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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CITY NOW

마에자와 유사쿠와 현대예술진흥재단

  • 2018-03-05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 또 그것을 모든 이와 나누고 싶다.” 일본의 젊은 기업인이자 떠오르는 컬렉터 마에자와 유사쿠와 그가 만든 현대예술진흥재단은 일본 미술계를 지금 이렇게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 스타트투데이의 회장이자, 떠오르는 젊은 컬렉터 마에자와 유사쿠 (왼쪽).

One Basquiat’,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11일까지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제목이다. 브루클린에서 나고 자란 장 미셸 바스키아가 유년 시절부터 자주 찾은 이 미술관에선 2005년에 바스키아의 회고전〈basquiat〉를, 2015년에 도〈Basquitat: Unknown Notebooks〉등의 전시를 열어왔다. 한데 이번엔 조금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Yusaku Maezawa)가 소장하고 있는 바스키아의 ‘Untitled’(1982년)를 브루클린 미술관 역사상 최초로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마에자와 유사쿠가 1억1050만 달러(약 1200억 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바스키아 작품의 경매 최고가일 뿐 아니라, 미국 출신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기에 세계 각지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스타트투데이의 회장 마에자와 유사쿠는 현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등과 함께 일본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업인으로 꼽힌다. 한국 나이로 올해 43세, 그는 30대부터 이룬 사업적 성공은 물론 그 전에 쌓은 독특한 이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이미 인디 밴드 ‘Switch Style’을 결성해 드러머로 활동했고, 1995년엔 수입 레코드와 CD를 판매하는 음반 비즈니스를 시작, 1998년엔 유한회사 스타트투데이(START·TODAY LTD.)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에 주식회사로 조직 개편한 이 회사는 현재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쇼핑몰 ‘ZOZOTOWN(zozo.jp)’을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투데이는 현재 온라인 의류 쇼핑몰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웹 마케팅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1 2014년 도쿄의 스튜디오 메구로 하우스에서 열린 <온고지신>전 전경.
2 2016년 호텔 앤티룸 교토에서 열린〈CAF상 선발전〉전경.

그는 2017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 부호 50인’ 가운데 14위로 소개되었으며 현대미술부터 고미술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작품을 수집하는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또 국내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현대예술진흥재단(Contemporary Art Foundation, CAF)의 설립자다(단, 재단과 그의 개인 활동은 분리되어 있다). 마에자와 유사쿠가 2012년에 설립한 현대예술진흥재단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에서 미술인 지원 사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재단의 활동은 크게 ‘현대미술 전시 사업’과 ‘젊은 아티스트와 뮤지션에 대한 후원 사업’ 그리고 ‘현대미술 공모전 사업’이란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현대미술 전시를 후원하는 사업은 마에자와 유사쿠의 컬렉션이 중심이 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2012년 재단이 설립된 후 현재까지 일본의 개념주의 미술가 가와라 온(On Kawara)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작품을 전시한 <온고지신>전을 비롯해 루마니아 출신의 젊은 작가 아드리안 게니(Adrian Ghenie)와 미국 출신 조너스 우드(Jonas Wood), 영국 출신 리넷 야돔-보아키예(Lynette Yiadom-Boakye)를 소개한〈Generation Y: 1977〉전, 프랑스 대사관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작품을 소개한〈Jean Prouvé: The Constructor〉등으로 이어졌다.
한편 젊은 아티스트와 뮤지션에 대한 후원 사업도 흥미롭다. 한때 밴드 활동을 하기도 한 마에자와 유사쿠의 음악과 예술에 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사업으로 20세부터 35세까지 미술가와 뮤지션을 대상으로 1인당 약 100만~300만 원, 각 부문당 연간 약 2000만 원을 후원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돕는다. 이제껏 이 사업을 통해 설치미술 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와 특정 장르나 악기에 함몰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 세계를 추구하는 하스누마 슈타(Shuta Hasunuma)를 필두로 하는 젊은 작가와 뮤지션이 후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현대미술 공모전 사업.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 공모전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CAF상’과 졸업 후 약 10년 가량 활동해 온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CAFAA상’으로 분류된다. 눈에 띄는 건 그간 상금 금액과 부상 내용에 약간씩 변화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최소 500만 원부터 3000만 원에 이르는 상금과 별도의 해외 유학 비용 그리고 개인전 개최 비용 등을 모두 지원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공모전은 일본인으로 대상을 한정 짓지 않는다. 일본 국적(국외 거주자도 가능)뿐 아니라 일본에 거주하는 해외 국적자도 응모할 수 있다고.






3 마에자와 유사쿠의 소장품 중 인물과 얼굴에 초점을 맞춘 작품만 선보인〈Figures〉전 전경.
4 지난해에 마에자와 유사쿠가 소장한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전시한〈CAF상 입선작품전〉전경.

지난해에 마에자와 유사쿠에 의해 주인이 바뀐 바스키아의 ‘Untitled’를 공개한 곳도 바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CAF상 수상작 전시장이었다. 세계의 유명 미술관도, 일본의 대표적 현대미술관도 아닌,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도쿄의 어느 공모전 전시장. 2017년 10월에 열린〈CAF상 입선작품전〉전시장엔 미국 출신 추상 작가 마크 그로찬(Mark Grotjahn)의 작품을 비롯해 언어를 회화화하는 작가 크리스토퍼 울(Christopher Wool)의 작품, 바스키아의 ‘Untitled’가 입선작과 함께 전시됐다. 보다 많은 사람이 학생들의 작품을 봐주길,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가능성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에자와의 생각이 반영된 전시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바스키아가 ‘Untitled’를 제작한 당시의 나이와 CAF상을 받은 학생들의 나이는 비슷한 20대 초반이다. 마에자와 유사쿠와 그의 현대예술진흥재단이 ‘젊은 작가’의 미래에 거는 기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 있을 듯. 한편 마에자와 유사쿠는 10여 년 전부터 수집해온 컬렉션을 바탕으로 사립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그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미술관이라는 새 플랫폼, 현대예술진흥재단이 쌓아온 경험과 성과가 어떻게 발전적으로 이어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에자와 유사쿠 덕에 앞으로 우린 더 다채로운 미술품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취재 협조 마정연(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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