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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8 SPECIAL

공간을 운영하는 작가들

  • 2018-06-08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미술 공간, 아티스트런 스페이스 (artist-run space)에 대한 아홉 가지 생각.

Questions
1.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2.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운영 방침은?
3. 지금껏 공간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4. 공간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5. 작가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는 장점, 혹은 단점은?
6. 당신이 생각하는 아티스트런 스페이스의 역할은?

 

남윤아·손지훈 작가의 ‘쇼앤텔(Show and Tell)’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53길 10

1. 신진 작가들이 마음껏 실험하고 작업물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표 작품 이미지 한 장, ‘Show: 보여줄 것’과 ‘Tell: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전시 지원서는 매우 간소하며, 공간과 장비 및 기자재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작품 설치와 철수를 포함해 한 달의 전시 기간을 준다. 공간엔 두 운영자(남윤아, 손지훈)가 수집한 굿즈와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방문하면 된다.
2. ‘작가 중심주의, 작가 부담 제로의 공간 운영’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명이다. 이를 꾸준히 평생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4. 화장실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개념의 전시를 기획할 예정이다.
6. 미술계의 정치, 공간의 권력화, 작업 성향의 획일화, 대관료 등 모든 부담에서 벗어나 작가가 본인의 예술 세계에 집중하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작가를 응원해주는 것.




박민수 작가의 ‘예술공간+의식주’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6길 52-19

1. ‘생활과 가까운 예술 공간’을 목표로 만들었다. 전시 기획 파트는 박민수, 일러스트 기획 파트는 조안나, 공간 디자인과 운영은 박윤정 작가가 맡았다. 기본적으로 2주 단위의 전시를 기획하며, 지금까지 총 16회의 전시와 워크숍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예술공간+의식주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하얀 벽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벽을 볼 수 있다. 거실에서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차를 마시며 예술에 대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예술 공간이다.
3. 성공보다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남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동료 예술인과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물론 ‘집’이라는 구조가 주는 편안한 느낌도 예술공간+의식주만의 힘이다.
6.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는 형식에 구애받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때로는 실험적이고, 때로는 상투적인 예술을 수용해 보여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동료 예술가와 협업하다 보면, 아티스트런 스페이스가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김지평 작가의 ‘산수문화’
서울시 관악구 조원로 154 대성빌딩 1층

1. 2016년 문을 열었다. 연간 2~3회의 자체 기획 전시 외에 외부 기획 전시와 대관 행사도 열린다. 사실 ‘산수문화’라는 이름부터 공간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동양에서 산수란 하나의 예술 양식이자 철학이다. 예컨대 산수화란 단어는 풍경화(landscape)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의미를 지녔다. 서구 미술의 언어로 쉽게 번역되지 않는 동아시아의 특수성에 주목하며 쓰이지 않은 역사, 전통 밖의 전통, 자연에 대한 사유를 드러내고자 한다.
2. 산수문화의 성격을 잃지 않는 동시에 오늘날 미술을 담아내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이를 위해 자문단과 전시 작가 선정 시 세대와 장르에 따로 경계를 두지 않는다.
5. 국내외 미술 기관과의 체계적 네트워킹, 그리고 작품 판매 부분에서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시 작가의 입장에선 분명 장점이다. 같은 입장에서 작가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는 예상치 못한 곳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간이 위치한 동네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6. 작가가 개인 작업과 공간 운영을 병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티스트런 스페이스가 계속 생기는 건 작가들이 피부로 느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주류 미술이 놓친 세심한 지점을 포착하고, 주류 미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헨리크 야코프(Henrik Jacob) 작가의 ‘쿨투르팔라스트 베딩 인터내셔널 (Kulturpalast Wedding International)’
Freienwalder Str. 20, 13359 Berlin, Germany

1.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재미있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추구한다. 예컨대 12시간 동안 작가 36인의 작업을 소개하고, 동시에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음악을 들려주는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 페스티벌도 벌써 3회째다.
2. 미술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주요 방침이다. 결과물보다 제작 과정이 중요한 작품, 시간을 재료로 한 작품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우리는 전시를 기획할 때 항상 ‘유머’ 코드를 가미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편하게 작품에 다가설 때 예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으니 말이다.
3. 베를린 지역의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예술가를 초청해 작업하고 있다. 초청 예술가는 아티스트 하우스에 거주하며 스튜디오를 이용하고, 전시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프로그램은 자유로운 미술을 표방하는 우리 공간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꾸준한 운영의 비결이기도 하다.
4.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는 대부분 이론에 치우치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예술가가 직접 전시를 기획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사실 작품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는 그것을 만든 예술가가 가장 잘 안다. 예술 이론이나 전시 주제가 예술을 따라야지, 그 반대가 되어선 안 된다.




