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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8 FASHION

만물이 소생하는 구찌의 정원

  • 2018-03-30

피렌체에 위치한 구찌 가든이 지난 1월 9일 문을 열었다. 이곳이 왜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는지 궁금하다면 <노블레스>가 다녀온 현장을 주목해보길.

1 구찌 가든에 위치한 영화관.
2 ‘세상 풍속 요지경’이라 이름 붙인 전시실.
3 ‘만물의 본질에 대하여’ 전시실.
4 구찌 가든 내부의 계단에는 흥미로운 글귀가 쓰여 있다.

패션계에 불어닥친 구찌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찌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며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오가는 구찌의 옷과 핸드백, 슈즈 등은 절제되고 은유적인 패션계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거침없는 행보는 독자적이고 자유분방하다는 말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다. 그가 내놓은 옷과 핸드백 등에는 구찌의 출신 성분이 알 듯 모를 듯 깔려 있는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과거에 경의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존재감이 흐려진 시간을 지나 구찌가 지금의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과거를 도외시하지 않으면서 현대적 감성을 충만하게 불어넣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섬세한 전략 때문일 것이다.






5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 구찌 가든의 벽을 장식했다.
6 구찌 가든의 외관.
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마리아 루이사 프리사.
8 레스토랑의 맛을 책임지는 셰프 마시모 보투라.
9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
10 윌리엄 은다티라.

구찌의 영민한 행동이 드러난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구찌 가든의 오픈이다. 구찌가 탄생한 도시 피렌체의 로지아 델라 메르칸치아 궁전에 위치한 구찌 가든은 2011년부터 구찌 박물관으로 사용하던 곳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단장해 재탄생시킨 곳이다. 1337년에 세운 건물은 우피치 갤러리가 자리한 시뇨리아 광장과 산피렌체 광장 사이에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여느 도시의 박물관처럼 고즈넉하고 우아하게 브랜드의 유산을 품은 채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브랜드가 시작된 1921년에 선보인 제품부터 최근의 제품과 예술품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해 브랜드의 풍성한 수장고 역할을 하면서도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가든은 은유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든은 식물과 동물이 자라는 공간으로 실재하지만 또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죠. 마치 영원한 시작과 회귀를 상징하는 뱀처럼 말이죠.” 가든이라 명명한 이유에 대한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설명이다. 전 세계 프레스가 참석한 오프닝에서 그는 감기에 걸려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죽어 있는 공간을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11 구찌 가든 북 스토어.
12 구찌 가든 부티크.
13 구찌 가든 부티크에 진열한 데코용품.
14 오프닝에 참석한 어맨다 차치안.
15 일러스트레이터 앤젤리카 힉스.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진 구찌 가든의 1층과 2층은 전시 공간인 구찌 가든 갤러리아. 지상층에는 부티크와 레스토랑, 매표소가 자리한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큐레이터이자 비평가인 마리아 루이사 프리사가 협력한 갤러리아는 주제에 따라 공간을 나누었는데 절대 ‘연대기적으로’ 제품이나 작품을 진열하지 않는 것이 특징. 더블 G 로고의 초기 모습과 다양한 변주를 볼 수 있는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 브랜드의 아이콘인 로퍼와 호스빗 장식을 이용한 제품이 즐비한 ‘용품(Paraphernalia)’, 브랜드의 기원인 여행용 가방 등의 가죽 액세서리를 살펴볼 수 있는 ‘세상 풍속 요지경(Cosmorama)’, 3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소규모 영화관으로 실험적인 영화를 볼 수 있는 ‘소규모 영화관(Cinema da Camera)’,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동물과 정원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만물의 본질에 대하여(De Rerum Natura)’라 이름 붙인 흥미로운 공간이 자리해 있다.
“De Rerum Natura라는 방에 들어가면 우리는 구찌의 꽃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고 빈티지 의상과 현대 의상이 혼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의 실버 장식품과 1966년에 구찌 플로라의 디자인을 의뢰받은 비토리오 아코르네로의 오리지널 아트워크가 어우러진 곳이죠. 전시실에서 비디오아트와 고전 명화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것처럼 개방성은 이 공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라고 마리아 루이사 프리사는 덧붙였다. 알레산드로 미켈레 외에 톰 포드와 프리다 지아니니 등 구찌의 모든 디자이너가 창조한 의상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 갤러리아의 전시는 주제에 따라 기한의 제약 없이 열릴 예정이다.






16 화려하고 이국적인 구찌 가든 부티크.
17 구찌 오스테리아.
18 전시실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지상층에는 레스토랑과 숍이 들어섰다.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의 셰프 마시모 보투라가 맛을 책임지는 구찌 오스테리아는 이탈리아 음식을 기본으로 동양과 서양의 퓨전 음식을 지향한다. 피렌체가 르네상스 시대 문화 교류의 중심지였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천장에 벽을 둘러 15세기 로렌초 메디치가 지은 축제의 노래를 새겨놓았다. 지상층의 커다란 방 2개는 구찌 마니아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오직 구찌 가든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을 진열해놓았다. 옷과 가방, 신발은 물론이고 커스텀 주얼리와 새로운 아이웨어 제품까지… 쿠션을 비롯한 홈 데코 제품도 눈길을 끈다. 그 옆의 방은 주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으로 각종 문구류와 장식품, 책 등이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제품을 진열해놓은 장식적이고 고풍스러운 가구들은 피렌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선별했는데, 앤티크 숍에서 구입해 색을 입히고 치장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후 건물 밖으로 나서자 구찌 가든의 외벽을 장식한 강렬한 핑크색 눈동자가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14세기 궁전의 파사드를 장식한 현대적인 핑크 눈동자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울린 전시품과 제품은 이곳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온갖 꽃이 피고 동식물이 자라고 노닐 수 있는 공간인 ‘정원’으로 이름을 정한 것은 이곳에 다양성과 현대성을 갈구하는 구찌의 염원이 담겨 있어서다.






구찌 가든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은 오직 이곳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옷은 물론 다채로운 액세서리가 눈길을 끈다.

 

에디터 이윤정(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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