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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8 LIFESTYLE

Beautiful Performance

  • 2018-03-23

고급스러운 기운이 흐르면서도 개성과 멋이 살아 있는 차. 달리기 실력이 뛰어나고 힘도 좋지만 이를 전제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있어’ 보이는 차. 다시 돌아온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S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났다.

전체적으로 라인과 모서리를 절제해 감각적 순수미를 실현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S.

2003년, 돌연변이처럼 문이 4개 달린 쿠페가 세상에 나왔다. 본래 쿠페는 2도어가 정석이다.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쿠페처럼 유려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에, 세단만큼 편안한 별종을 만들었다. 그리고 CLS라 명명했다. 처음 봤을 땐 베벌리힐스의 E-클래스라 불렸다. 분명 멋스럽고 눈에 띄게 예쁘지만 선뜻 이 차를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굳이 서열을 매긴다면 E-클래스와 S-클래스 사이에 놓이긴 하나 쿠페의 DNA를 지닌 차량으로 정통 세단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 고객의 재구매율은 40%에 달합니다. E-클래스를 경험한 고객이 곧장 S-클래스로 옮겨가면 좋겠지만 중후한 이미지가 부담스러울 수 있죠. 이때 CLS를 선택하는 겁니다.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진 만큼 개성을 찾는 이들에게 어필하는 차가 CLS죠.”메르세데스-벤츠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초창기 우려와 달리 전 세계 소비자는 이 과감한 도전에 열광했다. 국내만 해도 CLS판매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 번째로 높다. 차를 통해 남다른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인기는 당연히 경쟁사에도 영감을 주었다. 많은 브랜드가 하나둘 쿠페형 세단을 만드는 자극제가 되었다. 남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할 때 CLS는 2세대를 거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히 다졌다. 이제 누군가 CLS를 탄다면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면서도 화려하고 세련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독보적인 세그먼트로 성장한 CLS가 지난해 말 ‘LA 국제 오토쇼’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공개했다. 3세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쿠페형 세단의 개성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후면 디자인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치가 높은 차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시승 행사를 통해 그실체를 확인했다.






1 전면 도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물결 라인의 인테리어.   2 온도에 따라 컬러가 변하는 앰비언스 라이트.

삶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차
바르셀로나는 고풍스러운 멋이 흐른다. 2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도시답게 골목길 곳곳에 중세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상상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천재 화가 피카소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이 숨 쉬고 있다. “삶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바르셀로나는 CLS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일맥상통하는 곳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스테펜 시어홀츠(Steffen Schierholz)의 말처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차를 타고 다닐 때 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릴 듯 희뿌연 안개가 끼어 있었다. 한 줄기의 햇빛조차 비집고 들어올 틈 없이 밀도 높게 덮인 안개 속에서 우리를 마중 나온 더 뉴 CLS를 마주했다. 일렬로 도열한 차를 보고 흐린 날에 실망한 마음이 싹 씻겨나갔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름답다”고 탄성을 내뱉었다. 더 뉴 CLS라는 이름의 모든 라인업이 그랬다. CLS란 본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 기술을 담으면서도 디자인을 강조한 차다. 전체적으로 라인과 모서리를 절제해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감각적 순수미를 따른다. 하지만 얼굴을 보면 확실히 특유의 캐릭터가 묻어난다. 라디에이터를 포함한 전면부가 앞으로 쏟아지는 듯한 모습. 언뜻 보면 모를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전체적 인상을 좌우한다. 매끈한 유선형으로 이어지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상어의 뾰족한 코처럼 훨씬 공격적이고 날쌔 보인다. “그릴도 강인한 인상에 영향을 끼칩니다. 쿠페의 전형적인 다이
아몬드 그릴 윤곽은 싱글 루브르 그릴과 함께 아래로 퍼지는 형상을 하고 있죠.” 컬러와 트림 개발 담당인 질케 노아크(Silke Noack)는 메르세데스-AMG GT의 그릴 윤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스포티함을 이어가는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ㄱ자 형태로 그릴의 윤곽을 따라 위치해 상어의 눈빛처럼 강렬함을 뿜어낸다. 드라마틱한 전면에 비해 후면부는 2개의 섹션으로 구성한 테일램프와 트렁크 중심부에 위치한 세 꼭지 별이 눈에 띄는 정도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없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정제된 디자인으로 균형미를 완성한 느낌이라는 결론. 슈트를 입었지만 왠지 모르게 눈에 띄는,좀 놀 줄 아는 신사 같달까. CLS의 매력 포인트가 디자인이라면 이번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좋을 만큼 잘 만들었다.

