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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8 LIFESTYLE

The Safest Safe

  • 2018-01-21

금고는 화재나 도난으로부터 귀중품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그렇다고 잿빛 쇳덩어리일 필요가 있을까? 세월이 흘러도 안전하고 견고하며 아름다운 금고. 대를 이은 장인정신과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예술 작품을 능가하는 금고를 만드는 하이엔드 금고 브랜드가 여기 있다.

탁상용 금고 콜로시모.

독일의 장인정신으로 빚은 예술품
몇 해 전, 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금고 제작에 참여했다. 그런데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을 예상한 사람들은 거울처럼 고운 빛을 뿜어내는 알루미늄 덩어리에 실망했다. 하지만 주인이 앞에 서자 이 금고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주인을 알아 본 금고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장인이 특별 제작한 워치 와인더와 보석함이 나타난 것. 기술적·심미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칭송을 받는 이 금고를 탄생시킨 브랜드가 되틀링(Döttling)이다. 19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진델핑엔(Sindelfingen) 지방에서 설립한 되틀링은 현재까지 4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하이엔드 금고 제작 브랜드로서 독보적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긴 역사에 비해 이름이 친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1 알칸타라 가죽과 폴리싱한 스테인리스스틸 장식으로 정교하게 수놓은 벨에어 내부.
2 칼 라거펠트와 협업한 나르시서스.
3 귀중한 컬렉션을 모두 수납할 수 있는 그랜드 서클.

되틀링은 오랜 세월 세계적 부호에게만 은밀하게 알려진 브랜드였다. 주로 나폴레옹 시대의 금고,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금고 등 18~19세기에 만든 옛 금고를 복원하는 데 집중해왔고, 귀족의 명예와 자부심, 전통과 품위를 담은 앤티크 금고를 찾는 극소수 상류층이 주문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칼 라거펠트와 협업하고 위블로 같은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 한 시계 컬렉터는 “되틀링은 손목시계 컬렉션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이며, 금고에 보관한 컬렉션을 보며 매일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극찬하는 이유는 금고 자체가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으로 만든 예술 작품이기 때문이다. 되틀링의 모든 제품은 주문과 동시에 독일 본사에서 전통 방식을 따라 수작업으로 만든다.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버금갈 정도로 정교한 금고 제작 기술은 몇몇 장인에 의해 전수되며, CEO가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마이스터로서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것만 봐도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드릴로도 뚫리지 않는 케이스, 암호 코드와 지문 인식 잠금장치, GPS 탑재 등 첨단 기술을 가득 담아 한 번도 도난당한 적이 없는 완벽한 보안을 자랑한다. ‘그랜드 서클’은 이렇게 숭고한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총망라한 가장 호화로운 모델로 거론된다. 2m 높이의 고급스러운 장식장 같은 이 금고는 유리로 된 원형 금고와 이를 지지하는 서랍형 금고로 이루어졌다. 총 60개의 워치 와인더와 보석함, 주류 저장고, 스페인산 삼나무로 제작한 시가 보관함을 갖춰 귀중한 컬렉션을 모두 수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벨에어’는 또 하나의 걸작으로 꼽힌다. 외관은 최고급 송아지 가죽으로 감싸고 내부는 알칸타라 가죽과 폴리싱한 스테인리스스틸 장식으로 정교하게 수놓아 집 안에 두는 고급스러운 보물 상자 같다. 이외에도 미국 중앙은행의 금고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탁상용 금고 ‘콜로시모’, 6개의 손목 시계와 현금, 보석, 서류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여행용 금고 ‘가디언’까지, 상위 1%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금고 라인업으로 하이엔드 금고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가보로서 가치를 지닌 되틀링은 국내에서는 하이엔드 가구 부티크 에르미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4 금고에 들어가는 특별한 소재인 브라이어 우드.
5 IoT를 실현해주는 미러 오브 인챈트먼트.

이탈리아 감성의 우아한 보물 창고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인 이탈리아 피렌체. 아름답게 퇴색한 돌바닥과 건물 외벽을 감상하며 좁은 골목길을 거닐면 수백 년 전 꿈과 야망을 지닌 예술가의 애환이 느껴지는 곳이다. 아그레스티(Agresti)는 예술적 감수성이 넘실대는 피렌체 태생의 금고답게 우아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1949년, 오스발도 아그레스티와 그의 아내 피아 아그레스티가 창립한 아그레스티는 토스카나의 전통 산업 중 하나인 가죽공예로 시작해 고급 목재로 주얼리 보관함을 제작하는 브랜드로 발전했다. 3대에 걸쳐 60년 넘게 전통을 지키며 금고, 워치 와인더, 와인셀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왔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의 위상은 다르다. 피렌체 본사 외에 밀라노 패션 중심지인 몬테나폴레오네에 쇼룸이 자리하며, 런던의 해러즈 백화점과 모스크바의 래디슨 로열 호텔, 홍콩과 상하이의 레인크로퍼드 등 주요 랜드마크에서도 존재감을 빛낸다. 물론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정식 쇼룸을 갖추진 않았지만 글로비안에서 아그레스티를 공식 수입하고 있다.






6 아그레스티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실루엣.
7 남아프리카에서 채굴한 말라카이트를 사용한 금고.

아그레스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금고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우아한 디자인. 하이그로시 마감 처리한 우드 소재 금고는 가구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고매한 기품은 최고급 소재를 통해 더욱 두드러지는데, 부드러운 곡선과 옹이 무늬가 특징인 브라이어 우드, 남아프리카에서 채굴한 말라카이트, 비단구렁이 가죽 등 진귀한 소재를 총망라해 심미적 만족감을 안긴다. ‘실루엣’은 이러한 아그레스티의 개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 화이트 버즈아이메이플 원목으로 제작한 이 금고는 여성의 실루엣처럼 유려한 곡선 디자인이 특징이다. 문을 열면 켜켜이 쌓인 서랍 형태의 금고가 등장하는데, 손잡이마다 24K 순금 장식을 더하고 상단에 접히는 거울을 장착해 여자라면 누구나 방에 두고 싶을 만큼 탐난다. 그렇다고 아그레스티가 디자인만으로 승부를 보는 건 아니다. 가구 같은 외관에도 불구하고 독점 개발한 지문 인식 시스템과 터치식 잠금장치를 내장해 안전과 보안도 문제없다. 무엇보다 전통을 고수하되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미러 오브 인챈트먼트’와 ‘패닉룸’은 그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 미러 오브 인챈트먼트는 언뜻 보면 고급스러운 벽거울이지만 안쪽에 공간을 둔 금고로 나만의 비밀 창고 같은 느낌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위치를 누르면 내부의 조명이 켜지면서 금고 안을 보여주는 마법을 발휘해 요즘 유행하는 홈 IoT를 실현한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의 상류층은 세이프 룸을 두는 경우가 많다. 패닉룸은 아그레스티의 기술력과 스마트 홈의 개념을 합쳐 만든 공간. 지문 인식 장치를 이용해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에 온갖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금고와 워치 와인더, 홈 바가 펼쳐진다. 평소엔 보물 창고로 활용할 수 있지만 집 안에 도둑이 들었을 때는 이곳으로 피신할 수도 있다. 내·외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집 안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보안업체나 경찰에 알람을 보내도록 설계해 안전한 요새 역할까지 해낸다.






세이프 룸인 패닉룸.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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