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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SPECIAL

작가들의 도구

  • 2017-09-12

<아트나우>가 최신 기술로 작업하는 작가 12명에게 물었다. 기술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걸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Questions
1. 작품에 기술을 사용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2. 주로 사용하는 기술은 무엇인가?
3.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적용하나?
4. 당신에게 ‘기술’이란 무엇인가?
5. 관람객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나?
6. 최근 관심이 가는 기술이 있다면?

 




테런스 브로드(Terence Broad)
1. 작가로서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단번에 그게 얼마나 풍부한 창작 잠재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3. ‘Blade Runner–Autoencoded’는 인공지능이 재구성한 영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구글의 머신 러닝 기술 텐서플로 (TensorFlow)를 활용했다. 이것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년)의 모든 프레임을 학습한 뒤 그것을 스스로 편집해 보여준다.
5. 첨단 기술의 능력과 한계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반응했으면 한다.
6. 컴퓨터가 사물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분야에 흥미가 있다.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 몇 달 안에 이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애디 와게니트(Addie Wagenknecht)
1. 내가 뉴욕의 아이빔 아트+테크놀로지센터의 연구원으로 있던 2007년은 드론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화두가 되었을 때다. 당시만 해도 드론은 주로 전쟁에 사용됐는데 나는 이것이 아름다운 일에도 쓰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3. 페인트를 장착한 작은 드론으로 액션 페인팅 작업을 한다. 원하는 컬러나 질감을 내기 위해 프로그래밍은 직접 한다.
4. 도구다. 물론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신기하게 느껴질 순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활용하는 작가가 늘어나기 때문에 몇십 년만 지나면 새로운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할거다.
5. 미술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번역하는 힘이 있다. 나는 이런 복잡미묘한 부분을 관람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싶다.







김희천
2. 주로 사용하는 기술은 없다. 기술에 관심이 있어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작품을 만들면서 그것을 표현할 가장 적합한 기술을 고르기 때문이다.
3. ‘썰매’는 동시대 서울과 서울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사는 다른 세계를 탐구한 비디오 작품이다. 작품엔 여러 내러티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잃어버린 화자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생각하고, 곧 세상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를 페이스 스왑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나타냈다.
4. 기술을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내게 기술은 세계를 읽는 도구다.
5.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 되면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는 것 같다. 한집에 사는 사람도 각자 SNS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지구 반대편의 도시를 찾아보고 있으니. 이것이 좋다 나쁘다 따지기 보다는 현실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권하윤
1. 학창 시절 실사 촬영을 많이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진실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눈에 보이지 않는 걸 표현할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이 갔다. 특히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가상 공간이 기억을 다루는 이미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3. ‘새(鳥) 여인’은 프랑스에 사는 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기억을 재구성한 가상현실 작품이다. 관람객은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가상 공간을 직접 걸어 다니며 개인의 주관적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4. 내게 기술은 현실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도구다.
6. 가상현실을 광장 같은 넓은 공간에 펼쳐보고 싶다. 예컨대 가상 디지털 환경에서 관람객들이 산책하는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이곳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거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흥미로울 거다.







하싯 아그라왈(Harshit Agrawal)
1. 최신 기술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 물론 기술을 익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일정 단계가 지나면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내가 기술을 통해 느낀 즐거움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2.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에 관심이 많다. 인간의 학습 능력을 컴퓨터에 부여하는 이 기술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몇몇 부분에선 이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다. 나는 이 기술을 인간의 창의성을 북돋는 데 사용한다.
3. ‘Tandem’은 사람과 인공지능이 소통하며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작품이다. 관람객이 터치스크린 위에 드로잉하면, 인공지능이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그림을 덧입힌다. 관람객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변형되는 자신의 드로잉에 감탄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그 기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
4.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낙서하는 것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양민하
2. 최근 머신 러닝을 활용한 작품을 발표했지만, 이전엔 수학적 계산이 많은 알고리즘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기계가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지 질문하기도 하고, 인공지능의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계산의 부산물을 활용한 영상 작업도 했다.
3. 움직이는 여자의 발에 집중한 영상 작품 ‘뛰는 여인들’은 물리학(역학) 필드를 응용해 만들었다. 영상이 움직일 때마다 200만여 개의 방향 벡터 점이 생성되고, 이 점들이 다시 선을 구성해 실이 풀리는 움직임을 구현해냈다.
4. 기본적으로 붓이나 물감, 캔버스 같은 미술 재료의 역할을 한다. 일반 재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종종 놀라운 발상을 이끌어낸다는거다. 기술과 나는 친구 같은 사이다.
6. 로봇 기술에 관심이 많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모두 활용해 작업하고 싶지만, 아직 관련 기술을 만족스러울 만큼 익히지 못했다. 또 비용 문제도 있어서 느린 걸음으로 가고 있다.







