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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로 말하다

  • 2017-09-28

사람과 마찬가지로 시계의 인상 역시 대체로 시계의 얼굴에 해당하는 다이얼에서 판가름 난다. 그중 시간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덱스는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디자인적 측면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름 15~35mm 미만의 다이얼 안에서 해당 시계만의 개성과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는 실로 제한적이다. 그중에서도 인덱스는 시간을 표시하는 핸드(hand, 바늘)와 함께 전통적으로 시계 제작자들이 다이얼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 시계의 인상을 결정짓는 다양한 종류의 인덱스에 관해 알아보자.




1 JAEGER-LECOULTRE, Rendez-Vous Moon
2 JAEGER-LECOULTRE, Rendez-Vous Sonatina
3 MONTBLANC, 1858 Chronograph Tachymeter Limited Edition
4 MB&F, HM6 Alien Nation HM6
5 A. LANGE & SÖHNE, 1815 Chronograph

ARABIC NUMERALS INDEX
다이얼 면에 주로 1부터 12까지 표시하는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시계 인덱스 형태로, 즉각 해당 시간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독성 측면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는 전통적 회중시계부터 첨단 전자시계에 이르기까지 시계 종류와 상관없이 대체로 잘 어울리면서 선호층이 폭넓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낮다. 시를 표시하는 숫자 외에 5분 간격으로 분 단위를 숫자로 함께 표시하는 시계도 있으며, 스탬핑 방식으로 해당 숫자를 다이얼 위에 평면적으로 찍어 표시하는 형태 외에 별도로 제작한 양각의 숫자 인덱스를 다이얼 위에 고정한 형태 등 그 제작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또한 의도적으로 스포티함을 강조한 시계에는 해당 인덱스에 야광 도료인 슈퍼루미노바를 채우기도 한다.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를 잘 활용한 대표적 예로 예거 르쿨트르의 랑데부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컬렉션 특유의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면을 강조하기 위해 예거 르쿨트르는 옆으로 기울인 유려하면서 모던한 디자인의 폰트를 사용했고, 이는 시계의 전체적 디자인과도 조화를 이뤘다. 반면 몽블랑 1858 컬렉션의 브론즈 케이스 신제품인 1858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 리미티드 에디션은 보다 고전적인 느낌의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를 사용하면서 의도적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베이지 컬러 야광 도료를 도포해 개성을 드러낸다. 독일의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 랑에 운트 죄네의 1815 크로노그래프 역시 고전적 디자인을 강조했으며, 파텍필립 아쿠아넛 컬렉션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신제품 아쿠아넛 5168G는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블루 컬러 다이얼에 야광 도료를 채운 양각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를 사용해 스포티한 인상을 배가시킨다. 반면 MB&F의 신작 HM6 에이리언 네이션은 특수한 예에 해당하는데, 케이스 하단 양쪽의 개구리 눈같이 생긴 반구형 인디케이터 위에 아라비아숫자를 프린트해 각각 시와 분을 표시한다.




6 GIRARD-PERREGAUX, Laureato
7 GRAND SEIKO, SBGR305
8 RADO, Ceramica Automatic

BAR INDEX
그 형태가 막대기를 연상시킨다 해서 이름 붙인 바 인덱스 혹은 바통(baton) 인덱스는 20세기 초 손목시계의 부상과 함께 널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이얼 외곽에 방사형으로 곧게 뻗은 바 인덱스는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았고, 그 형태를 더욱 단순화해 의식적으로 바우하우스 혹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표방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지라드 페리고는 브랜드 유일의 스포츠 워치 컬렉션인 라우레아토 전 모델에 바 형태의 인덱스와 핸드를 적용했는데, 각각의 중앙에 야광 도료를 채워 어두운 환경에서도 가독성을 보장한다. 세이코의 최상위 라인에서 올해 별개의 브랜드로 독립한 그랜드 세이코는 1960년에 제작한 첫 그랜드 세이코 모델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SBGR305)에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두툼한 양각의 바 인덱스를 사용했다. 1990년대를 풍미한 라도의 아이코닉 컬렉션 세라미카는 올해 유명 산업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와 협업해 한층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9 BLANCPAIN, Villeret Day-Date
10 ROMAIN GAUTHIER, Insight Micro-Rotor
11 ULYSSE NARDIN, Marine Torpilleur
12 CARTIER, Panthère de Cartier

