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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ARTIST&PEOPLE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 있다

  • 2018-03-12

사이먼 데니가 오는 6월까지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 개인전 를 연다.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동시대 이슈를 담아내는 그에게 <아트나우>가 질문을 던졌다.

사이먼 데니
1982년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사이먼 데니는 테크놀로지에서 영감을 받아 대규모 설치 작품을 만든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그는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했고, 2012년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상을 수상했다. ‘2008 시드니 비엔날레’, ‘2008 브뤼셀 비엔날레’에 이어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뉴질랜드관 대표 작가로 작품을 선보였다.




1 ‘현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예술가’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작가 사이먼 데니.
2 모마 PS1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 사이먼 데니의 개인전 < The Innovator’s Dilemma > 전경.

3년 전, 뉴욕에 있는 모마 PS1은 당시 아트 신의 주목을 받던 작가들의 개인전을 연이어 개최했다. 그중에서도 테크놀로지, 인터넷, 미디어, TV 방송 등에 관한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하고 그래픽, 조각, 영상을 활용해 대규모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뉴질랜드 아티스트 사이먼 데니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의 개인전 < The Innovator’s Dilemma >가 열리는 현장에 들어선 순간, 쏟아지는 정보의 양과 각양각색의 휘황찬란한 광경, 체계적이고 정교한 구성 방식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LA 해머 미술관, 오클랜드 마이클 렛(Michael Lett) 등을 포함해 작년에만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단체전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앞다투어 그를 찾는 이유는 뭘까?




3 2016년 브뤼셀 비엘스(Wiels)에서 개최한 개인전 < Business Insider > 전경.
4, 5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 ‘Blockchain Visionaries’(2016년).

같은 세대 아티스트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술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궁금해요.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했어요. 현대적인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었고 예술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친구들과 함께 오클랜드에서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뉴질랜드 바깥 세상을 경험했어요. 2007년에는 슈테델슐레에서 공부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고요.

디지털 기술은 물론 테크놀로지 전문 기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어떤 매력에 끌린 거죠?
프랑크푸르트에 처음 갔을 때 제 손에 들린 건 옷 몇 벌과 노트북 하나뿐이었어요. 당시 아이폰 출시와 더불어 소셜 웹 2.0(누구나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과 모바일 웹이 막 시작됐죠. 가만 보니 제가 작은 맥북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독서나 영상 시청, 작품 구상 등 모든 일을 해내고 있더라고요. 테크놀로지가 중요한 매개체이자 오브제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로서 흥미로운 대상이 생기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파고들어야죠.

연구하고 싶은 대상을 발견한 다음엔 뭘 시도했죠? 작품화한 과정을 들려주세요.
기술이나 미디어의 변화를 다룬 예술의 역사를 조사했어요. 방송, 케이블, 인공두뇌학을 다룬 1970년대 작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죠. 웹 2.0과 모바일을 이용하는 방법, 오늘날 인포스피어(Infosphere)를 이루는 프로토콜과 네트워크가 사회·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했어요. 시스템을 만들고 설계하는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이 창출하는 가치와 문화적 맥락이 관건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기술 관련 인물, 조직, 비즈니스 등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힘을 주목했어요. 이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든요.

작업에서 리서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리서치 소스가 궁금합니다.
리서치 방식은 때에 따라, 주제에 따라 달라요. 예전에는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자주 썼어요. 요즘은 <뉴욕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을 구독해요. 트위터상에서 활발히 토론하는 저널리스트도 주시하고, 팟캐스트도 들어요.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해당 분야의 저명한 인사를 찾아 구체적인 텍스트를 부탁해요. 리서치는 끝이 없어요. 작품 제작을 시작하고 나면, 작품이 제시하는 대로 리서치 방향을 잡아나가요. 그 단계에선 내러티브에 주안점을 두죠.

다루는 정보나 내용이 풍부한 만큼 작품 형태도 복잡하고 정교해요. 완성한 모습을 예측하나요?
모든 작품과 전시를 아주 구체적으로 구상해요. 캐드 프로그램으로 전시 공간이나 작품의 형태를 미리 작업하죠. 동시에 스튜디오에서는 재료를 갖고 실험을 진행하고요.

데이터 양이 엄청난데, 작품을 접하는 관람객이 배경이나 레퍼런스를 미리 알아야 할까요?
제 작품은 여러 레이어를 드러내요. 우선,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적이고 형태적인 레이어가 있어요. 그건 작품을 오래 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죠. 더 깊게 들어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디테일을 선사해요. 그들이 대략적인 것뿐 아니라 작품의 세밀한 부분까지 더 높은 수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물론 배경이나 레퍼런스를 알면 작품을 통한 경험이 더 풍부해지겠죠. 들이는 시간에 따라 관람객이 다양한 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6 작년 가을 브뤼셀에서 열린 ‘보자르 전자 예술 페스티벌’에 출품한 ‘FaaS-Feedback as a Service: Reflecting on messaging, debate and criticality inside a parliamentary discussion on internet governance’ (2017년).
7 OCAT 선전(OCAT Shenzhen)에서 선보인 ‘Real Mass Entrepreneurship’ (2017년) 설치 전경.
8 2014년 프랑크푸르트의 포르티쿠스에서 열린 개인전 < New Management > 전경.




