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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7 CITY NOW

제도권 안팎의 페스티벌

  • 2017-12-19

지난 9월 스웨덴을 대표하는 두 미술 행사의 막이 올랐다.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열린 ‘예테보리 현대미술 비엔날레’와 이웃 도시 보로스의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 ‘노 리밋’. 서로 다른 DNA를 지닌 두 행사의 의의.

바심 마그디의 ‘They Endorsed Collective Failure as the Dawn of a New Renaissance’ (2013년).

제도권 안에서
스웨덴 현대미술 신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예테보리 현대미술 비엔날레(Goteborg International Biennial for Contemporary Art, GIBCA)가 지난 9월 9일부터 11월 19일까지 두 달간 펼쳐졌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현대미술 기관 M KHA의 수석 큐레이터로 2016년 아트 두바이의 아브라지 그룹 미술상(Abraaj Group Art Prize)을 받은 나브 하크(Nav Haq)가 기획한 올해 GIBCA의 주제는 ‘세속적임’이다. ‘세속’이라는 단어는 원래 서구의 라틴 기독교 사회에서 기독교에 반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사회가 점차 종교적 귀속을 벗어나게 되면서 사회 표면에 세속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드러나기 시작, 동시대의 다원화된 패러다임 안에서 세속이란 서로 다름에 대해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선택의 순간을 의미하게 되었다.






1 리카 쿠오팔라 (Riikka Kuoppala)의 ‘And That’s All I Remember’ (2015년) 설치 전경.
2 드미트리 벤코프의 ‘I Wanted to be Happy in the USSR’ (2015년).

올해 9회째를 맞은 비엔날레에선 양혜규를 비롯한 전 세계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복합 예술 공간인 뢰다 스텐 콘스탈(Roda Sten Konsthall)을 중심으로 시립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대학 건물, 공공장소 등 예테보리 전역에서 선보였다. 특히 뮈로르나 빈티지 숍(Myrorna Jarntorget)의 헌책 코너에 놓인 자그마한 모니터에서 흘러나온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벤코프(Dmitri Venkov)의 영상 ‘I Wanted to be Happy in the USSR’은 비엔날레의 숨은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극심한 인종차별을 받은 다문화 가족이 노르웨이로 망명하는 과정을 그린 논픽션 영상 작품으로, 비엔날레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했다. 또한 트램을 타고 지나가며 창밖의 전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던 실파 굽타(Shilpa Gupta)의 야외 설치작 ‘WheredoIendandyoubegin’이나 찰머스 공과대학교 건축학과 로비에 있던 요나스 스탈(Jonas Staal)의 ‘Monument to Capital’ 등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곳곳에서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에텔 아드난(Etel Adnan), 파흐드 부르키(Fahd Burki),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 바심 마그디(Basim Magdy) 등 아랍지역 작가의 작품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3 실파 굽타의 ‘WheredoIend andyoubegin’ (2015년).   4 파흐드 부르키의 ‘Optimist’(2011년).

제도권 밖에서
예테보리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스웨덴의 또 다른 예술 도시 보로스(Boras)에 다다른다. 보로스는 처음엔 산업도시라는 인상을 주지만, ‘국제 조각 비엔날레(Boras International Sculpture Biennale)’를 개최하고 보로스 현대미술관(Boras Museum of Modern Art)에서 다양한 전시를 실험하는 등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보로스가 이런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 ‘노 리밋(No Limit)’의 역할이 컸다. 2014년에 처음 시작한 뒤 작년에 잠시 휴식 기간을 갖고 올해 9월 3일부터 10일까지 다시 열린 노 리밋은 스웨덴 아트 신에선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스웨덴은 그라피티를 금기하다시피했기 때문. 스웨덴 정부는 2007년부터 그라피티나 낙서를 24시간 내에 지워야 하는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시행해왔다.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반달리즘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이 정책 때문에 스웨덴에선 그라피티 아트 같은 거리 예술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 하지만 2014년에 보로스시는 도시계획의 일부로 노 리밋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시범 사업을 통해 스트리트 아트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예술의 사회적 공헌을 증명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드러냈다.






5 텍스타일 패션 센터 내부에 설치한 제마 오브라이언의 ‘Flower Power’.
6 2017년 보로스의 스트리트 아트 페스티벌 노 리밋에서 선보인 핫티(HotTea)의 ‘Resting’.

이 프로젝트는 매년 세계 각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를 엄선해 초청한다. 올해는 강렬한 스프레이 페인트 테크닉으로 포토리얼리스틱 벽화를 선보이는 크로아티아 작가 로나츠(Lonac)와 레터링,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호주 예술가 제마 오브라이언(Gemma O’Brien) 등 11명(팀)이 참여했다. 행사 기간이 길지도, 작가 수가 많지도 않지만 작품 하나하나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만큼 압도적인 무게감이 느껴졌다. 또 스트리트 아트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달리즘적 성격을 띤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차별점이었다. 참여 작가들은 도시의 전경을 하나의 캔버스로 삼아, 그 안에 자리 잡은 건축물을 뛰어난 조형미와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채웠다. 이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에 대한 적극적 공헌이었다. 노 리밋은 스트리트 아트가 공공장소 혹은 사유지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켰을 뿐 아니라, 회화가 건축물의 한 부분으로 어우러진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며 스트리트 아트의 힘을 증명했다. 올해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작품은 여전히 도시의 컬렉션으로 남아 보로스 주민의 삶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구정원(상하이 둬룬 시립 미술관 국제 협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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