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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7 WATCH NOW

합리적인 복잡함

  • 2017-09-29

시각과 날짜, 요일 정도를 표시하는 기본 기능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기능을 담은 시계를 컴플리케이션이라 칭한다. 범접하기 힘든 하이 컴플리케이션이 아닌, 가성비 높은 매력적인 컴플리케이션을 소개한다.

현대 손목시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컴플리케이션으로 듀얼 타임(GMT), 크로노그래프, 문페이즈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간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미니트리피터 등의 시계는 컴플리케이션 위의 컴플리케이션이라는 뜻으로 하이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하곤 한다. 기능적으로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 평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조명한다.




1 BVLGARI, Octo Mono-Rétrograde    2 CHANEL WATCH, Monsieur de Chanel

JUMPING HOUR
시를 전통적 시계처럼 회전하는 아날로그 핸드로 표시하지 않고, 숫자를 프린트한 회전 디스크를 이용한 작은 창을 통해 표시하는 시계를 점핑 아워 시계라고 칭한다. 점핑 아워 형태는 시간을 디지털 방식으로 표시하는 시계가 등장하면서, 다시 말해 캘린더를 개별 창으로 표시하는 시계의 등장과 함께 출현한 일종의 변종인 셈이다. 다만 여느 캘린더와 달리 60분 단위로 회전 디스크를 구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기계식 시계의 설계에 비해 에너지 전달 시스템에 관한 보다 면밀한 연구와 노하우가 요구되고, 이 때문에 점핑 아워를 대체로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점핑 아워의 정확한 등장 시기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스위스 고급 시계 제조사 중에서 손목시계 형태로 가장 먼저 선보인 브랜드는 이견 없이 오데마 피게를 꼽고 있다. 이후 점핑 아워를 현대의 시계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리고 매력적으로 어필한 이는 제랄드 젠타이며, 젠타 사후에는 불가리의 대표 컬렉션을 통해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불가리가 발표한 옥토 모노-레트로그레이드는 젠타의 DNA를 품은 옥토 케이스에 시는 다이얼 하단에서 점핑 아워로, 분은 다이얼 상단에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보여준다. 지난해에 브랜드의 첫 인하우스 무브먼트와 함께 등장해 화제를 모은 샤넬의 무슈 드 샤넬 워치는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 그리고 스몰 세컨드를 다이얼 안에 간결하면서도 개성 있게 배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3 MAURICE LACROIX, Masterpiece Double Retrograde    4 HARRY WINSTON, Ocean Biretrograde Automatic 42mm


RETROGRADE

‘역행’을 뜻하는 레트로그레이드는 시간과 캘린더를 표시하는 핸드가 해당 구간 끝까지 움직였다가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 기능을 말한다. 보통 이런 경우 무브먼트 기어 트레인 중간에 하트 모양의 부품(캠)과 함께 레트로그레이드 핸드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관장하는 스프링 부품을 갖추게 마련이며, 단 몇 개의 부품만으로 다이얼 면에 색다른 애니메이션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스몰 컴플리케이션을 지향하는 시계에 제법 다양한 형태로 응용된다. 대표적 예로 모리스 라크로와의 마스터피스 더블 레트로그레이드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시계는 다이얼 상·하단에 각각 세컨드 타임 존(GMT)과 날짜를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한다. 아무래도 레트로그레이드 핸드가 하나일 때보다 좀 더 드라마틱한 인상을 준다. 반면 해리 윈스턴의 오션 바이레트로그레이드 오토매틱 42mm는 초와 요일을 각각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한다. 특히 다이얼 하단 왼쪽에 배열한 초침을 1분 단위가 아닌 30초 단위로 설정해 시간의 경과를 보다 경쾌하게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5 A. LANGE & SÖHNE, Saxonia Dual Time    6 MONTBLANC, TimeWalker Chronograph UTC

DUAL TIME
현재 시각 외에 다른 타임 존의 시간대를 동시에 표시하는 시계를 듀얼 타임 시계, 혹은 해당 국제 규약에서 착안해 GMT(그리니치평균시)나 UTC(협정세계시) 시계로 칭하기도 한다. 다이얼 외곽이나 중심에 24시간 숫자와 함께 세컨드 타임 존을 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일부 시계는 12시간 단위로 세컨드 타임 존을 표시하면서 별도의 서브 다이얼로 낮·밤 인디케이터를 추가하기도 한다.
랑에 운트 죄네의 삭소니아 듀얼 타임은 케이스 왼쪽 면에 위치한 별도의 독립 푸셔를 눌러 앞뒤 1시간 단위로 간편하게 블루 컬러의 GMT 핸드를 조정할 수 있고, 24시간을 표시한 12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로는 홈 타임의 낮·밤 시간대를 헤아릴 수 있다. 듀얼 타임 시계의 또 다른 예로 몽블랑의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 UTC를 꼽을 수 있다. 듀얼 타임에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담은 스포티한 컨셉의 모델로, 화살촉 모양의 핸드로 세컨드 타임 존을, 그리고 24시간이 표시된 블랙 세라믹 베젤을 활용하면 제3의 타임 존까지 확인할 수 있어 전혀 다른 시간대를 이동하며 여행하는 이들이나 파일럿에게 유용한 시계다.