사이먼 데니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뉴질랜드 국가관에서 ‘Secret Power’(2015년)를 선보이며 저력을 입증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시는 모마 PS1에서 열린 개인전 < The Innovator’s Dilemma >예요. ‘무역 박람회’ 포맷이 효과적이고 인상적이었어요.
무역 박람회는 오랫동안 생각한 포맷이에요. 여러 상업 독립체에 관심을 갖고 상업계에 관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전시 제목은 ‘중단 이론(Disruption Theory)’의 내용에서 따왔어요.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회사에 주목하고, 그들이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방향에 의문을 제기한 전시예요. 테크놀로지의 지배가 점점 문제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그에 대한 다른 측면을 들여다보려고 했어요. 5~6년간 제가 고민한 결과의 정점을 찍은 전시예요. 무역 박람회를 만들기 위해 각 부스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고민했죠. 상업 문화를 다루는 전시라면 그에 맞는 표현 방법을 갖춰야 해요. 그런 점에서 컨셉이 잘 맞았죠.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뉴질랜드관도 흥미로웠어요.
저는 시기적절하고 임팩트 있는 논의를 주시한 다음 전시에 맞게 작품을 구성해요. 당시 비엔날레 출품작을 준비할 때 마침 언론이 한창 스노든의 정보 유출에 대한 뉴스를 보도했어요. 미국 NSA 도청 사건 말이에요. 정부가 관장하는 테크놀로지, 국가적 정체성, 개인의 영역 등을 담아내기에 완벽한 소스였죠. 작품 곳곳에 시선을 잡아끌기 위한 요소를 심어두었어요. 관람객이 전시장 막바지에 다다르면,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NSA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였던 데이비드 다치코트(David Darchicourt)의 소셜네트워크 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거든요. 타이밍, 현장, 내러티브, 주제가 다 맞아떨어진 이상적인 전시라고 생각해요.

작년 12월, 오클랜드 마이클 렛에서 선보인 < The Founder’s Paradox >는 어떤 전시인가요?
제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대립 구도를 이루는 두 정치적 표현을 구현했어요. 전시장 한쪽에선 공동체와 집단주의적 관점에서 국가의 힘을 옹호하는 입장을 강조했어요. 다른 한쪽에선 자유의지론자의 권리, 개인주의 그리고 정부, 민주주의, 개인의 부 축적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을 조명했죠. 서로 다른 정치 스펙트럼은 보드게임 양식을 빌려 탐색했어요. 집단주의는 물리적 촉각을 동반하는 게임으로, 개인주의는 판타지 모험 게임으로 구현했습니다.

같은 작품을 현재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죠?
거기선 MBA 학생, UX 디자이너와 협업했어요. 앞서 말한 테크놀로지를 옹호하는 자유의지론자 쪽 정치 진영의 보드게임을 전시했고, MBA 학생들이 이에 대응해 만든 보드게임을 같이 소개했어요. GOP 센터이면서 공화당의 본거지, 그리고 비즈니스가 교육의 중심을 이루는 클리블랜드의 거시적 정치를 탐구했어요. 이런 가치가 사회에서 비즈니스나 상업디자인을 거쳐 어떻게 전달, 재생산, 확장되는지 들여다보는 전시예요.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경영대학의 유영진 교수님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특정 산업에 테크놀로지가 미치는 영향력을 예측했어요.




9 2016년 뉴욕 펫즐 갤러리(Petzel Gallery)의 < Blockchain Future States > 전 전경.
10 2016년 브뤼셀 비엘스에서 열린 개인전 < Business Insider > 전경.

한국 기업 ‘삼성’에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면이 많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죠. 프랑크푸르트 포르티쿠스(Portikus)의 < New Management > 전에서는 삼성에 관한 작품도 선보였고요.
네. 저는 강렬한 복합성과 모순을 내재한 포뮬레이션에 매력을 느껴요.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 삼성이 그런 면이 있어요. 분명히 삼성은 한국 사회에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넘어서는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 전시에 담아낼 수 있는 리서치의 양으로는 삼성의 모든 면을 커버할 수 없었죠.

‘딥 웹(deep web)’도 자주 다루는 주제죠?
딥 웹은 복잡하고 모순적인 공간이에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부터 영어권 이미지 보드 웹사이트 ‘4chan’ 등도 다 거기서 생겨났어요. 특정 문화가 자라나는 공간이면서 테크놀로지 공동체의 주변부와 연결된 공간이에요. 전위적 미디어 트릭과 전략이 난무하는 곳이에요.

다양한 상황이나 데이터를 보여주면서도 해결 방안이나 결론을 모색하지 않는 이유는요?
최종 판단은 제 영역이 아니에요. 모든 사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덕스럽죠. 예술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역할을 해요. 제 작품은 그런 변화와 일시성에 주목하죠. 예술은 현시대의 문제를 제기하고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세요? 앞으로 계획도 궁금합니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우선 4월에 독일 쾰른의 갤러리 부홀츠(Galerie Buchholz)에서 열릴 쇼 준비가 한창이에요. 베를린 싱켈(Schinkel) 파빌리온 전시도 앞두고 있고, 내년 6월에 개최 예정이지만 호주 태즈메이니아 MoNA 전시도 있네요. 유기적인 도표로 둘러싸인 상징적인 설치물과 기계를 전시하고, 기술력과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상황에 관한 내러티브를 구현할 거예요. 인공지능과 암호기로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죠.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사진 제공 사이먼 데니 스튜디오, T293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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