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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LIFESTYLE

2 Different Styles

  • 2018-03-05

와인 스타일의 양극화. 정답은 없지만, 선택이 필요하다.

짐작컨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와인에 관심이 있는 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와인이 두 가지 상이한 스타일로 나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않았는지.
한쪽은 응축된 느낌과 무게감이 인상적인 풀 보디 와인이다. 이들은 1990년대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와인을 닮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농익은 과일 맛을 가장 뚜렷하게 표현하는 와인이다. 이런 스타일의 와인은 새 오크통에서 숙성됐을 확률이 높으며, 카베르네나 샤르도네처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요즘 흔히 마주하게 되는 다른 한 종류는 ‘21세기 와인’이라 불러도 좋을 만한 와인이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산도가 높고 알코올 함량은 낮으며 색깔과 무게감이 가볍다. 두드러진 과일 맛 대신 젖은 돌이나 화강암 같은 약간의 미네랄 느낌이 잔향을 통해 전해진다. 21세기 와인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익숙한 포도 품종으로 생산한 1990년대 스타일 와인에 비해 해당 와인 생산지의 토착 품종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새로운 와인은 첨가물을 최소화한 내추럴 와인으로 분류된다. 와인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아황산,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당분(과거 한때 ‘보당(chaptalisation)’이라고 알려진 흔한 양조 과정이다), 비교적 더운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에 신선한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산, 와인에 묵직한 중량감을 주기 위해 첨가하는 타닌 등 모든 첨가물을 극도로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1년에 수천 종의 와인을 맛보고 매주 다수의 전문가 시음회에 참석하는 필자에게 이 같은 양극화, 곧 와인업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새로운 현상은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다. 물론 수많은 와인이 이 두 스타일의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 가능하다. 거의 모든 지역의 와인업자가 옛 스타일 와인의 극단에서 꾸준히 멀어져 알코올 성분과 오크 향이 덜하고 산뜻함과 신선함이 좀 더 두드러지는 유행 와인을 향해 옮겨가는 중이다. 전형적인 1990년대 생테밀리옹 와인과 최근 출시한 동일 제품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라. 혹은 대단히 엄격한 다이어트에 돌입한 뫼르소 와인을 떠올려보거나.
이는 전 세계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철저하게 묵직한 맛의 호주산 샤르도네 와인을 마지막으로 맛본 것이 언제인가? 심지어 아르헨티나산 말베크와 칠레산 카베르네 와인조차 과거와 달리 저장 기술보다 포도원의 영향을 뚜렷하게 받으며 훨씬 신선해졌다. 특히 이탈리아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1990년대에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블록버스터급 와인에서 벗어나 토착 포도 품종인 산조베제와 테루아를 훨씬 순수하게 담아낸 최신 스타일로 변신한 전형적 와인이다.
책상에 앉아 세계 와인에 관한 참고 서적을 들여다보니 와인 세계에서 21세기 와인 트렌드를 거부해온 매우 중요한 지역이 한 군데 눈에 띈다. 나파밸리와 북부 캘리포니아의 일부 위성 지역에서는 아직도 비교적 늦은 시기에 포도를 수확해(너무 시기가 늦어 종종 알코올 함량을 줄여야 할 정도다) 20년 전에 생산한 와인과 상당히 유사한 대단히 응축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엄청난 성공이 입증된 비법을 고수하는 그들을 비난할 순 없다. 이 지역의 컬트 와인은 부유한 추종자가 많고, 그들 중 대다수가 꾸준히 고객 명단을 점유함에 따라 그들이 차지하는 할당량도 천정부지로 높아진 가격만큼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유명세가 덜한 무수한 브랜드 와인이 약간 더 저렴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전 세계 와인업자 대부분의 부러움을 사는 높은 가격이다.




1 잭슨 패밀리 와인이 소유한 나파밸리의 유서 깊은 부티크 와이너리 프리마크 애비에서 전통적 생산 방식으로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
2 호주 맥라렌 베일에서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생산한 생동감 넘치는 와인, 양가라 GSM.
3 바버라 뱅키.

필자가 보다 눈여겨보는 대상은 매우 다른 이 두 가지 스타일 와인을 모두 선보이는 와인 전문가다. 미국의 대표적 와인 그룹으로 세계 각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잭슨 패밀리 와인이 이 분야의 전범이다. 잭슨 패밀리 와인은 캘리포니아에서 옛날 스타일 그대로 크고 달콤한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캔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를 성공시키면서 성장했다. 오늘날 잭슨 패밀리 와인은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오리건(이 지역에서도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칠레, 남아프리카, 호주에도 야심만만한 와인 생산자를 거느리고 있다.
잭슨 패밀리가 소유한 맥라렌 베일의 자회사 양가라는 가장 독특한 남호주 와인 생산자 중 하나다. 달걀 형태의 콘크리트 발효 탱크를 사용하는 이들은 2012년에 남들보다 한발 앞서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이 양가라 와인과 잭슨 패밀리의 본거지인 캘리포니아 와인이 아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현재 이 와인 명가의 총괄 운영자는 고 제스 잭슨의 부인 바버라 뱅키다. 호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와인의 새로운 경향을 가장 목청 높여 지지하는 마이크 베니의 말을 빌려, 필자는 이토록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선보이는 의도와 소회를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스스럼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모든 것을 그들에게 일임할 뿐이라고 답했다. 바버라는 재정 지원은 아끼지 않되 사소한 부분에 구애되지 않으면서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예리한 여성 사업가(뛰어난 말 사육자이기도 하다)의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수백에 달하는 영국 와인 수입업자는 대부분 추구하는 진영이 확실히 둘로 나뉜다. 런던 근교에 기반을 둔 카브 드 피레네는 내추럴 와인 스타일을 선도해 성공을 거뒀다. 최근 필자는 포르투갈 전문가인 레이먼드 레이놀즈의 와인을 시음하며,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디르크 니에포르트 와인과 널리 사랑받고 있지만 대단히 전통적 와인인 킨타 두 발르 메앙과 카자 드 모라스의 막대한 스타일 차이를 인지했다. 레이놀즈는 서로 다른 이 두 방향을 어떻게 조율할까? 그가 지지하는 스타일은 어느 쪽일까?
그는 내 질문에 분명 어리둥절한 듯했다. 어쩌면 괜한 염려일지 모른다. 그저 독자들에게 내가 설명하는 각각의 와인이 어느 진영에 속하는지 명확하게 알리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4 신선함으로 승부하는 포르투갈 와인, 디르크 니에포르트.   5 카자 드 모라스의 강렬하고 풍미 좋은 레드 와인 다오.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이경주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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