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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7 FEATURE

유니크한 하모니

  • 2017-06-02

박찬욱과 박찬경의 환상적인 만남. 개성 강한 형제가 만든 파킹찬스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고 전을 찾는다. 3D 영상에 입체음향을 입혀 현장감을 더한 신작 ‘격세지감’을 통해 관람객과 직접적 소통을 꿈꾸는 파킹찬스. 매력적인 두 캐릭터가 예술을 공유하는 방식을 각자의 목소리로 전한다.

Profile
파킹찬스는 2011년 영화감독 박찬욱과 미디어 아티스트 박찬경 형제가 만든 아티스트 듀오다. 형제의 성 ‘박(Park)’과 돌림자 ‘찬(Chan)’을 합쳐 만든 이름이면서도 문자 그대로 ‘주차 기회’를 뜻하며, 실험적인 중·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등 평소 몰두하는 작품과는 다른 특별한 프로젝트에 주목한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박찬욱.

〈highlights〉전에서 파킹찬스의 신작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워요. 전시 소감이 어떠세요?
박찬욱: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창의적인 기획으로 유명합니다. 파킹찬스의 작업이 적어도 독특하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뻐요. 그저 소장품을 늘어놓기만 하는 일방적 전시가 아니라 한국 아티스트에게 신작을 위촉한다는 발상이 그들다워요.
박찬경: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덕분에 최근 뜸하던 파킹찬스의 신작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품에 관한 호기심이나 관심이 대단했고 그래서 제작 과정이 더 재미있었어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는 첫 작업인가요? 어떻게 소통하고 작품을 완성했나요?
박찬욱: 통상적 경로를 통해 정식으로 제의를 받았죠. 그라치아 콰로니 큐레이터를 서울에서 만났는데, 그녀의 유니크하게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에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사진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재단 측에서 ‘액자’에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영화를 새로 기획했어요. 그라치아 콰로니 큐레이터가 촬영 현장을 방문해 격려했는데 그 점이 특히 고마워요.
박찬경: 신작 ‘격세지감’이 3D 영화인 데다 몰입형 입체 음향이에요.그래서 회의에서 오가는 대화 내용이 꽤 복잡하고 방대한데도 기술적 경험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지 잘 이해하는 편이에요.

‘격세지감’은 어떤 작품인가요?
박찬욱 & 박찬경: 파킹찬스의 작품답게 사자성어 제목을 붙였어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한 야외 세트를 다시 방문했는데, 달라진 공기를 느꼈죠. 촬영용 세트 자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음미하는 내용으로 사운드는 영화 속 대사와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기묘한 충돌이 발생해요.






평론, 기획, 사진, 영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예술가 박찬경.

‘격세지감’에 담아낸 주제가 궁금해요.
박찬욱: 1999년 영화 촬영 당시 남북 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어 있었어요. 하지만 영화 개봉을 앞둔 무렵 사상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영화는 일종의 북한 붐을 타고 기록적 흥행 성공을 거뒀죠.지금 한반도에는 최악의 긴장이 조성되고 있어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한반도 상황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박찬경: 거꾸로 보면, 한국 영화의 흥행은 남북 관계 덕을 많이 봤죠. <쉬리>나 <웰컴 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베를린> 같은 영화만 보더라도 분단이라는 소재는 한국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격세지감’이 세트장 같은 영화 장치를 그대로 노출해 보여주는 이유는 분단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기 위해서죠.

‘격세지감’이 몰입형 입체음향을 사용한 3D 영화인 만큼 관객의 반응이 중요할 것 같아요.
박찬욱: 스테레오스코프 촬영 기법을 쓴 입체영화예요. 촬영용 세트는 허구를 재현하는 데 필수 장치잖아요. 촬영용 세트를 극사실적으로 찍는 이런 행위를, 영화의 허구성에 대한 역설적 접근이라 부르고 싶어요. 거기에 사운드 믹싱 스튜디오 ‘블루캡’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입체음향을 더했어요. 스피커 수십 대가 천장부터 바닥까지 사방에서 소리를 내죠. 영화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등의 음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사라져요. 때로는 소리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갑자기 귓가에 속삭이기도 하죠. 마치 유령의 집처럼, 버려진 세트를 천천히 유영하듯 돌아보면서 사방에서 출몰하는 유령의 목소리에 소스라치는 겁니다.
박찬경: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봤는지, 봤다면 얼마나 기억하는지도 개인에 따라 다를 테니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의 감상도 다를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만들었어요. 이 작품을 보고 <공동경비구역 JSA>를 찾아 보는 사람도 생기겠죠? 이런 기억의 뒤엉킴이 흥미로울 것 같아요.

공간을 염두에 둔 장소 특정적 작업인가요?
박찬욱: 특정 공간을 위해 설계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입체영상과 입체음향을 구현하기 위한 적절한 장비가 수반돼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긴 하죠.
박찬경: 미술관 환경은 음향설계나 이미지 크기, 좌석의 편안함 등에서 극장보다 제약이 많죠. 하지만 미술관 방문객의 마음가짐으로 보면, 극장보다는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기대하지 않잖아요. 지적 자극이나 새로운 체험을 더 원한다고 봐요. ‘격세지감’은 그런 면에서 미술관 방문객에게 더 적절한 작품 같아요.






〈Highlights〉전 커미션을 통해 제작한 파킹찬스의 신작 ‘격세지감’은 3D 비디오 및 몰입형 3D 사운드 단편 영상이다.
ⓒ PARKing CHANce

박찬욱과 박찬경의 개별 작업 또한 개성이 강한데, 협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죠?
박찬욱: 현대미술 영역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영화라는 매체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봐요. 장편영화의 느리고 둔하고 비싼 속성이 저를 이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기도 해요.
박찬경: 현대미술의 어렵고 가난하고 빠른 변화의 속성이 저를 이 방향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닐까 해요. 아무리 작은 영화라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는 게 재미있고, 또 형의 연출력과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죠.

파킹찬스의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어떻게 구상하고 작업하세요?
박찬욱: 옆에 붙어 앉아서 함께 일할 때도 있고 핑퐁을 치듯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발전시키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같은 방을 쓴 세월이 길어서 그런지 생각과 취향이 비슷하고, 의견 충돌이 별로 없어요.
박찬경: 아무래도 형이 현장에서 결정하는 속도나 감이 빠르고, 제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대체로 그에 따르죠. 영화는 창조적인 면은 물론이고, 제작 전 과정을 두루두루 살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할 일이 정말 많아요. 그 일을 배분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마지막으로,〈highlights〉전 이후 파킹찬스의 계획은요?
박찬욱 & 박찬경: 지금 당장은 같이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없지만 이름이 ‘주차 기회’이니만큼 기회가 생기면 또 해야죠. 미리 너무 큰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재미없을 테니까, 지금은 몸이 가벼워서 오히려 좋아요.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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