7 VACHERON CONSTANTIN, Overseas World Time    8 JAEGER-LECOULTRE, Geophysic Universal Time

WORLD TIME
월드 타임 시계는 듀얼 타임의 확장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월드 타임 디스플레이는 20세기 초반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약한 시계 제작자 루이 코티에(Louis Cottier)가 고안한 방식이 가장 유명하다. 그를 통해 1930~1940년대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연이어 월드 타임 기능의 회중시계가 등장했고, 20세기 중·후반에는 손목시계 형태로 진화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2016년에 선보인 오버시즈 월드 타임은 메종이 제작한 역대 월드 타임 손목시계 중 가장 스포티한 외관을 갖추었다. 북반구에서 바라본 세계지도를 블루와 브라운 컬러로 형상화한 3겹의 멀티 레이어 다이얼에는 24시간 회전 링과 함께 전 세계 주요 도시명을 표시해 무려 37개 타임 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예거 르쿨트르의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역시 전형적인 코티에식 월드 타임 디스플레이를 갖추었다. 24개 타임 존과 낮·밤 시간대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예거르쿨트르는 독자적인 트루 세컨드 메커니즘(일종의 데드비트 세컨드)을 적용해 중앙의 초침이 마치 전자시계처럼 딱딱 끊어지며 정확하게 움직여 여타 월드 타임 시계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9 HUBLOT, Big Bang Meca-10 Magic Gold    10 MORITZ GROSSMAN, Atum Power Reserve

POWER RESERVE
동력의 남은 양을 다이얼이나 무브먼트에 보여주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갖춘 시계를 통상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창적인 형태와 부품 구성을 갖춘 상대적으로 복잡한 유형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시계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실용적인 이유로 특별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선호하는 시계 애호가가 많아졌기 때문에 일부 고급 시계 제조사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독일의 독립 매뉴팩처 브랜드 모리츠 그로스만은 2010년 런칭한 첫 컬렉션 베누와 2013년 런칭한 아툼 컬렉션에서 각각 파워리저브 라인업을 따로 전개하고 있다. 기존의 타임 온리 모델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고안한 리니어(바) 타입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추가해 컬렉션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용성을 챙긴 것이다. 한편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를 수상한 위블로의 빅뱅 메카-10 매직 골드를 보면, 특유의 기계적이고 복잡해 보이는 다이얼 구성에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이 다이얼 하단에 휠 모양 디스크와 함께 노출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다. 무려 10일의 긴 파워리저브를 자랑하는 모델인 만큼 해당 인디케이터는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11 ZENITH, Elite Lady Moonphase    12 GLASHÜTTE ORIGINAL, PanoMatic Luna

MOON PHASE
말 그대로 ‘달의 형상’을 의미하는 문페이즈는 달의 삭망 주기를 시계의 다이얼 면에 사실적으로 구현한 컴플리케이션이다.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달의 속성상 문페이즈 기능은 여성용 컬렉션과 만났을 때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실제로 여성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 주로 하이 컴플리케이션에 해당하는 퍼페추얼 캘린더 혹은 항성시계와 짝을 이뤘다면, 최근에는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베이스 칼리버에 문페이즈 모듈을 추가하는 식으로 간소하게 문페이즈를 표시하는 시계가 늘고 있다.
독일 브랜드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여러 대표 라인업에 문페이즈 기능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프센터 다이얼과 더블 빅 데이트(일명 파노라마 데이트), 그리고 심플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개성적인 파노매틱 루나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기 시리즈 중 하나. 남성용 파노매틱 루나가 댄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클래식 시계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면, 라이트 블루 컬러 머더오브펄을 다이얼 소재로 사용하고 스틸 베젤부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최신 여성용 버전은 우아한 문페이즈 시계의 극치를 보여준다. 반면 제니스의 엘리트 레이디 문페이즈는 옐로, 애플 그린, 터쿼이즈, 레드 총 4가지 비비드 컬러 다이얼과 함께 고전적인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갖춰 트렌드와 전통을 동시에 아우른다. 여기에 각각의 다이얼 컬러와 쌍을 이루는 컬러풀한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해 특히 젊은 여성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에디터 이서연(janicelee@noblesse.com)
윤성현(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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