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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CITY NOW

10월의 파리

  • 2017-08-31

올가을 파리에서 주목해야 할 미술 축제, ‘아시아 나우’와 ‘뉘블랑슈’를 소개한다.

1 올해 아시아 나우에서 선보일 천추린(Chen Qiulin)의 비디오 작품 ‘Farewell Poem’.
2 < Cloudy Depths > 그룹전에 참여하는 왕수예(Wang Shuye)의 회화 작품 ‘A Space Time Nude Like the Buildings Identical(105)’.

올해 5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이 국민전선당 후보 마린 르 펜을 누르고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의 승리에 누구보다 기뻐한 건 문화 예술계 종사자들이었다. 문화 예술 분야의 재정 지원을 줄이고자 한 르 펜과 달리, 마크롱은 문화유산의 가치와 동시대 예술 창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문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마크롱은 문화부 예산을 늘리고, 18세 이하 학생들에게 1년에 500유로(약 65만 원) 상당의 ‘문화 패스’를 줘 문화생활을 지원하겠다는 등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물론 이런 공약이 지켜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적어도 프랑스 미술계에 핑크빛 희망의 무드가 번져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3 작년 아시아 나우 아트 페어 현장.   4 올해 아시아 나우에 선보일 왕젠(Wang Jian)의 회화 작품 ‘Jiangnan H10’.

아트 페어 아시아 나우,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담론을 이끌다
오는 10월 파리에서 열리는 각종 미술 행사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특히 주목할 행사는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파리 오슈가 9번지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 ‘아시아 나우(Asia Now)’다. 3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에는 아시아 갤러리와 유럽을 거점으로 아시아 작가를 소개하는 갤러리 30여 개가 참여한다. 비슷한 기간에 20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 페어 피악(FIAC)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이 시기 파리를 찾는 컬렉터라면 꼭 들러야 할 행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유럽의 현대미술 컬렉터들은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에서 아시아 미술의 생생한 현장을 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규모 아트 페어에 참가하는 메이저 갤러리는 유명 작가 위주로 소개하기 때문에 젊은 작가의 참신한 작품을 만나긴 특히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탄생한 게 바로 아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아시아 나우다. 프랑스 출신 컬렉터 클로드 팽(Claude Fain)이 설립하고 그의 딸 알렉상드라 팽(Alexandra Fain)이 디렉터로 이끌어가는 아시아 나우는 두 사람의 넓은 인맥을 이용해 첫해부터 대형 컬렉터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 나우는 회화는 물론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 등 상업성과 거리가 있는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퐁피두 센터를 비롯한 파리 공공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아시아 나우를 찾는 이유다. 올해 참가 갤러리는 영상과 사진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중국 청두의 천고원예술공간(Thousands Plateaus Art Space), 벨기에 브뤼셀의 IFA 갤러리, 프랑스 파리의 A2Z 갤러리 등이다. 한국 갤러리도 초이앤라거갤러리, 더컬럼스갤러리, 갤러리소소와 갤러리수가 새롭게 진입한다. 아시아 나우가 지난 두 차례 행사를 거치며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만큼, 올해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상업적 성공을 함께 이루는 것이다.
한편 매회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해온 이들은 올해 두 가지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 Cloudy Depths >라는 그룹전. 예술을 통해 자연으로 되돌아가고자 한 네오모로이즘(Neo-Moroism) 운동의 중심에 선 중국 작가 5명을 소개하는 전시다. 타이샹저우(Tai Xiangzhou), 왕수예(Wang Shuye), 예젠칭(Ye Jianqing), 웨이옌(Wei Yan), 주젠중(Zhu Jianzhong)이 그 주인공. 두 번째는 한국 현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 프로그램 ‘코리안 플랫폼(Korean Platform)’이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다루는 한국과 프랑스 소재 갤러리를 집중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독립 큐레이터 조앤 김이 기획을 맡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한다. 한국 현대미술을 주제로 비디오 상영,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완, 박경근, 김아영 작가와의 대담 자리도 마련할 예정. 아울러 2016 부산비엔날레의 특별전 < An/Other Avant-Garde >에서 선보인 1960~1980년대 한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을 소개하는 특별전도 준비한다.




5 2015년 뉘블랑슈에서 류전천(Liu Zhenchen)이 설치한 ‘Ice Monument’.
6 2015년 뉘블랑슈에서 올리버 비어(Oliver Beer)가 선보인 ‘Live Stream’.

뉘블랑슈, 현대미술과 함께 지새우는 파리의 밤.
10월 7일 밤, 파리에서 뉘블랑슈(Nuit Blanche)라는 현대미술 축제가 열린다. 밤새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이 행사는 2002년 처음 개최한 이래 파리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문화 행사로 거듭났다.
사실 뉘블랑슈는 1982년 시작한 음악 축제 페트 드 라 뮈지크(Fete de la Musique)의 성공에 이끌려 탄생했다. 매년 6월 21일 프랑스 전역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콘서트홀을 비롯해 카페, 길거리, 심지어 가정집 발코니에서까지 음악을 연주하는 시민 주도형 축제다. 페트 드 라 뮈지크가 해 질 녘 막을 내리는 것과 달리, ‘하얀 밤’을 뜻하는 뉘블랑슈는 해 질 녘 시작해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된다. 행사의 출발점인 파리 시청에선 그해 가장 중요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20개 동네로 이루어진 파리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관람객은 지도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며 스트리트 아트와 퍼포먼스, 사운드와 빛을 이용한 공공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도 행사에 참여하며, 전시는 무료다. 또 이날만큼은 대중교통도 밤새 운행한다.
올해 뉘블랑슈의 감독은 뉴욕과 프랑스, 스위스 등의 미술관에서 기획자로 활약해온 샤를로트 로바르(Charlotte Laubard)다. 주제는 ‘함께 예술 작품 창조하기’로, 많은 사람의 참여로 대형 작품을 제작할 예정. 이민에 대한 포용력이 줄고 브렉시트 등으로 유럽의 화합이 위태로운 요즘, 이보다 적합한 주제는 없을 듯하다. 과연 예술이 그 어떤 정치 전략보다도 강력한 화합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뉘블랑슈가 그 대답이 될 듯하다.
한편 뉘블랑슈가 국제 행사로 발전하면서 토론토와 멜버른, 브뤼셀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같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뉘블랑슈가 열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서울 거리 곳곳에서 현대미술 축제를 즐기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최선희(초이앤라거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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