ROMAN NUMERALS INDEX
아라비아숫자보다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인덱스 형태가 바로 로마숫자다. 16~17세기의 괘종시계부터 각종 벽시계, 18~19세기에 유행한 마린 크로노미터(해상용 정밀 시계), 19세기의 다양한 회중시계와 탁상시계에서 어렵지 않게 로마숫자 인덱스를 사용한 모델을 접할 수 있으며, 지금은 주로 해당 브랜드의 가장 클래식한 컬렉션에 쓰이고 있다.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아라비아숫자에 비해 로마숫자는 상대적으로 쓰임새가 적기 때문에 선호하는 연령층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고전미를 추구하는 시계에서는 강점이 두드러진다. 또한 4시 방향의 인덱스를 기존 로마체의 ‘IV’가 아닌 ‘IIII’로 표기하는 점도 로마숫자 인덱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까르띠에는 거의 대부분의 워치 컬렉션에 로마숫자 인덱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소 두툼한 블랙 컬러 로마숫자 인덱스는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핵심 디자인 코드로 인식되며, 철도에서 영감을 얻은 레일로드 형태의 미니트 트랙과 어우러져 까르띠에 스타일을 완성한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여성용 아이코닉 컬렉션 팬더 드 까르띠에 워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편 19세기 마린 크로노미터 제조사로 명성을 떨친 율리스 나르당은 자사의 마린 크로노미터 디자인을 현대의 손목시계에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올해 신제품인 마린 톨피루어가 대표적 예. 같은 로마숫자 인덱스라 할지라도 그 형태와 가공, 배열에 따라 느낌은 다를 수 있다. 블랑팡은 자사를 대표하는 클래식 빌레레 컬렉션에 골드 소재의 양각 로만 인덱스를 사용하고, 독립 시계 제작자 로맹 고티에의 신작 인사이트 마이크로-로터처럼 다이얼 중심에서 벗어난 일명 ‘오프센터’ 형태의 다이얼에서는 컬렉션 특유의 모던함과 대조를 이루는 일종의 반전 매력의 한 요소로 로마숫자 인덱스를 활용했다.




13 ROGER DUBUIS, Excalibur Spider Pirelli Automatic Skeleton
14 ROLEX, Oyster Perpetual Sea-Dweller
15 OMEGA, Seamaster Aqua Terra 150m Co-Axial Master Chronometer

DOT INDEX
도트 인덱스는 그 이름처럼 원형의 ‘점(도트)’을 연상시키는 인덱스 형태를 가리킨다. 현대에는 주로 다이버 시계에 응용해 큼지막한 원형 인덱스에 야광 도료를 두툼하게 도포하는 식으로 다이버 시계만의 개성적 디자인을 완성한다. 현대 다이버 시계의 한 원형을 제시한 롤렉스의 서브마리너가 대표적 예로, 오이스터 퍼페추얼 컬렉션의 다른 스포츠 라인 씨-드웰러나 요트-마스터도 마찬가지다. 한편 일부 스켈레톤 시계에서도 도트 인덱스를 접할 수 있는데, 로저드뷔처럼 무브먼트까지 전체를 스켈레톤 가공해 전면에 노출하는 경우 다이얼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독성을 보장하기 위해 테두리 플랜지 부분에 작은 도트형 인덱스를 추가하는 식이다. 반면 도트 인덱스 형태를 유지하되 그 중앙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시계도 있다. 오메가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여성용 모델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16 PANERAI, LAB-IDTM
17 GLASHÜTTE ORIGINAL, Senator Excellence Perpetual Calendar
18 NOMOS GLASHÜUTTE, Club Campus
19 BVLGARI, Diagono Scuba

MIXED INDEX
앞서 살펴본 아라비아숫자, 로마숫자, 바, 도트 인덱스를 혼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라비아숫자와 바 인덱스를 혼용한 파네라이의 대다수 모델이 그러하고, 아라비아숫자와 도트 인덱스를 혼용한 불가리의 디아고노 스쿠바, 로마숫자와 바 인덱스를 혼용한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세나토 엑설런스 라인, 로마숫자와 아라비아숫자를 다이얼 상·하단에 나누어 혼용한 일명 ‘캘리포니아’ 다이얼을 브랜드 최초로 적용한 노모스 글라슈테의 클럽 캠퍼스 등이 대표적 예다.




20 RJ-ROMAIN JEROME, Tourbillon Pokémon
21 VAN CLEEF & ARPELS, Charms Extraordinaire Fée Sakura
22 H. MOSER & CIE, Endeavour Centre Seconds Concept Cosmic Green
23 JAQUET DROZ, Petite Heure Minute Roosters

NO INDEX
드물게 인덱스를 아예 생략한 시계도 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일부 디자인 컨셉의 시계를 비롯해 시계의 기능성 혹은 미적 특성에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존의 시간 표시 문법을 해체한 실험적인 시계, 다이얼의 예술적 표현에 치중해 인덱스의 효용성을 무시한 메티에 다르풍 시계 등 제법 그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H. 모저 앤 씨의 인데버 센터 세컨드 컨셉 코스믹 그린은 다이얼에서 인덱스는 물론 브랜드 로고도 생략해 시계의 단순미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고급 시계 브랜드는 잘 시도하지 않는 오묘한 컬러의 다이얼을 사용해 컬렉션의 개성을 확보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정유년인 올해 ‘닭의 해’를 기념해 선보인 자케드로의 프티 아워 미닛 루스터는 그랑푀 에나멜링, 미니어처 페인팅, 핸드 인그레이빙 같은 전통 공예 기법을 응용해 다이얼 안에 수탉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오롯이 집중해 시간 표시 기능은 오히려 부수적으로 느껴진다. 다이얼 안에 카보숑 에나멜로 만개한 벚꽃을 형상화한 반클리프 아펠의 참 엑스트라오디네리 페 사쿠라 역시 마찬가지이며, 일본의 게임 및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포켓몬에서 영감을 얻은 RJ-로맹 제롬의 재기 발랄한 유니크 피스 투르비용 포켓몬도 다이얼 안에 형형색색의 에나멜 도료를 채워 포켓몬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인덱스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철저히 배제했다.

 

에디터 이서연(janicelee@noblesse.com)
윤성현(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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