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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8 LIFESTYLE

씁쓸하고 쓸쓸한 한잔

  • 2018-05-08

문득 홀로 된 사치를 누리고 싶을 때, 당신을 위한 한잔. 피트 위스키.

피트(peat) 위스키는 실패를 상기시킨다. 열병 같던 사랑이 끝난 날 맡은 비에 젖은 거리 냄새나 주먹다짐으로 만신창이가 됐을 때 입안에 돌던 비릿한 피의 맛, 입대 전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했던 어지럼증을 떠올리게 한다. 매운 향이 코끝을 감싸고 씁쓰름한 위스키가 혈관을 덥힌다. 주위가 아득해질 정도로 쓸쓸한 기분에 빠진다. 피트 위스키는 당신에게 고독을 말한다.
피트 향의 정체는 이탄(peat, 泥炭)이란 자연 퇴적물이다. 헤더(heather)라는 식물이 주요소인 피트는 스코틀랜드 곳곳에서 채취할 수 있다. 다소 진한 아로마와 스모키한 풍미를 원한다면 아일레이(Islay) 지역에서 주조하는 위스키가 좋다. 습한 토양에서 생산되는 피트의 특성과 수원지로 스며든 암반의 성질로 아일레이 양조장에서 주조한 위스키는 타르나 디젤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강하다. 피트 향은 짧게 숙성할수록 거친 풍미가 진해 마니아들은 대체로 낮은 연산을 선호한다. 이제 갓 피트 향에 익숙해졌다면 정제된 풍미와 다채로운 아로마를 품은 고연산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1 Ardbeg Corryvreckan
‘피트’함을 척도로 줄을 세운다면 아드벡은 앞 열에 있다. 아일레이 위스키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강한 피트 향과 풍부한 아로마가 내재된 위스키다. 코리브리컨은 아일레이와 쥐라(Jura)섬 북쪽에 위치한 해협을 말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지역의 이름처럼 강렬한 피트 향과 투박한 보디감이 특징이다. 57.1%의 묵직한 첫맛이 특징이지만 입에 남는 여운은 다크 초콜릿과 장작, 바싹 마른 견과류부터 체리, 오렌지까지 풍부하게 해석된다.

2 Lagavulin 16 Years Old
라가불린 증류소는 1816년 비좁고 거친 아일레이섬에 세웠다. ‘방앗간이 있는 분지’를 뜻하는 이름처럼 이곳에서 주조한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 싱글 몰트위스키의 20배가 넘는 거친 피트 향이 특징이다. 암반 깊이 침투한 피트가 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라가불린은 평균 이상의 발효 기간을 거친다. 이 방식이 라가불린의 특징인 깊은 호박색을 완성한다. 강렬한 스모크와 말린 과일의 달콤함, 그 뒤에 남는 스파이시함이 특징이다.

3 Laphroaig 25 Years Old
피트 위스키를 떠올릴 때 라프로익은 빠지지 않는다. 묵직한 보디감과 풍부한 아로마는 아일레이 지역이 피트 위스키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기여했다. 라프로익은 아일레이 싱글 몰트위스키 중 유일하게 영국 왕실의 로열 워런트를 받은 브랜드다. 헤더의 꽃향기와 셰리, 사과의 단 향이 피트를 중화시키며 복합적인 아로마를 낸다. 첫맛과는 다르게 드라이한 피트의 여운이 긴 것이 특징이다.

4 Bruichladdich Black Art
브뤼클라딕은 한 세기 넘도록 스코틀랜드 왕조의 위스키를 담당한 하비 형제가 세운 양조장에서 탄생한 위스키다. 와인에서 강조하는 테루아(terroir)와 장인정신을 고집하며 오직 브뤼클라딕 위스키만을 위해 재배한 보리로 양조한다. 마스터 양조자 짐 매큐언(Jim McEwan)이 주조한 브뤼클라딕 블랙 아트는 잘 익은 포도와 달콤한 꿀 향기, 피니시는 레몬과 라임의 강한 향이 특징이다. 여기에 초콜릿과 코코넛, 귤, 파파야 등의 첫맛을 지나 설탕을 뿌려 구워낸 복숭아를 입에 머금었을 때의 향미가 긴 여운을 전한다.

5 Bowmore 25 Years Old
아일레이섬 중앙에 위치한 보모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로 꼽힌다. 18세기 섬의 호수 기슭에 세운 이곳은 20세기 초반까지 유지된 전통적 주조 방식을 엄격하게 고수하고 있다. 보모어는 독자적 플로어 몰팅 방법으로 몰트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증류소 중 하나다. 3개의 몰팅 플로어를 갖추었으며 주당 5톤의 잘게 부서진 피트를 사용한다. 보모어에는 피트의 묵직한 향과 섬세한 풍미가 공존한다. 스모크 향은 레몬, 꿀의 미묘한 향과 함께 퍼지며 섬세하고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6 Talisker 57˚ North
스코틀랜드 북쪽에 위치한 스카이(Skye)섬은 아일레이만큼 다양한 개성을 지녔다. 서늘한 기후에 대부분의 지역이 황무지여서 피트 채취에 적합하다. 탈리스커 증류소는 스카이섬에 있는 유일한 증류소다. 1928년까지 트리플 증류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이후 2회 증류 방식을 채택해 독자적인 맛과 향을 구축해왔다. 탈리스커 57° 노스는 캐스크 스트렝스와 유사한 57도로 주조했다. 증류소가 위치한 화산섬처럼 입에 대는 순간 폭발하는 스파이시함이 특징이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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