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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SPECIAL FEATURE

슬기로운 결혼 생활

  • 2018-03-09

육아, 살림, 일 그리고 삶을 즐기는 여자 변정민. 늘 궁금했던 그녀의 일상은 평화롭고 행복했다. 바쁜 와중에도 가족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그럼에도 여전한 아름다움으로 곱게 단장한 변정민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여유이자 따스한 사람의 품격이 흘러나온다. 다정한 엄마, 친구 같은 아내, 카리스마 넘치는 커리어우먼. 닮고 싶은 그녀를 가족의 공간, 집에서 마주했다.

세련된 스타일의 드레이핑 드레스는 Lanvin Collection, 벨벳 소재의 부엘타 하이백 체어는 Wittmann by Boe.

고통의 가치
살림과 육아,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지극히 주관적인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다. 두려울 것 없던, 자신감 넘치는 자유로운 삶을 뒤로하고 가족이 우선순위인 슈퍼우먼이 되어가는 현실. 물론 지금도 날마다 배우는 중이지만 어느새 물들어버린 엄마와 주부라는 수식어가 행복한 그녀다. 이제 결혼 13년 차에 접어든 완벽 주부 변정민. 열 살, 일곱 살 토끼 같은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점점 자신을 닮아가는 아이들에게서 부부의 모습을 찾기도 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뿌듯함을 느낀다. “결혼하고 4년 만에 첫아이를 품에 안았어요. 너무나 절실하게 기다린 순간이었죠. 마냥 예쁘고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근데 육아와 함께하는 현실은 말 그대로 현실이더라고요.” 엄마라면 으레 느끼는 육아의 고충, 그녀 역시 피할 순 없었다고 한다. 참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폭발해버리던 그때, 결심했다. 잠시 배우와 모델 일에서 한 걸음 물러나 육아와 살림에 집중해보기로. 이미 선택에 의해 주어진 운명이라면 행복하고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나가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 그녀는 그날 이후 매번 수많은 질문과 답하기를 반복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마음으로 가족에게 시선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자신이 행복해져 있어요. 오히려 가족에게 너무 고맙죠.”






변정민과 그녀의 두 딸. 느긋하고 어른스러운 첫째 서윤과 장난기 넘치고 애교 많은 둘째 서혜는 그녀에게 큰 힘을 주는 존재다.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행복한 가족.
서윤의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Cos, 서혜의 오프숄더 톱은 Zara Kids, 정민의 스트라이프 셔츠 원피스는 Boss Women.

친구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엄마
살면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순간은 괴로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때. 그 모든 것에 어떤 방식으로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방향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다툼 없는 부부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별것 아닌 일도 예민하게, 남편이 낯설게 다가올 때도 있었어요. 가족이 된다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거더라고요.” 이쯤 되면 궁금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 지인의 소개로 가볍게 만난 것이 시작이다. 편안함에 두 번, 세 번 만나 고민도 나누고 건축이나 디자인, 가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배울 점도 많고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 자주 만났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결혼식장에 발을 내딛고 있더라고. 하지만 결혼 생활은 연애할 때와는 달랐고, 한창 활동하던 시기였기에 회의감도 가끔 찾아왔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났는데, 왁자지껄 수다를 떨다가 남편에게 전화가 오니 목소리 톤이 달라지더라고요. 너무 깜짝 놀랐고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는데 저도 한번 남편에게 똑같이 해봤어요. 근데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좀 바뀐 것 같아요. 내가 바뀌어야 상대방도 응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지금은 습관이 되어서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아내이자 엄마로서 예쁜 말투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요. 결혼은 현실 더하기 노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과 남편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그래서 찾게 되고 보고 싶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주고 싶어요.”






