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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7 ISSUE

#아티스트그램 #현대미술그램 #뭐야이거대박

  • 2017-09-05

미리 고려하지 않고 찍는다. 전후 관계 없이 포스팅한다. 현대미술가들의 비현대적 인스타그램 포스팅.



01 허넌 배스(Hernan Bas)
@hernanbas
젊은 나이에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허넌 배스는 키치 스타일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한데 그건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금방이라도 나쁜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불량 청소년의 눈매를 연상시킨다. 편하게 찍는 ‘셀카’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몇몇 작업실 사진 또한 기괴한 분위기다. 이런 걸 삶과 예술의 혼연일체라고 하나? 올여름, 잠시나마 현실의 무더위를 잊고 싶다면 그의 계정을 팔로잉해보자.





02 바티 커(Bharti Kher)
@bkherful
바티 커는 일상에서 발견한 오브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전달하는 인도계 영국 작가다. 물론 인스타그램에서도 그녀의 오브제 사랑은 끝이 없다. 색색의 가발, 등에 그린 문신, 부러진 마네킹 등 관심 분야도 망망대해. 한데 그녀가 요새 관심을 보이는 건 무려 살아 있는 호랑이다. ‘벵골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인도호랑이. 자, 이제 그녀의 전시에서 거대한 인도호랑이 조각을 기대해보자.





03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dellyrose
긴 시간을 두고 ‘필’을 받아야 작품이 나오는 작가가 있는 반면, 회사원처럼 매일 성실하게 일정량의 작업을 소화해내는 작가도 있다. 세실리 브라운은 후자. 추상과 구상이 절묘하게 혼재된 독특한 페인팅으로 일군의 마니아를 형성한 그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아마 작업실에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포스팅 대부분이 작업실 사진인 데다, 작품에 대한 고민도 한가득이다.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은 딱 그녀를 두고 하는 소리다.





04 쉬빙(Xu Bing)
@xubingart
고상한 취미만 즐길 것 같은 중국의 현대미술가 쉬빙도 번지점프를 한다. 땀 흘리며 등산도 하고, 남의 전시에 가 작품을 감상하는 자신을 찍은 ‘셀카’, 영국 윌리엄 왕자와의 ‘인증샷’, 미국 정치인 존 캐리와의 ‘투샷’ 등을 올리며 유명인 코스프레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성까지 어디 갈까. 요 몇 주 포스팅이 뜸한 그의 관심은 미국 텍사스 블랜턴 미술관에 가 있다. 6월 중순부터 그곳에서 개인전이 열리기 때문. 그의 인스타그램도 곧 다양한 인증샷으로 넘쳐날 것이다.









05 마틴 파(Martin Parr)
@martinparrstudio
마틴 파는 반복되는 일상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중에서도 현대인의 ‘욕망’에 집중한다. 휴가지에서 목격한 평온하지 않은 휴식이나 낭비를 통해 얻는 행복, 모순, 비논리 등을 강한 색채로 카메라에 담는다. 대학에서도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나무나 석양 말고 인물을 찍어라, 인물을!”이라고 강조해온 그의 인스타그램엔 당연히 너무도 많은 ‘지지리 궁상’이 담겨 있다. ‘몰카’인지,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눈길이 가는 사진들. 1994년에 이미 매그넘 포토스 멤버였던 그의 클래스가 인스타그램이라고 어디 가겠나?





06 우스 제메우스(Os Gemeos)
@osgemeos
브라질의 듀오 그라피티 아티스트 우스 제메우스는 전 세계를 누빈다. 어제 상파울루의 공장 굴뚝에 작은 벌레들을 그렸다면, 오늘은 도쿄의 한 담벼락에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식. 작품 완성 후 매번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의 팔로워는 곧 100만 명이 된다. 그라피티를 명실공히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끌어온 크래시나 존원이 부럽지 않은 수준. 올해 해외 휴가지에서 노랑, 파랑, 초록 등 브라질 특유의 색으로 범벅된 그라피티를 발견했다면 그게 바로 이들의 흔적이다.





07 채프먼 형제(Jake and Dinos Chapman)
@jakeanddinos
세상엔 혈혈단신으로 버텨나가는 이들도 많지만,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닌 영혼의 단짝처럼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를 내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게 심지어 형제라면? 채프먼 형제는 지금 활동하는 세상의 많은 아티스트 형제 중 가장 잘나가는 형제다. 코언과 패럴리, 캄파나 형제가 아무리 뜨겁다 해도 현재의 이들에겐 게임이 안 된다. 이들의 인스타그램이 그 증거다. 세계 방방곡곡, 유수의 미술기관, 많은 브랜드와 함께한 기념비적 작품이 그곳에 있다. 형제는 과연 용감하다.





08 데이비드 버드니(David Burdeny)
@david_burdeny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짜장 먹을래, 짬뽕 먹을래? 살다 보면 둘 다 너무 좋아 선택하기 어려운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하지만 모두 좋은걸 어떡해. 캐나다 사진작가 데이비드 버드니는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 사진을 찍는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같은 책에 실릴 법한 극락의 풍경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담겨 있다. 사진이 ‘현상을 기록하는 행위가 아닌, 대상 속에 깃든 질서를 발견하는 일’이라던 옛 철학자의 말이 떠오를 정도. 이건 반칙이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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