조지 리그레이디(George Legrady)
1. 1980년에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고작 8가지 색밖에 구현하지 못할 정도로 성능이 떨어졌지만, 나에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유화나 사진이 발명됐을 때처럼, 이미지 창작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3. 최근 두 제자와 함께 아수스 센서를 활용한 작품 ‘Anamorphic Fluid’를 만들었다. 관람객을 캡처한 여러 이미지를 가상 공간에 띄우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가 흐르게 했다. 이미지가 가상 공간의 경계에 닿으면 소리가 난다.
4. 기술은 내가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고 느끼게 한다. 나를 확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6. 작년 봄에 고화질 카메라를 설치한 미니 로봇을 만들었다. 내가 프로그래밍한 대로 사진을 찍는 로봇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머지않아 이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며 대상을 선정해 사진을 찍고 편집하게 만들 거다.







하석준
2. 오픈소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3D 프린터를 만들고, 그것으로 또 다른 오브제를 만든다. 또 예술적 표현을 쉽게 하려고 프로그래밍 언어 C++를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인 오픈프레임웍스 (OpenFrameworks)를 활용한다.
3. ‘Sweet Venus+Readymaker’ 시리즈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했다. 과거 예술품인 ‘밀로의 비너스’를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고, 조형물 일부에 3D 프린터를 이식해 작품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로봇이 예술가가 되는 머지않은 미래의 풍경을 보여주려 했다.
5. 로버트 헉슬리가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묘사한 것처럼 모든 기술은 명과 암이 있다. 기술은 달콤하지만 몸에 해로운 가스와 같다. 나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오늘날 기술이 지닌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6.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다. 구글에서 발표한 오픈소스 머신 러닝 소프트웨어 텐서플로와 로봇공학 기술을 이용해 ‘구속된 로봇 드로잉’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사 박
2. 지난 몇 년간 뇌파 측정기와 심장박동센서를 사용해 뇌파 또는 심박수 데이터를 음파로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신체 리듬의 변화를 보고 들을 수 있게 만든 거다.
3. ‘Heartmonic’은 심박수를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퍼포먼스다. 참가자 8명의 심박수 데이터를 통해 바이올린, 플루트 등 지정된 악기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눈 마주치기, 손잡기, 간질이기 등의 활동을 유도해 음악 템포를 빠르게, 느리게 만들었다.
4. 내게 기술은 하나의 매개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컨셉이 가장 중요하고, 기술은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
6. 표정이나 제스처 같은 비언어적 소통이 감정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굴 인식(facial recognition)과 시선 추적(eye tracking), 터치센싱(touchsensing) 같은 기술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사람의 스킨십에 따라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을 준비 중이다.







마크 리(Marc Lee)
1. 기술로 작업하는 건 내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최신 기술은 불안하고 불안정한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영감을 준다.
3. ‘10,000 Moving Cities’는 인터넷 기반의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관람객이 컴퓨터 검색엔진을 통해 도시를 선택하면, 전시 공간에 서 있는 큐브 구조물에 그 지역의 영상이 맺힌다. 얼마 전엔 이 작품을 발전시켜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버전도 만들었고, 조만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버전의 작품도 발표할 예정이다.
4. 내게 기술은 창작을 위한 도구다. 또 한편으론 기술을 직접 사용해야 그것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6. 게임 개발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현재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의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진 코건(Gene Kogan)
2. 파이토치(PyTorch)나 텐서플로 같은 머신 러닝 소프트웨어를 자주 활용한다. 또 생동감 넘치는 인터랙티브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픈프레임웍스도 쓴다.
3. 지난 11월 아트센터나비의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와 휴머니티>전에서 ‘Kandinsky Mirror’와 ‘Cubist Mirror’를 선보였다. 인공 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한 작품으로, 관람객의 실시간 모습을 큐비즘과 칸딘스키 스타일로 변형해 보여줬다.
5. 사람들이 내 작품 감상을 계기로 기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관없다. 기술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6.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인간의 음성을 생성하는 웨이브넷(WaveNet)이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음성을 입력해야 하지만, 이를 스스로 학습해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꽤 자연스러워 종종 실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다.







teamVOID(배재혁, 송준봉)
2. 2년 전부터 산업용 로봇 암(Arm)을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생산 라인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이 로봇은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요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할 핵심 기술이다.
3. ‘MalFunction’과 ‘Robot in the Mirror’는 모두 산업용 로봇 암을 이용한 연극이다. 로봇이 생산 주체로 변화하고 있는 요즘 ‘인공지능 혹은 로봇이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4. 기술은 시대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 재료다. 새로운 기술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시대적 욕구나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5.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포착하기 힘든 실체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린 그 실체를 일종의 시스템으로 본다. 이는 거대하고 복잡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고 간결한 매력적인 주제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유원준(앨리스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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