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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8 FEATURES

새해를 외치다

  • 2018-01-04

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기 좋은 장소를 엄선했다. 계획을 세워도 좋고, 기쁨의 잔을 들어도 좋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든 그곳에서라면 한 해의 시작이 아주 특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출과 함께 붉어지는 울루루.

경이로운 일출 오스트레일리아 울루루
9억 년 전 지반이 침하되고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지기를 반복하며 퇴적물이 쌓였고, 5억 년 전에는 지각 변동으로 퇴적층이 위로 솟구쳤다. 이후 비바람에 깎이고 다듬어져 맨질맨질하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산이 탄생했다. 높이 348m, 둘레 9.4k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암석, 울루루(Uluru)의 탄생 이야기다. 처음에는 초대 오스트레일리아 수상 헨리 에어즈의 이름을 따 에어즈록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원주민 문화와 언어를 우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옛 이름을 되찾았다. 현지어로 ‘그늘이 지는 자리’란 뜻의 울루루는 원주민의 성소로 과거 주술사만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에게 전면 개방됐다.하지만 기상 상태에 따라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며 2019년 10월 26일부터는 등반이 전면 통제된다. 원주민의 영산(靈山)이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대륙의 중심에 위치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배꼽’, 나아가 ‘지구의 배꼽’이라고도 불리는 울루루는 대기의 부유물과 태양광선의 결합으로 푸른 광선이 제어되면서 여러 단계의 붉은색으로 변하는 풍광이 일품이다. 대자연의 경이를 느끼며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는 울루루는 새해의 태양을 온몸으로 맞이하기에 최적의 명소가 아닐 수 없다.





 






타이산 정상에서 본 새해 일출.

중국 타이산
‘티끌 모아 태산’, ‘걱정이 태산’이라는 구절에 등장하는 타이산(泰山)은 중국에서 ‘산의 대명사’ 혹은 ‘산 중의 산’으로 불리는 곳으로 산둥성 타이안(泰安)에 위치해 있다. 중국에는 오악(五岳)이라는 5대 명산이 있는데 산시성의 헝산과 화산, 허난성의 쑹산, 후난성의 헝산 그리고 타이산을 이른다. 중국인은 뿌리 깊은 산악 신앙 덕분에 간절하게 기원할 일이 있으면 오악을 찾아 소원을 빌고 마음의 평온을 얻었는데, 그중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타이산이니 우리 민족에게 백두산과 같은 마음속 지주인 셈.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을 시작으로 총 72명의 황제는 국민의 평안과 왕조의 번영을 위해 해마다 타이산에 올라 하늘과 땅에 제사를 올리는 봉선(封禪) 의식을 치렀다. 이런 산에서 새해 일출을 보며 한 해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은 중국인에겐 하나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붉은빛이 넘실거리는 산 정상에서 대륙의 기상을 느끼며 소원을 비는 것은 수준 높은 정신 수양 활동으로 우리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일출을 볼 수 있는 사모아제도.

시간을 넘어 사모아제도
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의 섬나라를 통칭하는 단어인 폴리네시아. 뜨거운 태양, 티 없이 맑은 바다, 솟아나는 생명의 힘이 넘치는 이곳에는 시간 여행자를 위한 특별한 장소가 존재한다. 바로 사모아제도다. 사모아제도는 같은 민족으로 같은 언어를 쓰지만 국제법상 통치 권력이 다른 분단 지역이다. 제도 동쪽은 미국령으로 동사모아라 불리고, 서쪽은 1918년까지 영국과 독일이 함께 지배했으나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뉴질랜드의 신탁통치를 거쳐 1962년 1월 1일에 독립했다. 1997년에 공식 국호까지 서사모아에서 사모아독립국으로 바꿨지만 아직도 동사모아와 구별하기 위해 서사모아로 부르는 경우가 잦다. 지난 2011년 사모아제도는 큰 변화를 겪었다. 사모아독립국이 주요 교역국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시아 지역과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기존 날짜변경선을 옮겨버린 것이다. 동사모아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날짜변경선(미국과 동일한!)이 동사모아와 사모아독립국의 중간으로 바뀌면서 사모아독립국의 하루가 역사에서 지워졌다. 12월 29일 한숨 자고 일어난 19만여 명의 사모아독립국 국민은 30일을 건너뛰고 바로 31일 아침을 맞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늦게 해가 뜨는 지역에서 단번에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 남태평양 최대 자연 수영장, 토수아.   2 세계 7대 해변, 랄로마누.

동사모아와 사모아독립국의 직선거리는 164km, 비행 시간이 20분도 채 안 되지만 시차는 무려 24시간이 나게 되었다. 사모아제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생일도, 기념일도 두 번 즐길 수 있다. 새해도 마찬가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새해를 맞았다가 20분만 비행하면 한 해의 마지막 일몰을 즐길 수 있다. 이런 마법 같은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사모아제도는 시간 여행자에게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남태평양 최대 자연 수영장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곳도 사모아독립국에 숨어 있다. 건장하고 용맹하기로 이름 높은 사모아인의 불춤도 구경할 수 있고, 신선한 코코넛을 듬뿍 넣은 음식도 별미다. 소설 <지킬 앤 하이드>,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폐병으로 고생하다 말년을 보내며 지상낙원이라 표현한 곳에서 우리의 새해는 좀 더 특별해질 수 있다. 분명히.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는 홍콩 일대의 풍광은 장관이다.

