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앞에 마주 선 시간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FEATURE
  • 2017-09-26

자연 앞에 마주 선 시간

지난 1월, 일본의 호시노 리조트가 가루이자와, 교토, 다케토미섬, 후지, 도쿄에 이어 여섯 번째 호시노야를 열었다. 호시노 리조트가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난 만큼 공들여 선택한 목적지는 인도네시아 발리. 호시노야 중에서도 단연 자연 친화적 면모를 자랑하는 고품격 리조트 호시노야 발리를 직접 경험한 감상을 전한다.

1 자연과 하나 된 듯한 공간에서 티 타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 가제보는 호시노야 발리의 상징이다.   2 호시노야 발리에서 맞이하는 밤은 유달리 고요하다.

한밤중에 덴파사 공항에 도착해 호시노야 발리에서 보낸 콜택시에 올랐다. 드라이버가 건네는 물수건과 생수를 받아 들고 발리의 인사법을 배우며 꼬박 1시간 넘게 달리자, 발리의 대표 관광지 우붓에 도착했다. 우붓에 들어서서도 굽이진 길을 20여 분간 돌고 돌아 호시노야 발리에 다다른 시간은 어둠이 깔린 새벽 2시. 시큐리티 체크를 지나 정문 앞에 내리자 마중 나온 스태프가 눈앞에 커다란 우산을 펼쳤다. 꽤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비밀의 장소에 들어선 듯 조용하고 신비한 기운이 감돌았다. 리셉션에서 스태프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으로 숨을 돌린 다음 룸으로 향했다.
호시노야 발리의 객실은 불란, 잘락, 소카 세 종류의 독립형 빌라 30채로 이뤄져 있다. 전 객실에 TV가 없는 것이 특징.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난 진정한 휴식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빌라에서는 수영장으로 곧바로 입장할 수 있고, 호시노야 발리의 특산품인 객실 어메니티가 마음에 든다면 리셉션 옆에 있는 숍에서 구매하면 된다. 호시노야 발리에 총 14채가 있는 빌라 불란은 인도네시아어로 달을 뜻하는 이름답게 달빛 아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개별 가제보가 설치되어 있다. 가제보란 건축물의 전망대를 뜻하는 단어로, 한국의 정자와 비슷한 형태다. 세 종류의 빌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새를 의미하는 빌라 잘락은 3명 이상 가족이 묵기 좋은 방으로 리조트 내에 단 5채뿐. “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등급으로 룸을 나눈 것이 아니라 각기 고유한 특징이 있을 뿐입니다”라는 스태프의 말처럼, 모든 방이 개별적 특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발리 로컬 장인이 만든 조각이 전 객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데, 단 하나도 같은 작품이 없을 정도다. 내가 묵은 곳은 빌라 소카 202호. 꽃을 뜻하는 이름처럼 화초에 둘러싸인 빌라로, 총 11채가 있다. 홀로 여유를 즐기고픈 여행객이나 기념일을 맞은 커플에게 좋으며, 호시노야 발리에서 유일한 복층 빌라다. 1층엔 널찍한 리빙룸과 욕실이, 2층엔 햇살이 드리우는 서재와 침실이 있다. 머무르는 동안 룸 2층에 있는 서재에서 원고를 써야겠다던 다짐은 리조트의 부대시설인 라이브러리를 방문한 순간 단번에 바뀌었다.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라이브러리엔 여행, 건축, 문화 서적은 물론 가족 여행객을 위한 어린이 도서가 즐비했다. 언제든 개별 룸이나 카페 등 원하는 곳으로 가져가 읽을 수 있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하늘 아래 탁 트인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3 호시노야 발리의 풀은 모든 룸에서 곧바로 연결된다.
4 웅장한 정문을 거치면 호시노야 발리가 선사하는 신비로운 공간 속으로 발을 들일 수 있다.
5 전 객실의 침대는 일본의 다다미룸을 연상시키듯 높이가 매우 낮다.

첫날 새벽에 도착한 데다 다다미 형태의 침대가 유달리 폭신해 침대에 몸을 뉘자마자 순식간에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알람이 아닌 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신선한 경험을 뒤로하고, 조식 시간에 맞춰 다이닝 공간으로 향했다. 평소 아침식사를 챙기기보다 한숨이라도 더 자는 쪽을 택하는 나를 재촉한 호시노야 발리의 조식 메뉴는 인도네시아·일본·미국식 3가지다. 인도네시아에 왔으니 인도네시안 조식을 주문해본다. 웰컴 과일을 먹으며 주스를 고르면 9가지 향신료와 치킨, 죽을 정갈하게 올린 트레이가 나온다.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는 여러 종류의 빵이 소담스럽게 담긴 브레드 바스켓과 치즈 오믈렛, 소시지, 베이컨, 해시브라운 등으로 구성된다.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면 모든 종류의 조식을 체험해도 좋을 듯. 다이닝은 모던한 인테리어에 발리 현지 장인의 손끝 정성이 깃든 전통 예술품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에 자리한다.
호시노야 발리엔 라이브러리, 메인 다이닝 외에도 풀, 카페 가제보, 퍼블릭 가제보, 요가 가제보, 스파, 사원이 있다. 특히 카페 가제보는 이곳만의 자랑. 바 좌석과 7개의 개별 가제보로 이뤄진 카페 가제보에 앉으면 시야 가득 하늘과 나무가 들어차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마치 나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석 같은 카페는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오픈하며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판매한다. 그중 2시부터 5시까지는 가제보에 있는 자그마한 바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차를 무료로 제공하니 놓치지 말 것. 요일마다 서빙하는 차가 달라 시간표 확인은 필수다. 나는 쾌활한 서버가 건네는 한국어 인사를 들으며 첫날엔 웨당 자헤를, 둘째 날엔 자무를 마셨다. 이곳에서 커다란 냄비에 한가득 끓이고 있는 차를 보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차는 앙증맞은 찻잔에 조금씩 담아 내주니까. 물, 코코넛 워터, 생강, 흑설탕, 판단 잎, 소금으로 만드는 웨당 자헤는 인도네시아 생강차의 한 종류다. 웨당은 뜨거운 마실 거리를, 자헤는 생강을 뜻하는데 평소 생강차를 좋아한다면 웨당 자헤를 놓쳐서는 안 된다. 코코넛 밀크까지 첨가하면 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운 탓인지 담당 서버는 쉴 새 없이 “한 잔 더 드릴까요?”를 외쳤다. 웨당 자헤보다 재료의 가짓수는 적지만 맛은 2배로 강렬한 자무는 여성 건강에 특히 좋은 차다.

