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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SPECIAL FEATURE

To Life

  • 2017-09-01

얼마 전 제주도에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의 서핑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배우 윤진서를 제주도의 바다와 마을에서 만났다. 에바 그린과 진 세이버그를 롤모델로 삼았던 그녀의 뮤즈는 요즘 요기나 서퍼다. 서핑, 가드닝, 독서와 글쓰기 사이에서 그녀는 다음 영화의 캐릭터처럼 ‘정의와 진정한 사랑을 지키며 싸움 좀 할 줄 아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새벽마다 서핑을 즐긴다고 했어요. 바다에서의 일상은 현실보다 훨씬 드라마틱할 것 같은데, 매일 바다에 나가는 게 이제 습관이 되었나요? 지금 파도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까? 파도가 매일 오진 않아요. 파도가 있는 새벽엔 서핑을 하죠. 간조·만조 시간과 차트를 체크하며 서핑을 할 수 있는 날엔 가능하면 부지런히 하려고 해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파도가 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파도가 그림같이 밀려오는 날, 현실 같지 않을 때가 있어요. 파도를 타고 있는 그 순간이 꿈만 같고, 원하는 서핑을 하고 나면 저도 모르게 몸속 어딘가에서 탄성을 지르곤 해요. 하지만 파도가 없으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상을 살죠. 그날을 꿈꾸며.

사는 곳을 한 군데로 정하기보다 제주도 혹은 해외 어딘가로 여행을 다니듯, 서핑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어요. 당분간 어디에서 살지 어느 정도 계획은 세웠나요? 성인이 된 이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여행자로 살려고 노력해왔어요. 지금은 뭐랄까, 준비된 마음가짐이랄까요. 제주도에서 카라반으로 3개월, 그리고 집을 짓고 한동안 살아보니 더 확실해졌어요. 앞으로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지 아직은 명확히 정하지 못했어요. 어렴풋이 남편과 미래를 얘기하곤 하는데 장소는 늘 바뀌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대되는 게 여행 아닐까요? 언젠가 이젠 정착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 때까지, 늘 여행하며 살고 싶어요.

예전엔 프랑스를 좋아했잖아요. 이젠 미국의 낙천적인 분위기나 뜨거운 나라가 진서 씨랑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요즘은 딱히 어디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라, 특히 제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멕시코에 다녀오고 나서 낯선 곳에 도전할 용기도 좀 더 생겼고요. 페루나 코스타리카 같은 남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요즘 조경에 흠뻑 빠졌다고 들었어요. 가드닝을 하면서 서핑과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기도 하나요? 깨달음이란 말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제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 건 사실이에요. 해석된 정보, 누군가의 의견이 들어간 미디어, 인터넷 세상의 모든 것에 이따금 답답할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럴 때 실제 세상을 보고 그 변화를 읽는 것, ‘아, 이 생명은 이렇구나. 비가 오면 이렇게 되고 해가 나면 이렇게 되는구나’ 느끼는 것 자체가 좋아요. 자연을 직접 느끼며 먹거리를 가꾸는 일이 쉽진 않지만 그만큼 그 모든 존재에 대한 감사함도 느끼고요.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데, 평상시 꾸준히 글쓰기를 하나요? 요즘은 어떤 글을 쓰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글쓰기는 정말 부지런해야 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가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느끼곤 하는데, 전 그런 면에서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이따금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메모해두곤 하지만, 요즘은 글쓰기보다는 읽거나 보거나 느끼는 일에 더 몰두하는 것 같아요. <가이아의 정원>이란 가드닝에 대한 책을 얼마 전에 읽었어요. 정원의 땅을 하나의 생명체로 만드는,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식물들끼리 서로 도우며 자생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파머 컬처에 관한 이야기예요.

얼마 전 결혼식에서 직접 디자인한 단정한 화이트 투피스를 입었는데,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 같은 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드레스를 입었는걸요. 딱 제가 원하는 웨딩드레스였어요.

사적인 모습과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언젠가 이야기했는데, 그동안 출연한 영화 중 어떤 역할이 진서 씨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가요? <올드보이>만 한 현장은 없었다고도 했는데, 그렇게 모두가 미쳐서 만드는 영화 현장을 또 기다리나요? 8월부터 새로운 영화를 준비한다고 했죠? 이번엔 어떤 캐릭터를 맡았나요. 다음 영화는 액션물이에요. 액션은 처음이라 정말 기대돼요. 준비도 오랫동안 했고요. 제가 맡은 역은 정의와 진정한 사랑을 지킬 줄 아는, 싸움 좀 할 줄 아는 여자입니다. <올드보이> 같은 현장이라….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죠. 첫 영화라 첫사랑의 기억만큼이나 아련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현장을 꿈꾸며 기다리죠. 늘!

그동안의 삶이 진서 씨의 연기에 영향을 줄 텐데, 최근 제주도에서의 삶은 어떤 도움을 줄까요? 실제로 체력도 강해졌을 것 같은데…. 음, 서울에 살 때는 연예계가 너무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것이 저를 더 치열하게 만든 것 같고요. 지금은 그런 치열함은 사라진 것 같아요. 대신에 다른 치열함이 생겼어요. 스스로 의미를 찾는 치열함이랄까. 그건 꽤나 외롭고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인생처럼요. 체력은 제가 웬만한 남자들보다 나을걸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에 나온 에바 그린이나 장 뤼크 고다르의 <국외자들>에 출연한 안나 카리나, <네 멋대로 해라>의 진 세이버그…. 예전에 이런 여자 캐릭터가 좋다고 했는데, 요즘 진서 씨의 뮤즈는 누구인가요? 지금도 여전히 그 캐릭터들을 좋아해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들이죠. 그런데 요즘 제 눈에 들어오는 뮤즈는 영화 속 허구의 인물이 아닌, 요기나 서퍼예요. 그들을 보고 있으면 힘이 나요. 단순해지고요. 어떨 때는 오묘해지죠.

결혼은 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사랑은 헌신 없인 아무것도 아니라 하고. <에로스의 종말>이라는 책 내용처럼 요즘 우리 사회엔 진정한 에로스가 없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랑이란 실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결실을 맺는 열매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죠. 함께 노력해보는 거죠.

어떻게 살고 싶어요? 남편과 이곳저곳 떠돌며 여행하듯 살고 싶어요. 늘 글을 쓰려고 노력할 거고요. 무언가를, 새로운 문제나 희망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글로 정리해놓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생기거든요.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전재호  패션 스타일링 유래훈  헤어 & 메이크업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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