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

LIFESTYLE

2018-05-25

자동차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

BMW M760Li xDrive를 타고 부산에 갔다. 장거리 여행을 쾌적하게 해줄 모든 것을 경험했다. 딱 한 대만 골라야 한다면, BMW M760Li xDrive에 자꾸 눈길이 쏠렸다.

BMW 7시리즈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한 브랜드의 기술을 집대성해 만든 대형 세단.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것만으로도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걸 아는 BMW가 7시리즈에 접두사 M을 붙였다. M은 BMW의 고성능 모델을 상징한다. BMW M760Li xDrive는 M 모델이 아닌 M 퍼포먼스 모델로 분류한다. 하지만 출력은 M 모델을 압도한다. 플래그십에 어울리는 대우랄까. 그러니까 M760Li xDrive는 편안하면서 고성능까지 손에 넣은 자동차인 셈이다.
BMW M760Li xDrive의 심장은 V12 가솔린엔진이다. BMW의 유일한 V12 엔진이다. 다운사이징 시대에 상징처럼 자리 잡은 엔진이다. 거기에 터보차저를 2개나 달았다. 배기량은 6.6리터. 최대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를 뽐낸다. 어떤 차는 숫자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 앞서 거론한 숫자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딱 3.7초 걸린다. 전장이 5m가 넘고, 무게가 2톤이 넘는 자동차가 기록한 숫자라곤 믿기 힘들 정도다. 믿기 힘든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야말로 M760Li xDrive의 임무다. BMW가 추구하는 가치를 무엇 하나 내려놓지 않고 채웠다. 롱 휠베이스를 뜻하는 이름의 접미사 L과 사륜구동인 xDrive 또한 그 가치를 높인다. BMW M760Li xDrive를 두고 상징성 운운하는 이유다.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라는 설명에 이보다 적합한 예가 있을까.
BMW M760Li xDrive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 장거리 여행일 거다. 보통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하려면 걱정부터 앞선다. 장거리 운전에 기뻐할 자동차는 몇 없으니까. BMW M760Li xDrive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설레기까지 했다. GT 카로서 진면모를 알려면 직접 장거리를 타보는 길이 최선이다. 수많은 정보를 체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가야 할 길이 멀어 걱정하기보다 즐길 시간이 충분해 설렌다. 고성능과 대형 세단이 맞물릴 때 어떤 감흥을 전달할까? 게다가 BMW가 솜씨를 발휘했으니 더더욱.

고성능 자동차는 앉을 때부터 느낌이 다르다. 시트부터 옥죄며 긴장시킨다. 앞으로 경험할 고성능을 암시한다. 단단함을 넘어 딱딱한, 그러면서 낮은 시트와 낮은 시야에 적응해야 한다. BMW M760Li xDrive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7시리즈처럼 편하고 안락하며 고급스럽다. M 로고가 박힌 가죽 스티어링 휠이 기분 좋게 자극할 뿐이다. 고성능을 편안하게 맞이할 분위기를 조성한다. BMW M760Li xDrive가 고성능을 활용하는 관점이 전해졌다. 굳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드럽게 이끌었다. M이 붙었지만, M 모델과는 성정이 달랐다. 플래그십이라는 위상에 어울리게 정중하고 사려 깊었다.
부드러운 고성능이랄까. BMW M760Li xDrive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며 정의 내렸다. 7시리즈를 시승하며 쾌적하고 편안해 더없이 만족한 기억이 있다. 그것이 BMW M760Li xDrive에도 공통적으로 담겼다. 도로의 신경질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냈다. 시내에서부터 긴장하면 피곤하다. BMW M760Li xDrive에 앉아선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고성능은 사납다는 편견을 접어두게 했다. 물론 조금 깊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본성을 드러내긴 했다. 도로를 접으며 달리듯 흉포하게 튀어나갔다. 그럼에도 일련의 과정을 조급하거나 거칠게 운전자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도 여유 있게 운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반응했다. 품이 넉넉하다는 사실을 이내 알아챘다. 고성능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느낌이랄까.
고속도로에 들어서며 BMW M760Li xDrive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편안한 마음으로 고성능을 만끽했다. 느긋하게 앉아 공기를 손쉽게 찢으며 달려나가는 맛. 손만 휘저었는데 장풍을 쏘는 고수의 몸짓이 떠올랐다. 풍요로움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조금 달라졌다. M이라는 상징이 선명해졌다. 그렇다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뾰족함이 엄습하진 않았다. 스포츠 모드인데도, 여전히 7시리즈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달리든 플래그십 세단의 기품을 잃지 않았다. 외부에서 사나운 풍압이 할퀴어도 실내는 더없이 고요했다. 다만 스포츠 모드다운 선 굵은 배기음이 잔잔하게 울릴 뿐이었다. 그 비현실적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BMW M760Li xDrive의 세계에 상주하는 즐거움. 고성능을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거센 파도를 이리저리 잡아타며 나아가는 듯한 쾌감이 몸을 휘감고 퍼져나갔다. 여행은 가는 길부터 즐거워야 한다. BMW M760Li xDrive는 GT 카로서 중요한 지점을 충족시켰다. 길에서도 즐길 거리가 많았다.