런치는 룸서비스로 대체해 이틀간 인도네시아 볶음밥인 나시고렝과 포크밸리 버거를 먹었다. 다이닝의 런치 메뉴와 룸서비스 역시 인도네시아·일본·미국식, 퓨전 요리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그다음 퍼블릭 가제보로 향했다. 인도네시아 전통음악 가믈란(gamelan) 연주를 듣기 위해서다. 이곳에선 연주를 감상할 수도, 연주자와 함께 직접 악기를 다룰 수도 있다.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다른 투숙객과 함께 신나게 연주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 다시 바로 옆 다이닝 공간으로 향했다. 저녁 특식은 인도네시아 전통 조리법으로 익힌 치킨 ‘아얌 베투투(Ayam Betutu)’. 찹쌀로 속을 채우는 삼계탕처럼, 치킨을 인도네시아 채소로 가득 채워 육수를 부어 먹는 요리다. 아얌 베투투 외에 컨템퍼러리 인도네시아 코스 요리도 마련돼 있다. 무려 11가지 요리를 내는 코스는 일본에서 온 셰프가 일식과 인도네시아식을 절묘하게 아울러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킨다. 요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두 메뉴 모두 예약은 필수다.




6 룸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식사가 이루어지는 다이닝 룸에서도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7 호시노야 발리의 어떤 곳보다도 고요하고 비밀스러운 스파 공간.

밤에는 요가 가제보에서 문라이트 요가를 체험할 수 있다. 매일 밤 9시부터 9시 40분까지 밤하늘 아래 조용히 요가를 즐길 수 있고, 혹여 놓치더라도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10분까지 선라이즈 요가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오전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반드시 경험해야 할 코스가 있다. 바로 해돋이 감상. 워낙 자연 가까이 존재하는 호시노야 발리이기에, 동트는 모습도 더 가깝게 느껴진다. 리셉션에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알려주니 잊지 말자.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는 리셉션에서 ‘Balinese Traditional Offering’ 프로그램을 통해 발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호주, 일본에서 온 다른 투숙객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은 후 바나나 잎, 대나무 스틱, 꽃 등으로 발리 신에게 바칠 조공 바구니 ‘차낭’을 만들었다. 손재주가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스태프가 친절하게 도와주기 때문. 이렇게 직접 만든 차낭을 들고 리조트 안에 있는 자그마한 전통 사원으로 향했다. 각각 왕, 왕자, 경찰의 역할을 맡은 인도네시아 전통 신에게 인사하고 나면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다.
무료 액티비티도 훌륭하지만,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진행하는 스파 또한 놓치면 후회할 듯. 내가 체험한 ‘Body Relaxation’은 약 1시간 30분 동안 마사지, 스크럽, 저쿠지로 구성한 프로그램. 작은 레일 위를 지나는 개방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리조트 내 어느 곳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에서 아로마 향과 함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사할 수 있다. 호시노야 발리에서는 어느 곳에 가든 물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발리의 관개시설인 ‘수박(Subak) 시스템’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유서가 깊은데, 호시노야 발리에서는 그 시스템을 이용해 물 흐르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기 때문이다. 호시노야 발리는 이렇듯 발리의 자연과 문화에 융화된 건축을 선보인다. 여행을 떠날 때 휴양지보다는 메가시티를 우선순위에 두는 나임에도 머무른 지 이틀 만에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카페 가제보에 앉아 바라본 하늘과 숲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호시노야 발리를 방문하는 이들은 누구든 같은 생각을 하리라. 오랜 친구처럼 친근한 스태프의 환대와 자연을 벗 삼은 진정한 휴식을 원한다면, 호시노야 발리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8 독특한 향신료와 인도식 아침식사 메뉴.
9 스파의 마지막 단계는 향기로운 꽃잎으로 가득한 욕조에 몸을 뉘일 수 있는 저쿠지가 장식한다.
10 안락함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카페 가제보의 소파.

호시노야 발리(Hoshinoya Bali)
Br. Pengembungan, Ds. Pejeng Kangin, Kec. Tampaksiring, Gianyar 80552 Bali, Indonesia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2:00
요금 1박 1실 7만 엔~(세금과 서비스 요금 10% 포함, 식사 별도)
문의 +62-361-849-3080, www.hoshinoresorts.com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취재 협조 호시노야 발리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