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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7 FASHION

A Fashionable Tribute to Craftsmanship

  • 2017-05-22

1846년 마드리드에 설립된 ‘집단 공예 워크숍’에 뿌리를 둔 브랜드 로에베가 ‘공예’라는 장르에 담긴 예술성을 찬미하는 특별한 행사를 열었다. 지난 4월 초, 마드리드에서 개최한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이야기.

수상 후보에 오른 이탈리아 출신의 유리공예가 리노 타글리아피에트라의 ‘Dinosaur’.

자타가 공인하는 패션의 도시 파리, 중년 남성의 중후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밀라노 그리고 유럽의 새로운 스타일 스폿으로 떠오른 암스테르담과 베를린까지. 이토록 쟁쟁한 유럽의 도시 사이에서 패션만 놓고 볼 때 마드리드의 존재감은 다소 미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마드리드 하면 패션보다는 프라도 박물관이나 그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Guernica)’를 만날 수 있는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이 먼저 떠오르니까. 하지만 그 덕분에 1846년 이곳에서 설립한 브랜드 로에베의 명성은 더욱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1905년부터 스페인 왕실에 가죽 제품을 납품했을 만큼 가죽에 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인정신을 자랑해온 로에베는 이토록 찬란한 헤리티지를 모던함과 혁신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스페인 특유의 열정적 감성을 녹여낸 유일한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1 에른스트 감페를이 대상을 받고 조나단 앤더슨과 샬럿 램플링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2 수상 후보에 오른 한국의 배세진 작가와 그의 작품 ‘Waiting for Godot’.

2014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영국 출신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로에베에 가져온 혁신은 브랜드의 독보적 존재감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한다. 메종에 합류한 이후 그가 보여준 트렌디한 감성은 브랜드에 생기를 불어 넣었고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진화 그 이상을 이끌어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를 제정한 것이다. 이는 브랜드 이야기의 시작이 19세기 중반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던 공예가들의 워크숍이라는 사실에 주목, 로에베 가문의 후손들이 창의력과 문화유산의 수호를 위해 설립한 로에베 재단과 함께 동시대 공예가의 활발한 창작 활동을 장려한다. 사람이 손을 통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로에베만의 모더니티를 찾고자 하는 시상식에는 18세 이상의 전 세계 공예가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3 스페셜 멘션을 수여받은 멕시코 출신의 공방팀인 아르테사니아스 파니쿠아의 ‘Tata Curiata’.   4 대상을 수상한 공예가 에른스트 감페를의 ‘Tree of Life 2’.   5 수상 후보에 오른 김상우 작가의 ‘Winter’.

올해의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는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한 COAM(Colegio de Arquitectos de Madrid)에서 4000여 점의 공모작 중에서 엄선한 결선 진출작 26점을 전시하며 열렸다. 시상식에 앞서 세라믹 아티스트, 주얼리 디자이너, 디자인 전문 기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기술적 완성도, 이노베이션 그리고 미술적 비전을 기준으로 선정한 결선 진출작을 둘러보던 중, 2명의 반가운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심취한 한국의 배세진 작가가 일련번호를 새긴 작은 도예 조각을 하나하나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 완성한 동명의 오브제, 유럽의 산악 지역에 거주하는 김상우 작가가 매일 마주하는 스위스의 눈 덮인 능선을 세라믹 조형물로 형상화해 ‘겨울’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필자는 현장에서 시상식을 위해 마드리드로 날아온 2명의 작가와 함께 흔히 예술의 하위 카테고리로 치부되는 공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김상우 작가는 자신의 손을 거친 수많은 소재 중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흙을 연마하면서 희열을 느꼈고, 배세진 작가는 예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동네분들이 건넨 ‘아이고, 오랫동안 수고했네’라는 짧은 인사를 최고의 찬사로 기억했다. 덤덤한 목소리로 열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들을 마주하고 나니 이번 공모전을 통해 공예의 예술적 가치와 공예가들의 정성스러운 손놀림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 로에베와 조나단 앤더슨의 목표가 얼마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달성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조나단 앤더슨과 함께 공예가, 건축가, 큐레이터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그리고 여배우 샬럿 램플링(Charlotte Rampling)이 참석한 시상식. 로에베가 특별 제작한 실버 트로피와 상금 5만 유로의 영광은 독일 출신 공예가 에른스트 감페를(Ernst Gamperl)에게 돌아갔다. 휘몰아친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뿌리째 뽑힌 300년 된 오크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최우수작 ‘Tree of Life 2’는 표면에 점토, 흙, 활석 가루를 바른 다음, 나무 자체의 타닌산을 결합하는 기술적인 접근으로 나무 원본의 형태와 균열까지 작품의 일부로 승화시켰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활석 가루와 산화구리를 섞어 굽는 방식으로 얻어낸 오묘한 블루 컬러의 유리 그릇에 작가와 소재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단상을 담은 일본 출신 유리공예가 고지로 요시아키(Yoshiaki Kojiro), 촘촘히 짠 밀 섬유로 멕시코 원주민의 태양신을 형상화한 공예품을 출품한 아르테사니아스 파니쿠아(Artesanias Panikua) 공방팀은 스페셜 멘션을 수여받았다. 수상작을 포함한 26점의 최종 후보작은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뉴욕과 도쿄 그리고 런던을 차례로 여행하며 전 세계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공예가와 로에베의 아름다운 동행이 패션계와 예술계에 불어넣을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서재희(jay@noblesse.com)
현지 취재 배우리(파리 통신원)  사진 제공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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