외부와 공간이 분리된 듯 아늑해 실내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BMW 인테리어다. 플래그십답게 어디 하나 소홀히 한 구석이 없다. 물론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변하진 않았다. 하지만 점차 완성도를 높인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스러웠다. 손이 닿는 곳마다 정성이 느껴졌다. 더불어 BMW 특유의 첨단 기술을 연상시키는 요소도 구석구석 장식처럼 박혔다. 공조기 버튼은 LED면서 터치 방식이었다. 화면처럼 보이는데 누르면 반응했다. 은은한 빛이 시인성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좋았다. 기존 인테리어 틀과 조화를 이루면서 세세한 요소를 변화시킨 것이다. 세공하고 또 세공해 남은 결과물을 보는 기분은 남다르다. BMW M760Li xDrive 실내는 그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에 도달했다. 주행 감각에서 느낀 풍요로움이 실내에도 스며들었다. 둘이 공명하며 운전자의 기분을 고조시켰다.
부산에 가까워져 정체 구간을 겪었다. 운 나쁘게도 공사 구간이 있었다. 도로를 접듯 달리던 자동차가 길 위에서 서성였다. 답답했지만 새로운 기능을 시험하기에 알맞았다.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 스티어링 조작 기능을 결합했다. 거리를 유지하고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했다. 해야 할 일은 극히 적었다. 완전히 멈춘 후 다시 출발할 때 가속페달을 살짝 밟거나 시간이 흘러 계기반에서 경고하면 스티어링 휠을 잠시 쥐면 그만이었다. 그것만으로 족했다. 나머지는 카메라와 센서가 알아서 움직였다. 호쾌하게 달리면서 영리하게 달렸달까. 자동차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걸 품은 셈이다.
부산의 명소를 돌아다닐 땐 BMW M760Li xDrive와 충분히 친해진 후였다. 5m가 넘는 세단이지만 민첩하게 움직였다. 다소 복잡한 부산 도로를 유영하듯 헤쳐나갔다. 전체적으로 속도는 줄었지만, 풍요로움을 즐길 여유는 더욱 늘었다. 여러 환경에서 달리고 나면 더욱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꼭 빠르지 않아도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순간순간 풍요로움이 더욱 선명해지는 때랄까. 해운대 도로를 느릿느릿 지나칠 때 느끼는 여유로움이라든지, 달맞이고개를 오르면서 들은 배기음의 통쾌함이라든지, 송정해변도로에 정차해 바다를 바라볼 때 차오르는 아늑함이라든지, 앰비언트 라이트가 은은하게 비추는 실내에서 불빛 영롱한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감흥이라든지. 그 모든 순간이 BMW M760Li xDrive에서 느낀 풍요로움과 맞닿아 고조됐다. BMW M760Li xDrive는 달라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타는 순간부터 조금씩 쌓아 올린 감흥 덕분이었다. 기계공학이 이룬 풍요였다.
BMW M760Li xDrive를 한참 타보니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났다. 작년 서울국제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때는 BMW의 상징성을 강조한 ‘컨셉’ 격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이미지를 위한 이벤트 모델. 하지만 타보니 BMW가 7시리즈에 굳이 M을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꼭짓점에서 탐스럽게 빛나는 모델이었다. 상징으로 남겨두기보다 직접 몰고 싶은 차.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정이라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고성능 세단의 어떤 정점을 보여줬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민성필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