘오후 4시면 죽고 싶고, 오후 4시면 살고 싶던 감각’ 같은 것이 아직 성긴 나이테에 치덕치덕 들러붙어 있다. 신체와 정신, 실존하는 모든 것의 배열을 바꾸고 싶다. 얼굴과 머리칼, 곧 시들 꽃 같은 생생한 육체를 어떤 프레임에 가두고 싶다. 그런 욕망이 현실을 재정립한다.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남은 불완전한 구도에서 완벽한 청춘이 탄생한다.

모델 박혜진   헤어 김귀애   메이크업 이숙경   스타일링 정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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