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SEPTEMBER. 2017 FASHION

I am Passionate about My Job

  • 2017-09-06

미국의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Q 바이 파스콸레(Q by Pasquale)’를 이끄는 디자이너 파브리치오 파스콸레의 탄생 이야기. 그가 만든 견고한 슈즈 이상으로 흥미롭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역사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전통을 중시하며, 열정이 있고, 여행을 즐긴다. 캐나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인데, 여기에 인간적 따뜻함까지 지녔다. 파브리치오 파스콸레는 그 두 나라의 특징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이탈리아에서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민 온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공방을 운영한다. 신발 만드는 장인으로 통하는 그는 특히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널리 알려졌는데, ‘made in Italy’ 슈즈를 제작할 뿐 아니라 슈즈 복원가로도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그는 커크 더글러스, 제인 폰다, 마돈나, 앤젤리나 졸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의 사진으로 둘러싸인 곳에 앉아 있었다. 사진 속 인물은 그의 고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파브리치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을 좋아한다.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공교롭게도 나와 이름이 같은 삼촌이 베벌리힐스 근처에서 슈즈 리페어 숍을 운영했다. 하지만 삼촌은 예전부터 맞춤 제작으로 유명한 슈메이커였다. 프랭크 시내트라, 캐리 그랜트, 딘 마틴, 잭 니컬슨,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셰어 등 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삼촌의 단골손님이었다. 나는 매년 여름 삼촌을 만나러 갔다. 신발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흘러 결혼한 후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삼촌은 나에게 사업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내가 슈즈 만드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나에게 핸드메이드 슈즈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특별했다. 품질 좋은 소재를 재단하고 박음질하고 완성하기까지 일일이 손을 거쳐야 하는 긴 여정. 주저없이 이사를 결심했다. 그때가 1993년이었다.

그렇게 Q 바이 파스콸레가 시작된 건가? 아직은 아니었다. 삼촌에게 더욱 엄격한 트레이닝을 받은 후에야 능숙한 슈메이커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함께 만든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마자 삼촌이 은퇴 이야기를 꺼낸 거다. 나 혼자서도 충분히 이 일을 해나갈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 말만 그렇게 했지 곁에서 우리 일을 도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결국 나는 홀로 이 새로운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삼촌이 이룩해온 유산을 지키기로 마음을 굳혔다. 솔직히 그 순간은 무척 두려웠다. 일을 이어받고 얼마 후 <베벌리힐스 90210>을 연출한 에런 스펠링이 매장을 찾았다. 그때부터 역사가 시작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 그의 딸 토리는 자신이 소유한 마놀로 블라닉 슈즈를 염색하고 싶어 했다. 그 작업을 위해 직원에게 슈즈를 말끔히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크리닝 크림 대신 블랙 컬러 염색약을 묻혀버렸다. 명백한 실수였다. 불행히도 염색약은 얼룩을 남겼고, 나는 삼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하지만 삼촌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 와이프의 발 사이즈가 그녀와 같길 바란다.” 나는 결국 515달러나 하는 그 슈즈를 새로 사와야 했는데, 35년 전 그 돈은 두 달간의 가게 월세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큰 교훈을 얻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스스로 할 것,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당황하지 말고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할 것.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을 거 아닌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녀는 결과물에 만족했고, 내가 굉장히 유능한 슈메이커라고 주변에 소문을 냈다. 새로운 고객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내가 디자인한, 완전히 독립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Q 바이 파스콸레의 시작이다.




지난 25년간 많은 셀레브러티와 일을 해왔다. 누구의 발이 가장 아름다웠나? 앤젤리나 졸리의 발은 정말 완벽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발은 굉장히 가벼웠던 걸로 기억한다. 캐서린 제타 존스는 발폭이 좁고 발가락이 길고 가늘어 마치 신발을 신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좀 더 얘기하자면, 여자는 우마 서먼과 페넬로페 크루즈, 니콜 키드먼, 캐머런 디아즈가, 남자는 알 파치노와 조지 클루니의 발이 굉장히 잘 정돈돼 있었다.(웃음)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 너무 많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믹 재거가 자신의 벨트를 고쳐달라고 했을 때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그의 옷장에 있는 모든 벨트가 수선 대상이었다. ‘어려웠다’는 말만으로는 당시 상황을 표현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1970년대부터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에 함께했기에 무척 낡았고, 새로 만들다시피 해야 했다. 수선을 마친 후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을 때, 신기하게도 힘든 순간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호텔의 한 층 전체를 사용하고, 20명의 보디가드에게 둘러싸인 그가 벨트를 받았을 때 지은 미소 때문이다. 정말 만족스러웠다. 돈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Q 바이 파스콸레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크리스티나 그리미(Christina Grimmie,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의 가족을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만날 일이 있었다. 그녀는 2016년 자신의 콘서트장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다 괴한이 쏜 총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겨우 스물두 살이었다. 나는 그녀의 가족이 느끼는 고통을 간접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잔인한 범죄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돕는 일이다.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총기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에만 1만6000명이 넘는다. 총기 소지에 관한 이슈를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와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이 걱정될 뿐이다. 그래서 실의에 빠진 이들을 돕고자 몇몇 셀레브러티에게 슈즈 디자인을 의뢰하려 한다. 슈즈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금은 비극을 경험한 이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현지 인터뷰 로베르토 크로치(Roberto Croci, 패션 저널리스트)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