완전히 새롭고 강력한 심장
첫날은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번갈아가며 탔다. “더 뉴 CLS에는 새로운 혁신이 담겼습니다. 첫 번째가 디자인이라면 두 번째는 새로운 엔진이죠.” CLS 개발 총괄 디렉터 미하엘 켈츠(Michael Kelz)는 직렬 6기통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얹은 더 뉴 CLS 350d 4매틱, 더 뉴CLS 400d 4매틱, 더 뉴 CLS 450 4매틱을 소개했다. 그중 더 뉴 CLS 400d는 디젤 패밀리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 2단 터보차징과 캠프트로닉 가변 밸브-리프트 컨트롤을 포함해 연료 소모와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인 혁신적 엔진이다. 날로 심해지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요즘 추세를 따랐다. 주행감도 한결 훌륭하다.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마치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듯 부드럽고 조용하게 달려나간다. 서울 못지않게 교통 체증이 심한 바르셀로나 시내에서도 차 안은 고요하고 느긋한 분위기가 흐른다. 정숙한 디젤엔진도 흥미롭지만, 브랜드에서 강조하는 비장의 카드는 단연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초로 EQ 부스트와 48V 전기 시스템을 조합했기 때문. EQ 부스트란 엔진 뒤에 전기모터를 장착한 통합 전기모터로 배터리의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것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전기모터로만 달릴 순 없어도 48V 고전압 배터리(보통 자동차는 12V를 사용한다)를 충전시키며 순간적 힘이 필요할 때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힘을 보태고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자동차. 엘프라트 국제공항을 빠져나와 몬세라트(Montserrat)산을 오르기 전까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구간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를 만끽했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듯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페달에 힘을 주고 뺄 때마다 계기반의 에너지 흐름 미터에선 파워와 차저 사이를 오가는 전기 흐름을 보여준다. 또 최대출력 367마력을 자랑하는 엔진이 조력자인 전기모터 덕분에 여유 있게 최고치에 도달하는 느낌을 받았다. 저 멀리 가우디의 건축물을 닮은 기괴한 모습의 바위산으로 더 빠르게 데려다주는 듯했다. 이렇게 달려도 기존 6기통 가솔린엔진보다 엔진 출력 손실이 적다는 사실. 친환경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영민한 전략 중 하나다.






상어 코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더 뉴 CLS의 강렬한 전면부.

이성과 감각을 깨우는 드라이브
운전하는 내내 호사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더 뉴 CLS라는 개인적이고 안락한 라운지에 앉아 창밖으로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하고 기묘한 선과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는 듯했다. 이전 모델이 E-클래스에 가까웠다면 3세대는 S-클래스에 한 걸음 다가갔다. 실제로 인테리어부터 반자율주행 기능까지 많은 부분이 더 뉴 S-클래스와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스티치가 들어간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 시트가 안정감 있게 몸을 잡아주고, 눈앞에는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 펼쳐진다. 전면 도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물결라인 인테리어는 64가지 색상의 앰비언스 라이트와 만나 환상적인 무드를 연출한다. 이처럼 최신 기술을 집어넣는 데 치중하지 않고 감성적 터치를 가미한 디자인이야말로 프리미엄의 가치를 증명하는 요인이다. 물론 눈에 띄게 달라진 점도 있다. 뒷좌석을 3인승으로 만들었다. 그간 CLS는 4인승을 고집해왔다. 외관 사이즈는 커도 쿠페를 기반으로 한 구조와 구성 때문에 뒷좌석이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최초 개발 단계부터 5인승이 아닌 4인승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15년 만에 그 고집을 꺾었다. 물론 바닥에 센터터널이 우뚝 솟아 5명이 모두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내부가 한층 넓어 보인다. 시트를 40:20:40의 비율로 접으면 적재 공간을 최대 520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으니 멋과 실용성을 모두 챙긴 셈이다.차에 오르기 전 미하엘 켈츠는 능동형 디스턴스 컨트롤 디스트로닉을 꼭 체험하라고 강조했다. 더 뉴 E-클래스와 더 뉴 S-클래스를 통해 이미 진보한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안개가 자욱한 길에서도 호기롭게 운전대를 차에 맡겼다. 차에 탑재한 지도와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방 경로를 미리 예측, 설정된 값에 따라 움직이는 더 뉴 CLS는 안개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전진했다. 게다가 능동형 디스턴스 컨트롤 디스트로닉과 능동형 조향 어시스트 덕분에 곡선 구간이 나타나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옆 차선을 살핀 뒤 유연하게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차선이 불분명한 곳에서는 운전을 맡길 수 없지만, 바르셀로나처럼 폭이 좁은 도로와 원형 교차로가 많은 지역에서 요령껏 활용하면 확실히 운전의 피로감이 줄어든다.






실버 크롬 트윈 블레이드 그릴을 적용한 더 뉴 메르세데스-AMG CLS 53 4매틱 플러스.

AMG의 다음 세대
사실 이번 시승에는 한 모델이 더 있었다. 다음 날 한국으로 복귀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 더 뉴 메르세데스-AMG CLS 53 4매틱 플러스다. 더 뉴 CLS와 닮은 듯하지만 인상 자체가 다르다. 라디에이터 그릴 때문이다. V8 퍼포먼스 모델의 전유물이던 실버 크롬 트윈 블레이드 그릴을 적용했는데,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을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이 두 줄이라면 AMG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매트 실버 글라스 파이버 소재의 트림으로 단장한 실내에 앉아 빨간색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AMG 전용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 고풍스러운 도시 한복판이 서킷이라는 착각마저 든다. 그런데 이 차, 우리에게 친근한 63AMG도, 43 AMG도 아닌 ‘53’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왜일까? 메르세데스-AMG 개발 총괄 디렉터 드러먼드 자코이(Drummond Jacoy)는 AMG 포트폴리오를 확장해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새롭게 만든 53라인은 퍼포먼스 엔트리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AMG 모델에 비해 순한 양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EQ 부스트를 더한 직렬 6기통 엔진은 최대출력 435마력의 파워풀함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더뉴 메르세데스-AMG CLS 53 4매틱 플러스를 비롯한 3세대 CLS는 올여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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