세계 최고의 숙소 홍콩 리츠칼튼
세계 최고(最高)의 숙소는 어디일까? 시설이나 서비스의 질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상업용 숙박 시설 말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단일 숙소 건물로만 따질 때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세운 JW 메리어트 마르키스 호텔이 가장 높지만, 복합 건물에 들어선 실질적 높이를 감안한다면 484m 높이의 홍콩 국제금융센터(ICC) 102층부터 118층 꼭대기까지 사용하는 리츠칼튼 호텔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숙소 경쟁의 진정한 승자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영장.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최상의 입지에 자리 잡은 리츠칼튼 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수영장이 위치한 곳으로도 유명하며, 수영장뿐 아니라 바, 레스토랑, 숙소에 이르기까지 맑은 날이면 끝없는 가시거리가 선사하는 황홀한 풍경을, 궂은 날이면 운무에 싸여 초현실적 느낌에 사로잡히는 독보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리츠칼튼 호텔의 투숙객을 위한 특별한 비치물도 기다리고 있다. 바로 망원경이다. 높이와 호기심이 만났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을 배치한 센스가 남다르다. 이처럼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건 흔치 않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묵상의 시간을 선사하는 안개 낀 몽생미셸.

경건한 마음으로 프랑스 몽생미셸
프랑스 파리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달리면 중세부터 유럽의 중요한 정신적 고향이자 대표적 순례지가 나타난다. 바로 몽생미셸(Mont Saint-Michel)이다. 프랑스어로 ‘몽’은 산을, ‘생미셸’은 성 미카엘 대천사를 뜻한다. 708년 아브랑슈의 주교인 성 오베르가 일대를 다스릴 때 그의 꿈에 성 미카엘 대천사가 나타나 인근 바위산에 성당을 지으라는 계시를 내렸다. 그 바위산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 낮에는 육지와 연결되지만 밤에는 섬이 되는 독특한 곳이었다. 오베르는 그 꿈을 무시했지만 재차 미카엘 대천사가 꿈에 나타나 계시를 내렸고, 종국에 오베르는 바위를 깎아 토대를 만들고 미카엘을 기리는 작은 성당을 건축했다.






3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4 생미셸 성당.

966년 노르망디 공작이 베네딕트회 수도원을 만든 이후 수세기에 걸쳐 증축한 몽생미셸은 백년전쟁 당시에는 아예 수도원 아래 마을을 둘러싸는 성채까지 만들어 요새가 되었고,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는 감옥으로 쓰이는 등 역사적 지층이 층층이 쌓인 명소가 되었다. 성지이자 순례지로서 왁자지껄한 낮의 충만함을 모두 벗어던지고 섬으로 변하는 저녁 이후 고요한 분위기로 가득 찬 성채를 거니는 것은 몽생미셸 체험의 백미다. 순백의 종이에 메모하듯 마음을 비우고 한 해 계획을 짜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5 겨울날 호시료칸 입구.   6 고보리 엔슈가 설계한 내부 정원.

일본 호시료칸
앞서 세계 최고(最高)의 숙소를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최고를 알아볼 시간이다. 바로 세계 최고(最古)의 숙소다. 많은 사람이 가장 오래된 숙소라면 화려한 장식과 대리석으로 치장한 유럽의 고성이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사람이 돈을 지불하고 잠을 청하는 건 유니버설한(!) 행위 아니던가.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인 8세기에 문을 연 숙소가 바로 일본에 있다. 그것도 무려 두 곳이나. 705년 오픈한 야마나시현 니시야마 온천의 게이운칸(慶雲館)과 718년 이사카와현 아와즈 온천에 자리 잡은 호시료칸(法師旅館)이다. 원래 기네스북 타이틀은 호시료칸이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지만 몇 년 전 게이운칸의 개업 사실이 확인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하지만 1300여 년의 역사에서 13년 차이는 큰 의미가 없을 듯싶다. 실질적 네임 밸류에서 호시료칸이 훨씬 더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46대째 이어온 호시료칸은 나라 시대(일본 수도가 교토가 아니었을 때다)에 승려 다이초 대사가 하늘의 계시를 받아 그의 제자가 지은 곳으로, 일본 역사상 손꼽히는 희대의 다도가이자 건축가, 원예가인 고보리 엔슈가 설계한 내부 정원으로 유명하다. 역대 일왕과 다이묘의 방문 기록으로도 그 유구한 역사와 료칸의 품격이 전해지는 곳이다. 고요한 다다미방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정원을 즐기고 온천욕과 가이세키 요리를 경험해보자. 그리고 새해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다듬어보자. 1300여 년이란 세월 동안 이곳에 머물렀을 수많은 사람이 그러했던 것처럼.

 

에디터 전종현(harry.jun@noblesse.com)
자료 제공 리츠칼튼 홍콩, 사모아 관광청, 호시료칸,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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