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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7 FEATURE

33년의 기억

  • 2017-05-29

컨템퍼러리 아트 신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현대미술 발전을 위한 진심 어린 노력,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접근법과 폭넓은 시야, 미술가·과학자·철학가·음악가를 넘나드는 협업 등 설립 후 3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재단 활동을 묘사하는 수식어는 한 번에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 기관의 성과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업적으로 문화 예술계 리더 자리를 꿰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33년 발자취를 역사와 건축, 컬렉션, 전시, 정원, 출판으로 나누어 조명한다.

1 차이 구어치앙은 까르띠에 현대미술관에서 지난 1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The Great Animal Orchestra〉전에서 ‘White Tone’을 선보였다. 중국의 어린 차 싹으로 만든 건파우더를 재료로 특별한 드로잉을 탄생시켰다.  ⓒ Cai Guo-Qiang, Photo by Luc Boegly, Courtesy Cai Studio
2 후안나 마르타 로다스의 작품 ‘Ceramique’는 2013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에 포함됐다.  ⓒ Juana Marta Rodas, Courtesy of Fredi Casco et Fernando Allen Photo ⓒ Andre Morin
3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2004년 클라우디아 안두자르의 흑백사진 22점으로 구성한 ‘Identite, Wakatha u’시리즈를 소장하며 컬렉션을 강화했다.  ⓒ Claudia Andujar

History and Architecture_ 지금이 있기까지
선구적이고 실험적인 비전을 내세우며 동시대 문화 예술을 후원하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시작은 198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술품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던 까르띠에지만, 컨템퍼러리 아트 분야에 뛰어든 건 베르사유 근처 주이앙조자에 현대미술재단을 설립하면서다. 재단의 트레이드마크이자 파리의 상징인 지금의 건축이 모습을 드러낸 건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은 1994년으로,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로 탄생했다. 파리 라스파이 도로에 유리와 스틸 구조 건축을 세운 장 누벨은 이를 “파리지앵의 기념비”라고 칭할 정도로 강한 자긍심을 내비치기도. 투명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예술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작가의 아이디어와 만나 색다른 시너지를 일으키곤 한다. 그 덕분에 어떤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반응을 끌어내며 재단의 실험적 전시를 연이어 성공시키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Collection_ 33년 역사의 결정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예술 후원 사업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은 바로 재단이 보유한 컬렉션이다. 뛰어난 작품을 발굴하고 수집하는 건 재단이 특히 집중하는 활동 중 하나인데,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전시로 이어가는 과정이 유독 친밀하다는 후문이다. 예술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두는 전폭적 지원은 자유로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재단만의 특징을 지닌 컬렉션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은 컬렉션에 축적돼 곧 재단의 역사가 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아티스트와 재단 사이의 파트너십 또한 재단의 무형자산으로 봐도 무방하다. 150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은 전 세계 50여 개국 출신 예술가 350여 명의 손에서 탄생했으며, 장르의 제약도 없어 컨템퍼러리 아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생생하게 반영한다. 게다가 컬렉션을 재단의 전유물로 남기기보다는 많은 이가 공유할 수 있도록 유수 기관에 대여하고 대여 소식을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점도 특징이다.






4 프랑스의 유명 애니메이터 뫼비우스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Moebius-Transe-Forme〉에서 선보인 작품 ‘La Planete Encore.’  ⓒ Moebius Productions, Photo by Olivier Quadah
5 싱어송라이터, 시인, 시각예술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패티 스미스가 2008년〈Patti Smith, Land 250〉전을 위해 제작한 작품 ‘The Coral Sea Room’은 2013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에 이름을 올렸다.  ⓒ Patti Smith, Photo by Ambroise Teens
6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2013년 소장한 레이몽 드파르동의 ‘La France(Haute-Normandie, Seine-Maritime, Dieppe)’는 무려 2004년부터 2010년에 걸쳐 완성했다.  ⓒ Raymond Depardon / Magnum Photo, Paris

Exhibition_ 실험정신의 발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실험성과 의외성으로 명성이 자자하며, 주제에 대한 집중도 또한 높다. 재단은 샤머니즘과 수학, 주술 등 신선한 테마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예술가와 과학자, 아마존 원주민 등 다양한 그룹 간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1998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Issey Miyake, Making Things〉전을 열어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를 주목했고, 2004년 장 폴 고티에의〈Pain Couture〉전처럼 아티스트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하거나, 2006년 아녜스 바르다, 2010년 키타노 타케시 등 영화감독의 개인전을 열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2007년〈Rok‘n’roll 39-59〉전에선 로큰롤을, 2009년〈Born in the Streets-Graffiti〉전에선 그라피티에 주목하며 팝 문화를 포용하려는 노력 또한 멈추지 않았다.

Garden_ 자연이 곧 예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아티스트 로타어 바움가르텐이 만들어낸 정원 ‘식물 극장’이다. 여타 전통적 유럽 정원이 정갈하고 규칙적인 모습인 데 반해 현대적이며 예술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식물 극장의 명칭은 중세의 수도사가 약용 혹은 향을 내는 데 사용한 식물의 목록을 기록한 문서에서 따온 것이다. 정원은 사각형·직사각형·삼각형·원형·타원형이라는 다섯 가지 기하학 형태에 바탕을 둔 구조로 조성했는데, 로타어 바움가르텐은 재단 건물과 공원을 둘러싼 구시가지 성벽 사이의 경관과 비율을 염두에 두고 정원을 배치해 조화를 꾀했다. 정원은 방문객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하는 재단의 영구 예술품으로 200종 이상의 식물과 새, 나비, 벌, 집박쥐, 호박벌이 서식하는 살아 있는 생태 현장이다. 2012년 8월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생물학적 다양성 정도를 기록하기 위해 정원의 생태 조사를 수행할 정도로 예술적 가치와 자연 보존 측면에서 가치가 높아, 재단의 외형을 결정짓는 특성 중 하나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Publication_ 기록 그 이상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발행하는 출판물은 로큰롤, 그라피티, 수학에 관한 다양한 테마 서적을 비롯해 재단을 거쳐간 아티스트 연구 등 여러 콘텐츠를 포함하는데, 각 전시 카탈로그는 전시만큼이나 뚜렷한 개성을 담아내 소장 가치가 높다. 폴 비릴리오, 알베르토 망구엘, 페터 슬로터다이크 등 철학자, 작가, 인류학자의 기고문을 함께 소개하기도 하며, 한국 작가 이불의 개인전 카탈로그는 최대한 얇은 두께의 종이를 사용해 두껍지 않으면서 여느 책보다 많은 작품과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Mathematics, A Beautiful Elsewhere〉전은 도록뿐 아니라 참여 작가 장 미셸 알베롤라와 데이비드 린치가 협업한 석판 인쇄물을 한정판으로 단 110권만 인쇄하기도. 또한 조각가, 건축가, 영화감독, 디자이너, 만화가 등의 작품을 드로잉 형태로 담아 채색할 수 있게 한 컬러링 북은 대중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는데, 특히 론 뮤익 등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컬러링 북으로 접하는 건 드문 기회라 기념할 만하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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