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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8 ISSUE

얼마나 팔았어요? 얼마에 팔았어요?

  • 2018-06-09

아트 바젤 홍콩이 끝난 지금, 가장 궁금한 건 국내 갤러리들의 판매 실적일 것이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 11곳의 실적을 살폈다.

1 아트 바젤 홍콩에서 국제갤러리가 판매한 박서보의 2017년 작품 ‘Ecriture No.170603’.
2 아트 바젤 홍콩에서 학고재가 판매한 신학철의 ‘The June Democratic Uprising and the Laborer’s Demonstration of July’.

세계 미술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아트 바젤 홍콩 2018’이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3월 27일 열린 VIP 오프닝을 시작으로 수많은 관람객을 모으며 3월 31일 성황리에 종료됐다. 세계 미술 시장 거래 규모가 한 해에 63조 원 정도 된다는데, 아트 바젤 홍콩은 미술 시장뿐 아니라 홍콩의 내수 진작에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페어 기간에 홍콩 시내는 곳곳에서 몰려든 미술 애호가로 어딜 가도 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6회를 맞이한 아트 바젤 홍콩엔 총 32개국 248개 갤러리가 참여해 3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 판매했다. 메인 행사는 주요 갤러리 195개가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Galleries)’와 중견급 주요 작가를 집중 소개하는 ‘인사이트(Insights)’ 섹터. 올해는 한국 갤러리 11개가 아트 바젤 홍콩에 함께했다. 국제갤러리·학고재·아라리오갤러리·PKM갤러리·원앤제이갤러리·리안갤러리가 갤러리 섹터에, 313아트프로젝트·갤러리바톤·갤러리EM·조현화랑·우손갤러리가 인사이트 섹터에 참여해 나름 실적 호조를 보였다.
페어는 진작에 끝났지만, 이 기사를 쓰는 5월 1일 현재 세계 주요 갤러리들은 애프터 세일즈를 하느라 여전히 바쁘다. 여느 상품을 살 때와 달리 미술 시장은 신용거래가 기본이라 페어 기간에 작품을 예약하고, 이후 인보이스 발급과 송금, 운송 등을 거친 후에야 컬렉터의 집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과가 좋은 갤러리일수록 페어가 끝난 후 할 일이 더 많다. 이번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한 한국 갤러리들은 어떤 성과를 냈을까?
2013년 아트 바젤 홍콩 첫 회부터 꾸준히 참여해온 국제갤러리는 올해 한국 근·현대미술을 더욱 밀도 있게 소개하겠다는 각오로 부스를 소규모 미술관 컨셉으로 꾸몄다. 근대 작가 유영국의 작품을 해외 아트 페어에 처음 선보였으며, 백남준의 작품도 작가 최고가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양혜규의 작품 10여 점이 모두 판매된 것도 주목할 만했으며, 단색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재차 확인했다. 하종현의 ‘Conjunction 17-17’과 ‘Conjunction 17-15’, 박서보의 ‘Ecriture No.170603’, 권영우의 ‘Untitled’ 그리고 이우환의 ‘Dialogue’가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의 윤혜정 실장은 “캐비닛 섹터에서 선보인 김용익 작가의 작품 6점을 판매했는데, 특히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 의미 있는 문의가 많았다”고 밝혔다.
학고재는 아트 바젤 홍콩이 상업적 아트 페어임에도 민중미술가 신학철과 강요배,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한 사진작가 노순택의 작품을 비롯해 윤석남과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백남준의 작품을 찾는 이가 많았으며, 그의 작품 2점을 높은 가격에 판매했다. 노순택의 작품도 관심을 모아 결국 판매로 이어졌다. 현재 윤석남의 ‘구룡폭포’는 애프터 세일즈 중이다. 이들은 올해 29점의 작품을 들고 가 대부분을 판매했다. 김한들 큐레이터는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장을 담아낸 노순택 작가의 ‘가뭄’ 시리즈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은 것이 이례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올해 백남준과 김구림, 김태호, 나와 고헤이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인카운터’ 섹션에 수보드 굽타의 설치 작품 ‘Start.Stop’을 선보여 주목받았으며, 이 열기가 부스에 전시한 그의 작품 ‘Cosmic Void’로 이어져 아시아 지역의 미술관에 판매됐다. 일본 작가 나와 고헤이의 작품은 타이완의 개인 컬렉터에게, 중국 작가 천창의 작품은 아트 바젤 홍콩의 후원사인 스위스 은행 UBS에 팔렸다. 아라리오갤러리의 주연화 디렉터는 “설치 작가의 작품을 주로 들고 간 지난해에 비해 수익은 늘었지만, 총판매 금액이 수백억 원 정도 되는 해외 블루칩 작가들의 그것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페어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3 아라리오갤러리가 판매한 수보드 굽타의 ‘Cosmic Void’.
4 이배의 작품으로 꾸민 조현화랑 부스.
5 갤러리EM이 아트 바젤 홍콩에 소개한 채지민의 ‘The Cropped Tree on the Field’.

