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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7 CITY NOW

파리에서 만나는 모마

  • 2017-12-13

파리의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두 거대 미술 기관의 협업이 만들어낸 이 전시의 특별한 의미를 살폈다.

<모던하다는 것, 파리의 모마>전이 열리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전경.

그동안 많은 프랑스인이 앤디 워홀을 비롯한 근·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를 찾았다. 한데 올겨울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10월 11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파리 16구의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위치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itton)에서 모마의 소장품을 그대로 가져온 <모던하다는 것, 파리의 모마(Being Modern, MoMA in Paris)>전이 열리기 때문. 현재 이곳에선 근대미술의 탄생을 알린 작품부터 미국 추상주의·팝아트·미니멀리즘을 아우르는 현대미술 작품까지, 모마 관장 글렌 라우리(Glenn D. Lowry)와 큐레이터들이 엄선한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모마는 지금껏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 기관에 대여한 적이 없다. 지난 2004년 모마가 전시 공간의 확장을 위해 증축 공사를 하던 시기 베를린의 뉴 내셔널 갤러리(New National Gallery)에 작품을 빌려주긴 했지만, 작품의 수준과 규모 면에서 파리 전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물론 이번 전시 역시 2019년 완공 예정인 모마의 건물 보수 및 확장 공사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1 파블로 피카소의 ‘L’Atelier’(1927~ 1928년)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Bird in Space’(1928년).
2 쿠사마 야요이의 ‘Accumulation No. 1’(1962년), 브루스 나우먼의 ‘Human/Need/Desire’(1983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5 전시장 전경.

이 역사적 전시가 성사된 데에는 모마의 전시를 후원해온 LVMH 그룹의 공이 크다. 이들은 지난 2007년 모마에서 열린 미국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전시를 후원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단 소유의 소장품을 모마에 대여했다. 루이 비통 재단의 수석 대변인 장 폴 클라베리(Jean-Paul Claverie)는 “이번 전시는 오랜 기간 두 기관이 민간 메세나로서 함께 공유해온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파블로 피카소, 구스타프 클림트, 르네 마그리트, 앤디 워홀, 로이 릭턴스타인, 신디 셔먼 등 세계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의 작품을 소개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술사를 훑는 데 그 의미를 둔 건 아니다. 모마의 역사를 되짚는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선보이며, 이를 통해 1930년부터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존재해온 모마의 업적과 사명을 이해할 수 있다. 모마는 지난 1928년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Abby Aldrich Rockefeller)와 그녀의 친구인 릴리 블리스(Lillie P. Bliss)와 코닐리어스 설리번(Cornelius J. Sullivan)에 의해 시작됐다. 이들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무명 작가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과거 대부분의 미술관이 회화 위주의 검증된 작품만 수집한 만큼, 당시로선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모마의 남다른 운영 철학은 이후에 생긴 수많은 미술관의 모델이 됐다.






3 1 전시장에서는 앙리 마티스의 ‘Poisson Rouge et Palette’(1914년)와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Strassenszene Berlin’(1913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4 알렉산더 콜더의 ‘A Universe’(1934년), 마르셀 뒤샹의 ‘Roue de Bicyclette’(1951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1 전시장 전경.

루이 비통 재단의 아트 디렉터 수잔 파제(Suzanne Page)는 이번 전시의 의미에 대해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드로잉,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을 탐구해온 모마 컬렉션을 소개한다”며, “하나의 컬렉션이 소장이나 기증이란 방식을 통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두 번째다. 일반적으로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미술관은 주로 국가나 도시의 공공 재정에 의존해 운영된다. 반면 미국은 기증 미술품의 평가액만큼 세금을 공제해주기 때문에 미술품 기증이 굉장히 활발하다. 기증으로 인한 소장품 확보율이 보스턴 미술관은 78%, 휘트니 미술관은 99%에 달한다. 참고로 모마의 경우 70% 정도다. 고로 이번 전시는 프랑스 미술계에 민간 영역의 지원이 미술관 발전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앤디 워홀의 ‘Campbell’s Soup Cans’ (1962년)와 재스퍼 존스의 ‘Map’(1961년)을 감상할 수 있는 4 전시장 전경.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Cambell’s Soup Cans)’,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공간 속의 새(Bird in Space)’, 필립 거스턴의 ‘무덤(Tomb)’ 등 몇몇 작품은 프랑스를 처음 방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마 컬렉션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피카소의 대표작인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은 오지 못했다. 그 어떤 보험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작품이라 판단, 모마위원회에서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탓이다. 하지만 파리에서 이 작품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을 거닐며 모마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 감동은 충분하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최선희(초이앤라거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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