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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WATCH

시계를 보물로 만드는 남자

  • 2018-02-28

토마스 페라치(Thomas Perazzi)는 세계적 옥션 하우스 필립스의 아시아 시계 경매를 총괄하는 남자다. 시계 경매의 달인이 귀띔하는 유용한 정보.

PROFILE l 시계 전문 옥션 하우스 앤티쿼룸의 이탈리아 담당 총괄로 일하다 소더비 유럽의 시계 부문 부(副)디렉터를 지냈고 필립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제네바에서 크리스티 유럽의 시계 부문을 총괄했다. 현재 필립스 아시아 시계 부문 헤드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 시계 역사상 최고가로 낙찰된 ‘폴 뉴먼 데이토나’ 경매를 직접 진행한 옥셔니어이기도 하다.


작년 10월 28일 옥션 하우스 필립스(Phillips)가 뉴욕에서 주관한 시계 경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의 명배우 폴 뉴먼이 애용해 ‘폴 뉴먼의 데이토나’로 불린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가 무려 1755만 달러(약 200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 드라마틱한 경매를 이끈 주인공이 바로 토마스 페라치. 현재 필립스 홍콩 오피스에서 아시아 시계 부문 수장을 맡고 있는 그가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의 시계 애호가들을 만났다.






1 런던 중심부인 메이페어 버클리 광장에 자리 잡은 필립스 런던 오피스.
2 옥션을 진행하는 토마스 페라치의 모습. 그는 전문 옥셔니어이기도 하다.

서구에서 떨치고 있는 위명에 비해 한국에는 필립스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필립스는 1796년 해리 필립스가 세운 유서 깊은 옥션 하우스다. 한때 LVMH 그룹 소속이었는데 2008년 러시아의 명품 리테일 회사 머큐리 그룹(Mercury Group)이 인수했다. 2014년 런던 본사를 다시 정비하고 2015년에 시계 경매를 시작했으며 동시에 홍콩 오피스를 세워 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유럽에서는 20~21세기 현대미술과 디자인 쪽으로 명성이 높다. 미술부터 시계, 보석에 이르는 종합적 경매는 런던, 뉴욕, 홍콩에서 진행하고 제네바에서는 시계 경매만 따로 다룬다. 이외에 안트베르펜, 파리, 모스크바, 타이베이, 도쿄에도 오피스가 있다.

홍콩 오피스를 설립한 게 2015년이다. 경쟁사에 비해 아시아 진출이 늦은 편인데 막상 진출해보니 어떤가? 시계에만 한정해 말한다면 아시아는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지역이다. 아시아 시계 컬렉터가 늘어나면서 필립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모던 시계를 선호하던 취향이 빈티지 시계 쪽으로도 확장됐다. 아시아 컬렉터의 바잉 파워는 최고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폴 뉴먼의 데이토나 경매 이후 시계 경매에 관심을 보이는 아트 컬렉터가 급증했다. 아트 경매와 시계 경매에 차이가 있다면 아마 역사일 것이다. 전자는 18세기부터 대대손손 내려왔지만 후자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그만큼 접근성이 좋고, 플레이어가 젊으니 성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필립스가 시계 경매에 진출한 지 3년 남짓이다. 단시간에 명성을 얻은 비결이 궁금하다. 필립스의 시계 부문은 모든 팀원이 스페셜리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티, 소더비, 앤티쿼룸 등에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한 터라 개개인의 전문성도 뛰어나고 일에 대한 열정도 강해 팀워크가 끈끈하다. 고객과 오랫동안 내밀한 관계를 맺어와 고객 서비스 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작년에 진행한 폴 뉴먼의 데이토나 경매는 충격적이었다. 예술품과 보석처럼 유일품이 아닌 시계가 그렇게 높은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시계 경매에서 중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얼마나 희귀한가, 얼마나 컨디션이 좋은가, 그리고 물건의 출처다. 유명인사가 애용했다면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게 된다. 폴 뉴먼의 데이토나는 이 세 가지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옥션 하우스에 종사하는 당신의 스케줄은 어떻게 채워지는가? 경매의 시작과 끝은 좋은 물건이다. 좋은 물건을 발굴하고 우리 쪽에 위탁하게 해야 성공적 경매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물건을 가진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만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보면 된다. 팀 동료들과 함께 잠재 고객의 물건을 감정해주고 위탁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건 무척 중요하다. 또한 세계 곳곳에 퍼진 필립스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별 정보와 시황, 확보한 물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대사관과 고급 주택이 밀집해 있는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의 필립스 뉴욕 오피스 야경.

당신이 쌓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독립 컨설팅도 가능할 텐데 왜 필립스에서 일하는 건가? 난 옥션을 사랑한다. 실제 옥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보물 같은 시계를 발견해 세상에 내놓는 게 너무도 즐겁다. 게다가 필립스는 열정 넘치는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함께 일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

요 근래에 본 시계 중 가장 흥미로운 물건은 무엇이었나? 지난주에 싱가포르로 고객을 만나러 갔다가 정말 아름다운 파텍필립 시계와 조우했다. 레퍼런스 3445. 플래티넘 모델로 인덱스에는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있다. 1950년대 후반에 만든 빈티지 시계인데, 보증서도 있고 컨디션 역시 거의 새 제품이나 마찬가지다. 고객이 우리 쪽에 거래를 위탁해 오는 5월 말 경매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에서 찾기 힘든 멋진 남성 시계다. 10만~20만 달러를 최저가로 예상하는데, 이런 물건에 관심 있는 잠재 고객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제대로 붙으면 아마 가격이 훅 뛸 것이다.

지금 생산되는 시계는 수십 년 후 빈티지 시계가 될 것이다. 어떤 시계가 단연 투자가치가 높을까?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모델이다. 수량까지 적으면 금상첨화다. 개인적으로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 롤렉스 데이토나,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파텍필립 노틸러스 등이 앞으로 빈티지 시계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시계 경매에 관심 있는 <노블레스 맨>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옥션이라고 하면 마냥 어려워 보이고 시계에 대해 물어보기 껄끄러울 수도 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편하게 궁금한 걸 물어보면 된다. 필립스에 물어봐라.(웃음) 그리고 경매를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경매 전에 진행하는 하이라이트 프리뷰에서는 시계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실제 착용도 가능하니 이 기회를 잘 이용하는 것도 팁이다. 오는 5월 홍콩에서 진행하는 시계 경매 전에 한국에서 하이라이트 프리뷰 행사를 계획 중이다. 4월쯤으로 예상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이 편하게 들렀으면 좋겠다.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사진 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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