아트 바젤 홍콩 참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메인 섹터인 갤러리에 진입한 리안갤러리는 이건용과 남춘모, 박종규, 하태범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아트 바젤 홍콩 인사이트 섹터에 소개한 박종규 작가는 올해 부스에 직접 작품을 설치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리안갤러리의 심영은 큐레이터는 “올해는 특히 컬렉터들이 남춘모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으며, 독일의 루트비히 미술관에선 내년에 개인전을 제안해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다소 흥분된 톤으로 페어 후기를 전했다. 권강현, 박미나, 오승렬 작가의 작품을 들고 간 원앤제이갤러리의 안민혜 팀장은 “설치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지만, 실제로 거래된 작품은 대부분 평면 작품이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또 윤형근, 코디 최, 전광영, 이불,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의 작품을 선보인 PKM갤러리는 “부스를 찾은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많았지만 실적은 비슷했고, 가져간 작품 중 70%를 판매했다”며 “특히 올라푸르 엘리아손, 전광영, 윤형근의 작품이 인기 있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 섹터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들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처음으로 아트 바젤 홍콩에 참여한 조현화랑은 청도 출신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하는 이배 작가의 작품을 들고 가 주목받았다. 이배 작가는 페어 기간에 홍콩을 찾아 직접 컬렉터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조현화랑의 주민영 디렉터는 “페어에 처음 진입한 갤러리는 보통 3회까지 판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실적이 좋았다”며 “총 9점의 작품을 들고 가 130호(약 8만 달러)의 대형 작품 2점과 30~50호(약 3만5000~4만5000달러)의 작은 작품 5점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페어에 참여한 우손갤러리는 1970년대 대구 현대미술계를 주도한 이강소 작가의 페인팅과 조각 작품으로 부스를 꾸몄으며, 판매 최고가는 2억 원 선이었다. 우손갤러리의 조수현 큐레이터는 “아트 바젤 홍콩 이후에도 이강소 작가의 작품에 대한 컬렉터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갤러리EM의 김미래 큐레이터는 “이재이와 채지민 작가의 작품 15점을 가져가 7점을 판매했으며 그중 최고가 작품은 1200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갤러리바톤과 313아트프로젝트는 각각 애나 한 작가와 제여란 작가의 작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아트 바젤 홍콩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페어 공식 오픈 전에 입장이 가능한 VIP 패스를 발급받은 한국인 수는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는 국제 미술 시장에 대한 한국 컬렉터의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국내 갤러리 또한 해외 컬렉터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뜻한다. 매년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는 아트 바젤 홍콩. 내년에 이곳에서 국내 갤러리들은 또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까? 현대미술의 전위성과 시장의 ‘밀당’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본격 ‘현대미술 마켓’에서 우리 갤러리들의 지속 가능한 흥행을 기대한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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