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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8 FEATURE

올림픽에 문화를 더하면

  • 2017-12-26

스포츠와 함께 올림픽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 문화 올림픽을 소개한다.

1 지난 8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 공연 모습.
2 세계로 열린 ‘문’과 활짝 피어난 ‘꽃’의 모습을 본 떠 만든 문화올림픽 엠블럼.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이 대회에 ‘예술’ 종목이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1948년 런던 올림픽까지, 건축·회화·조각·음악·문학의 5개 부문 예술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존재했다. 당시 이 예술 종목은 여느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열띤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렸다. 단, 작품의 내용은 올림픽의 의미, 스포츠의 정수를 담아낸 것으로 제한했다. 또 그땐 스포츠 선수도 얼마든지 예술 종목에 참가할 수 있었기에 그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록도 많다. 일례로 미국의 월터 위넌스(Walter W. Winans)는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사격으로 은메달, 조각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건축학도인 헝가리의 허요시 얼프레드(Hajo´s Alfre´d)는 남자 수영 100m와 1200m 자유형 종목에서 우승했고,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선 건축 종목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술 종목은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수채화와 판화 종목이 새롭게 도입되는 등 확장 추세였으나, 정치적 분쟁이 문제가 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독일이 예술 종목 수상을 독식했는데, 이에 대한 다른 참가국의 반발과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선 독일의 예술 종목 참가가 배제된 것. 올림픽에 국가주의가 개입한 것이다. 거기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모호하다는 점과 대중성 논란 등으로 예술 종목은 결국 1954년 로마 IOC 회의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예술이 올림픽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술은 여전히 ‘심신을 향상시키고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는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였으니 말이다. 대신 경쟁이 아닌 문화 프로그램의 형태로 바뀌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부터 1988년 서울 올림픽까지는 대회 전 몇 주간 페스티벌을 벌여 개최 도시의 문화 역량을 과시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는 아예 대회 수년 전부터 폐막까지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문화 올림픽(Cultural Olympiad)’이란 혁신적 방식을 도입했다.






3 강원국제비엔날레 포스터.
4 서울스퀘어 외벽을 활용한 <청년 작가 미디어 아트>전.
5 지난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공연 모습.

문화 올림픽은 개최국의 문화 역량을 한껏 과시하고,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다. 올림픽의 가치를 통해 개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이 참여하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축제, 교육 활동을 포괄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도 이 문화 올림픽과 함께한다. ‘평창, 문화를 더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과 강원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세계 각국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 사실 문화 올림픽은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2013년 평창비엔날레나 동계 올림픽을 3년 남겨두고 열린 ‘G-3년, 미리 가보는 평창’ 행사 역시 문화 올림픽의 일부였으니 말이다. 특히 올림픽을 1년 남겨둔 2017년 2월부터는 150개가 넘는 문화 프로그램이 쉴 새 없이 열리고 있다.
개중엔 새로 기획한 문화 프로그램도 있지만, 기존 행사를 문화 올림픽에 맞게 변형한 것이 많다. 특히 음악 프로그램이 그렇다. 예컨대 지난 7월 열린 제14회 평창 대관령음악제는 개막 공연을 G-200일 기념 한 . 중 . 일 콘서트로 꾸몄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 동아시아권에서 이어지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바람을 담은 것. 피아니스트 손열음,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 왕,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기시마 마유 등 세 나라의 연주자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 프로그램 부문에선 색다른 시도가 돋보였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선보인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파리를 조선 후기로,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황진이로 바꿨다. 여기에 민화를 모티브로 한 무대장치와 전통 춤사위를 더해 ‘한국형 오페라’로 꾸민 것이 특징. 미술 프로그램도 인상적이다. 지난 8월 29일부터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외벽을 활용한 <청년 작가 미디어 아트>전이 열리고 있다. ‘청년, 새로운 미래, 평창’을 주제로 올림픽을 통해 아름다운 경쟁을 펼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2018년 3월까지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에선 매일 저녁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시 정각에 10분간 차동훈, 뮌(김민선 & 최문선), 김장오 등의 초대형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제14회 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세비치.

한편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는 강원도 전역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행사는 2월 3일부터 3월 18일까지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 일대에서 개막하는 강원국제비엔날레다. 평창비엔날레에서 이름을 바꾼 이 행사의 타이틀은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 화합과 상생의 정신에 입각한 올림픽과 보조를 맞추는 것치고는 확실히 파격적인 주제다. 이에 대해 홍경한 예술총감독은 “올림픽의 이상적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적 소외 현상, 인간 존엄성의 훼손 등 악에서 비롯된 상황을 돌아봄으로써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관해 묻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강릉시 주요 거리를 첨단 조명과 영상 등을 활용해 예술 거리로 조성하는 오륜별빛 문화예술거리,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공유하며 평화 올림픽의 의미를 완성할 DMZ평화예술제 등이 관중을 기다린다.
문화 올림픽은 대회 기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평창, 강릉 등 올림픽 베뉴에서도 지속된다. 대표적으로 평창올림픽플라자 문화ICT관에선 비디오 아트 등 국립현대미술관의 근현대 소장품을 전시한다. 건물 외부에선 현대 기술과 전통미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파사드 쇼가 매일 저녁 열릴 예정. 한편 강릉올림픽파크 내 올림픽아트센터에선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국공립, 시 . 도립 예술단체의 대표 공연과 전시가 펼쳐진다. 대표적으로 국립발레단의 드라마 발레 <안나 카레니나>가 2월 10일과 11일 무대에 오른다. 강수진 단장은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축제를 위해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축제에 먹거리 또한 빠질 수 없다. 평창올림픽플라자 인근 세계음식문화관에서는 문화 공연을 감상하며 세계의 유명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선영 평창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 문화부장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구성해 스포츠와 문화가 결합한 올림픽으로 꾸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쯤 되면 이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단순히 올림픽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으로 치부할 순 없을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문화 프로그램이 ‘서울이 이렇게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올해 평창 동계 올림픽의 문화 올림픽은 한국이 세계 속 문화 강국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2월, 국가 대표 선수들의 금빛 도전에 뒤지지 않는 우리 문화의 수준을 체험해보는 건 어떨까. 올림픽의 감동이 배가될 테니.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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