김꽃 작가의 ‘공간 사일삼’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41다길 15-4

1. 공간 사일삼은 실패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자 무엇이든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위해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 공간은 작가 레지던시와 전시 공간으로 나뉘는데, 레지던시의 경우 입주 작가는 원하는 만큼 공간에 머무는 것은 물론 원한다면 전시 기획에도 참여할 수 있다. 입주 작가에게 받는 월세로 공간을 운영한다. 또 전시 공간은 ‘공간 사용 매뉴얼’에 따라 운영한다. 전시에 관한 모든 사항이 담긴 오픈 소스 매뉴얼로 누구나 웹사이트(www.41-3.org)에서 그 내용을 확인하고 전시를 제안할 수 있다.
2. 항상 작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한국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나 관행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공간 사일삼에 ‘접속’하는 작가에겐 동료로 다가서고 싶다. 공간 사용 매뉴얼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운영 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함께 지켜나간다면, 서로 쾌적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2009년부터 지금까지 임대료가 오르지 않았다. 건물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공간을 자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자립이 필수적이다.




이제 작가의 ‘합정지구’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40

1. 2015년 여러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다. 전시뿐 아니라 교육, 출판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 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동료와 협업 관계를 구축해 스스로 삶을 조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연대 속에서 개인의 존재감이 더 뚜렷해진다. 아마도 서로 목소리와 몸짓을 겹치며 동시대 예술의 가능성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기 때문일 것이다.
3. 운영팀의 성실함, 그리고 예술에 대한 존중과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추가로 어려운 시기마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해온 것, 각종 지원 제도를 포함해 빠르게 변하는 미술계의 환경에 잘 적응해온 것도 한몫했다.
4. 올해 오픈한 합정지구 웹에 전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회원제 미술품 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유어크레딧’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합정지구 콘텐츠를 활용한 디자인 상품 제작도 시도해보려 한다. 영상 작가 김웅용이 진행하는 예술영화 스크리닝 등 커뮤니티 모임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6.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는 전시뿐 아니라 공동체를 연결하는 문화 공간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합정지구만 해도 서울시가 지원하는 마을 예술 창작소 ‘개와 고양이의 정원’을 운영, 시민을 대상으로 DIY 워크숍과 그림 워크숍을 연다. 지역, 장르, 세대를 넘어 일상과 예술이 연결되는 장소로 거듭나고자 한다.




아미 클라크(Ami Clarke) 작가의 ‘배너 리피터(Banner Repeater)’
Hackney Downs Network Rail, Platform 1 Dalston Ln, London, UK

1. 예술가이자 저술가로서 언어의 역할 그리고 디지털 시대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 관심이 많다. 특히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조작된 뉴스가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것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자 지난 2010년 공간을 오픈했다. 배너 리피터는 예술가의 출판물을 소개하는 도서관과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구성된다.
2. 배너 리피터는 해크니다운스(Hackney Downs) 역 안에 있다. 하루 4000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우연한 만남이 수도 없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우리는 더 많은 승객이 배너 리피터에 올 수 있도록 러시아워에도 문을 열고,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를 준비한다.
4. 온라인상에서도 예술가의 출판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디지털 아카이브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배너 리피터와 비전을 공유하는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를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




레이시 페키샤지(Lacey Fekishazy) 작가의 ‘사딘(Sardine)’
286 Stanhope Street, Brooklyn, New York, USA

1. 처음부터 이곳을 운영할 작정은 아니었다. 새 작업실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지금의 공간을 찾았는데, 잘 꾸미면 갤러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김에 동료들의 작품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게 지금까지 왔다. 현재 사딘은 기회를 잡기 힘든 젊은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다.
3. 2011년 오픈 이래 주변의 많은 갤러리가 문을 열고 닫았다. 사딘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역설적이지만 공간을 잘 운영하려 하기보다 전시 작가에게 최대한 자유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담한 공간 사이즈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장소 특징적 설치 작품이 들어섰을 때, 관람객이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5. 전시 작가는 상업 미술 공간에서 할 수 없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전시를 시도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공간을 운영하느라 내 작업을 우선시할 수 없다는 것 정도다.




김민경 작가, 황아람 기획자의 ‘소쇼룸’
서울시 중구 을지로 99-1 미광빌딩 601호

1. 미술 작품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어떤 공간에 놓였을 때 또 다른 의미가 생긴다.
소쇼룸은 이 점에 주목해 ‘미술 작품 쇼룸’을 구현한다. 한 작가와 6주간 정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프로젝트마다 공간을 각기 다른 컨셉과 분위기로 연출한다. 때론 대합실, 때론 응접실 등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2. 미술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쇼룸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다 보니, 항상 무엇이 ‘전시’고 무엇이 ‘쇼룸’인지 고민하게 된다. 소쇼룸의 프로젝트가 일반 ‘전시’와 차별점을 가지도록 지금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4. 소쇼룸은 작년에 오픈했다. 아무래도 쇼룸이란 개념을 처음 선보이는 것이기에 관람객이 받아들이기 쉬운 프로젝트 위주로 기획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보려 한다. 당장 올여름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비디오 쇼룸’이다. 영상 작품이 쇼룸의 공간에서 어떻게 보일지 기대하고 있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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