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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7 FEATURE

나를 흥분시키는 것

  • 2017-05-25

2007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최초로 선보인 한국 작가의 개인전. 대망의 전시회 오픈 날, 대중교통 파업이라는 악조건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불의 개인전 의 풍경이다. 전시 이후 이불이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도, 그런 이불에게 재단이 쏟는 애정이 깊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을 ‘강추’한다는 그녀. 글로벌 아트 신을 뒤흔드는 작가에게서 강력 추천이라는 단어가 터져 나온 순간, 몹시 궁금했다. 이불과 재단의 첫 만남이.

10년 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개인전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작가 이불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했다.

Profile
이불은 깊이 있는 작품 세계와 빼어난 시각 효과 중 어느 것도 놓치는 법이 없는 한국 대표 조각가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MoMA, 퐁피두 센터,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모리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며 일찍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전에 대한 소감이 궁금해요. 반갑죠. 재단은 좋은 전시도 많이 열고 컬렉션도 훌륭해요. 활발하고 개성이 강한 곳이라 그런지 2007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개인전은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느껴지는 신나는 경험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작가들과 함께 전시하게 돼서 기분이 좋아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에르베 샹데스 관장이 끊임없이 전시를 보고 작가를 찾아다녀요. 그러다 제 작품을 보고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죠. 구상하고 개인전 준비까지 3년 정도 걸렸어요. 당시를 떠올리면, 한마디로 멋졌어요. 계획도 스펙터클했죠. 작품을 만들면서 스스로 욕심이 나기도 했고 걱정스러운 순간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에르베 샹데스 관장이 작품 위주로 모든 걸 밀고 나갔어요.

재단이 작가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원하는 모든 걸 실현할 수 있어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 이후, 상업적인 기업이 운영하는 기관과 일하는 두려움이 사라졌을 정도예요. 그 전에는 지레짐작해 안 한 적도 많거든요.

이번 전시에서도 당시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을 보여주실 예정이죠? 당시 전시는 어땠나요? 장 누벨이 설계한 재단 건축이 매력적이잖아요. 건축가의 언어가 온전히 드러나는 곳이니까, 건축이 지닌 특징을 최대한 이용했어요. 유리 면의 리플렉션과 구조를 극대화해 작품이 건축과 어우러지도록 일종의 다이얼로그를 만들었어요. 반응도 좋았고 팬도 많이 생겼어요. 과감한 계획이었는데 결과물이 잘 나왔고, 당시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후 파리에서 한동안 전시를 못할 정도였어요. 강렬한 기억이죠.

그중에서 어떤 작품을 선별했나요? 그때 신작만 20여 점을 전시했고, 대부분 한국에서는 소개한 적이 없는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한국 상황에 맞는 작품 ‘천지’를 선보이려고요. 욕조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서 검은 잉크를 붓고 그 위에 조각을 매달아 반사 효과를 낸 작품인데, 관람객이 작품 위로 걸어 다닐 수도 있어요. 당시 전시에서 한국사와 세계사 근대 부분에 집중했는데, 그중에 한국사를 레퍼런스로 한 작업을 골랐어요.

그런 레퍼런스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은 작가가 관람객의 반응을 끝까지 컨트롤할 수 없으니까 레퍼런스를 미리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친절할지 혹은 선입견을 없앨지 고민해요. 작가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관람객이 받아들이는 상황도 많죠. 훗날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데 그런 반응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에요.






이불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개인전 〈On Every New Shadow〉당시 선보이며 반향을 일으킨 작품 ‘천지’를 통해 한국사를 이야기한다.
ⓒ Lee Bul, Photo by Patrick Gries

‘천지’는 어떨 것 같아요? ‘천지’는 관람객이 비교적 준비된 상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에게 익숙한 소재죠. 백두산 천지를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천지’에서도 반사되고 반짝이는 재료가 눈에 띄어요. 보통 어떻게 재료를 선택하죠? 주제와 내용에 맞는 새로운 재료를 찾기 위해 테스트를 많이 거쳐요. 반사 효과를 활용한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고, ‘천지’도 거울과 메탈, 크리스털을 뒤섞어 만들었죠. 조각은 공학적으로 꼭 지켜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어요. 무게중심을 찾아내 구조적으로 버틸 수 있는 재료여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최대한 탄탄하게 만들어요.

작업 과정도 궁금해요. 조각은 즉흥적으로 만들기 어려워요. 먼저 구상하고 물리적 조건에 맞춰 계산한 다음 마지막에 즉흥성을 가미하죠. 하지만 최근 2D 평면 작업을 하면서 구상이나 설계보다는 우선 소재를 골라 앞에 두고 시작해요. 움직임 하나가 다음 움직임을 부르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식이 재미있어요. 물론 그만큼 더 집중해야 하지만 끝나는 순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흥분을 가져와요.

최근 작업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사람들이 “조각가에서 화가가 됐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어요. 벨벳이나 실크, 가죽 같은 무기 재료나 제 머리카락, 꽃 등 사방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용해요. 조각할 때는 이런 약한 재료는 쓰기 어려운데, 이제는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어서 흥분돼요.

<노블레스> 독자에게 〈highlights〉전 이후 계획을 들려주세요. 2018년 5월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9월에는 베를린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회고전을 앞두고 있어요. 기대되고 흥분돼요. 2019년에는 꼭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포토그래퍼박용빈(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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