주방 천장에는 레일을 설치해 시즌별로 다양한 조명을 연출할 수 있도록 꾸몄다. 올해의 첫 조명은 글로시한 로즈 골드빛 스틸 조명으로 은은한 반짝임을 담았다. 아일랜드 식탁은 넓게 제작해 언제든 손님과 편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초대의 즐거움, ‘우리 집에 오세요’
남편 직업의 특성상 외국인 손님이 자주 찾는다는 변정민의 집. 외국인 입장에서 최고의 대접은 수준 높은 레스토랑이나 멋들어진 한정식집이 아니라 집으로 초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나라 정서를 엿볼 수 있고, 불고기 한 접시만 있어도 편안하고 인상 깊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 대문을 활짝 열면서 마음도 열었다는 진심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이 게스트하우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언제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죠. 외국인의 경우 숙소를 아예 우리 집으로 정하고 며칠 편하고 즐겁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요. 음식도 언제든 한 번에 내놓을 수 있도록 스파게티 소스나 불고기를 대량으로 만들어놓고 대기하고 있죠. 갑자기 들이닥치는 상황이 꽤 많거든요. 한번은 아이들을 포함해 40명까지 초대한 적도 있어요. 우리 집 식탁이 큰 이유를 아시겠죠?” 손님을 맞는 것이 처음부터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고. 너무 잘하려다 보면 힘들어 지치게 되고, 그렇다고 성의 없게 대할 수도 없으니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다. “노하우요? 일단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 일순위인 것 같아요. 피자 도나 빵, 쿠키 종류는 미리 만들어 저장해두기도 하고요. 아이들 손님이 많을 땐 일일 쿠킹 클래스처럼 피자 토핑을 함께 얹는다든가 쿠키를 만들면서 놀이로 즐기게 하면 다들 좋아해요. 그리고 요리와 설거지, 뒷정리는 무조건 남편과 같이 하는 것. 이젠 2인 1조로 합이 착착 맞는 파트너가 됐어요. 아이들도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가족애가 돈독해지는 것 같아요. 이게 함께라는 의미겠죠.”






전체적으로 모던한 인테리어지만 벽면은 팝아트 감성으로 장식한 변정민의 집. 아이들의 시선에 따라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는 아이디어다.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담는 그릇’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변정민, 그녀의 감각은 집 안 인테리어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집은 단절 없이 연결된 공간, 편안한 휴식처로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팝아트적 감성 역시 녹아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이가 있다면 인테리어 역시 아이의 시선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거죠. 대신 부부 침실만은 컬러를 배제하고 아늑하고 편안한 감성으로 꾸몄어요.” 집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거실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꾸몄다. 들어선 순간 기분 좋은 느낌이 최고라고 여기기 때문. 아이들 역시 야외활동도 좋아하지만 집 자체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아이들 방은 밝고 컬러풀하면서 ‘펀’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인테리어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는 게 제 철칙이에요. 한번에 가구를 세트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 하나를 사더라도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따져 선택하죠. 보에 가구처럼 쉽게 질리지 않으면서 튼튼하고 멋스러운 디자인, 오래 사용해도 늘 마음이 가는 디자인을 염두에 두죠.” 그녀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지금 생활하는 집 인테리어를 여섯번이나 바꾸었다. “가구 배치는 집 안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쳐요.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라면 소파나 테이블을 벽에 붙이지 않고 획일적인 분위기를 피하는 것. 소파를 거실 중심에 두면 또 다른 공간을 경험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가구를 꼭 벽에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죠. 창의력 발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는 변정민. 그녀의 가족이 담긴 그릇에는 따스한 공기가 공존한다.






우아한 셰이프의 패턴 드레스는 Valentino.

일도 디자인하는 여자, 변정민
큰 욕심 없이 시작한 작업이 한마디로 ‘커졌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그녀의 회사 비엔웍스(Bienworks). 모델이자 연기자인 그녀를 주축으로 스케줄러와 가죽 펜슬 케이스 등 고퀄리티의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있다. “저와 디자인 사이엔 끊을 수 없는 끈이 있어요. 1999년에 단지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작한 다이어리가 반응이 꽤 좋았어요. 따로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 이어졌죠. 단지 트렌디한 디자인의 제품이 아니라, 누구든 오래도록 곁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기업 간 컬래버레이션을 꾸준히 하게 됐고, 어느새 회사를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그녀의 뛰어난 안목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는 것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2년도 채우기 힘들다는 만만치 않은 회사 운영을 20년째 이어왔으니 말이다. “육아와 살림을 하며 비엔웍스에 큰 비중을 두지 못했지만 꾸준히 지켜올 수 있었던 건 고마운 동료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조금 달라진 변정민을 보여드리려 해요.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배우로서 다시 내딛는 발걸음, 하지만 그 중심엔 언제나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있죠.”

 

에디터 김주은
사진 이경진(인물), 진희석(공간)   패션 스타일링 이지언   헤어 안미연   메이크업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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