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JUNE. 2018 CITY NOW

도심 속 휴양지

  • 2018-05-31

유치할 거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어린이 미술관의 쉽고 재미있는 미술을 들여다본다.

오자와 쓰요시의 ‘Vegetable Weapon: Saury Fish Ball Hot Pot Tokyo’(2001년).

“올여름에 뭐 할 거야?” 여름을 앞둔 안부 인사라도 되는 양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분위기에 휩쓸려 해외여행을 갈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싶다. 하지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 이런 당신에게 ‘어린이 미술관’을 추천한다. 그런데 왜 콕 집어 어린이 미술관일까?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문을 연 어린이 미술관은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미술을 제안하니 말이다. 그간 미술관 전시는 기본적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어린이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미술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현실이 따르지 못해 어린이 전시 교육 프로그램으로 마음을 달래왔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없다. 경계 없는 미술을 선보이는 어린이 미술관의 등장이 반갑다.











<잭슨 홍의 사물 탐구 놀이: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 전시 전경.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서울시 금호동에 있는 헬로우뮤지움은 커다란 코끼리가 맞이하는 어린이 미술관이다.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개관한 이곳은 국내 유수의 미술 기관 못지않은 작가 라인업을 자랑한다. 가령 6월 25일까지 열리는 <#NOwar>전은 오자와 쓰요시Tsuyoshi Ozawa), 전준호, 하태범, 허보리가 참여해 이를 증명한다. 전시는 예술로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세계시민 의식 향상을 도모한다. 주제에 맞게 엄선한 15점의 작품은 전쟁의 잔혹함,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일깨우며 미술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
전시도 전시지만 헬로우뮤지움의 강점은 교육 프로그램에 있다. 그중에서도 자랑거리는 ‘아트동동’이다. 90분간 에듀케이터와 함께하는 어린이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다. 헬로우뮤지움에 따르면 미술관 매너를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동선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며 예술적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고. 이어지는 체험에서 출품작을 재해석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 최대 10명으로 인원 제한을 두는 아트동동은 전시 오픈과 동시에 예매가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참여를 원한다면 서둘러 예약할 것을 권한다.
작품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전시를 찾는다면 중계동에 있는 서울시 립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로 향하자. 미술관은 색, 점, 선, 면 등 미술의 기본 원리를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는 전시를 꾸준히 기획해왔다. ‘선은 그어놓은 줄이다’ 같은 문장을 백 번 읽는 것보다 전시를 한 번 체험하는 게 낫다는 격언을 실천하는 셈. 8월 19일까지 열리는 <잭슨 홍의 사물 탐구 놀이: 달려라 연필, 날아라 지우개!>전은 사물을 보는 예술적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전시로, 디자인과 파인 아트를 넘나드는 잭슨 홍이 진두지휘한다. 특유의 재치와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인 연필, 지우개, 놀이터, 공룡 등을 결합한 작품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사과’. 잭슨 홍은 총 8개의 사과를 선, 면, 동양화, 서양화 등 각기 다른 방식과 판이한 재료로 표현했다. ‘사과는 당연히 빨간색이지’ 하며 한 가지 생각만 고집하는 어린이라면 다양한 표현 방식에 깜짝 놀랄지도. 여기에 함께 제공하는 워크북, 워크시트는 전시 관람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여름방학 과제로도 제격이다.











1 노현지의 ‘그 날의 맛(부분)’(2018년).
2 < Play Music, Play Emotion > 전의 감정 저장소 체험의 방 전경.

모두를 위한 미술관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는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성인이라도 이해하기 힘들고 지루한 설명. 어린이에게 보여주면 미술에 대한 선입견만 키울지 모른다. ‘눈높이 교육’이란 말이 있듯 수준에 맞는 설명이 필요한 법. 경기도 백현동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아티스트 인 북스>전은 6월 24일까지 마그리트, 피카소, 고흐, 박수근, 마티스 등 유명 작가를 그림책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전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쉽다’. 간결한 텍스트와 원작을 재해석한 일러스트로 구성한 서적은 복잡한 현대미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그림책’이라 칭했지만 ‘아트 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책의 퀄리티도 수준급. 벨기에의 일러스트레이터 클라스 베르플랑케(Klaas Verplancke)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함께한 <꿈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Magritte’s Apple)>, 모마(MoMA)의 기획전 <앙리 마티스: 컷아웃(Henri Matisse: The Cut-outs)>을 모티브로 그의 강렬한 색감을 재현한 <마티스의 정원(Matisse’s Garden)> 그리고 에디터도 국·영문판 모두 소장한 바버라 스톡(Barbara Stok)의 그래픽 노블 <반 고흐(Vincent van Gogh)> 등 모든 책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서울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원화와 스케치까지 공개하는 전시는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크리스티나 아모데오(Cristina Amodeo)의 <마티스의 정원> 원화(2014년).

한편 힐링 아트의 계보를 잇는 전시가 경기도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과 음악 치료는 수많은 심리 치료 중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로 각광받는 분야다. 8월 26일까지 개최하는 전은 두 예술 장르를 결합해 관람객을 위한 심리 센터 역할을 자처한다. 전시의 궁극적 목표는 내면의 진실함을 만나는 것. 따라서 키워드로 ‘경험’을 선정, 작품과 교류하며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치유와 공감의 단계에 도달하게 한다. 작품의 면면을 살피면 노현지의 ‘마음을 탐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감정 그리드’는 심리 상담 카드에 사용하는 감정 문구를 설치해 관람자가 직접 심리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돕는다. 감정을 색과 음악으로 표현하게 하는 리즈닝미디어의 ‘Emotion Candy’를 통해선 관람객이 서로 속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다. 여기에 심리 상담 전문가의 자문을 더했다니 전문성과 예술을 결합한 완벽한 힐링 아트라 할 수밖에. 어린이 미술관이니 아이들 중심이지만, 체험 기반 전시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픈 성인도 아우른다. 관람을 마치면 심리 상담을 받은 효과를 느낄 수 있을 테니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