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MARCH. 2017 FASHION

Noblesse.com Weekly Briefing

  • 2017-03-27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벌어진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를 골라 매주 월요일에 소개합니다.

A. 이광호 작가와 에이카 화이트가 협업한 컨셉 스토어

에이카 화이트(AECA WHITE)의 서인재 대표는 한국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는 브라운브레스(BROWNBREATH)의 설립자 중 한 명입니다. 작년에 그는 그간 행보와는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일상복 브랜드 '에이카 화이트'를 만들었죠. 2017년 현재, 무수한 작은 패션 브랜드가 해를 넘겨 생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에이카 화이트는 예의 단출한 구성과 아름다운 소재로 정직한 옷을 만들며 선방 중입니다.

좋은 소재로 잘 만든 옷. 질리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에이카 화이트를 두 문장으로 말하라면 이렇게 정의하겠습니다. 화려한 옷처럼 한눈에 드러나진 않을지언정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섬세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후디드 파카 같은 제한된 컬렉션에 계절이 바뀌면 코트나 재킷을 추가하는 정도로 기성복 브랜드치곤 다루는 범주가 좁은 편이나 언뜻 약점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에 역으로 더 집중해 풀어내는 재치(혹은 전략)가 있습니다.
그 덕분에 에이카 화이트를 근래 나온 한국 패션 브랜드 중 가장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가 거의 없고, 엇비슷하게 유행하는 옷으로 엇비슷한 필름 느낌의 룩북에 집중하는 브랜드에 질렸기에, 그만큼 소중하다는 얘기입니다.
 
비슷한 컨셉의 영국 브랜드 '선스펠(Sunspel)'이 떠오르는데,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습니다. 선스펠의 디자인이 좀 더 고전적 측면에서 현대 의복을 다룬다면, 에이카 화이트는 보다 동시대적인 풍취와 감각이 있다고 할까요. 가령 후디드 파카의 목을 조이는 면 소재 끈 끝을 흰색 금속으로 마무리하는 게 에이카 화이트의 방식인데, 선스펠에는 그런 느낌을 기대하지 않지요. 그런 차이입니다.
 
2017년 3월 14일부터 30일까지, 이광호(Kwangho Lee)작가가 한남동에 연 '서플라이 서울(Supply Seoul)'에 에이카 화이트 컨셉 스토어(AECA WHITE Concept Store)라는 팝업 매장이 열립니다.
 
3주 남짓 문을 여는 컨셉 매장은 원래 이광호 작가가 만든 전시 공간이었습니다. 대관료를 받지 않고, 미리 신청한 개인이나 단체가 제안한 전시 주제가 괜찮으면 공간을 빌려주는 형식입니다. 에이카 화이트의 팝업 매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는데, 이전의 전시와 다른 점은 이광호 작가의 작업을 컨셉 매장의 인테리어로 활용, 아니 협업했다는 것입니다. 서인재 대표는 원래 이 작가와 친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둘은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고, 그러다 보니 아예 팝업 매장을 협업해 열게 되었습니다.
 
매장 인테리어 제안은 이광호 작가가 했습니다. 열선으로 섬세하게 '세공'한 새하얀 스티로폼 오브제는 윈도 디스플레이부터 공간 안쪽의 계산대는 물론 오프닝 파티를 위해 준비한 맥주와 시원한 얼음 보관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쓰였습니다. 설원의 절단면처럼 보이는 이 스티로폼 공간은 마치 전위적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에이카 화이트의 간결하고 명확한 옷들이 오묘한 여백의 미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옷들이 단순하다 보니 디스플레이에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이광호 작가와 만나 얘기할 때는 항상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갔어요. 서로 할 얘기, 도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아서죠. 원래 이번 컨셉 스토어 오픈에 맞춰 함께 만든 '조명'을 선보이려 했는데 일정상 마무리하지 못했어요." 옷을 만드는 기성복 브랜드와 협업한 조명이라니요. 이광호 작가는 예술 오브제와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등 상업과 비상업 작업의 경계를 거닐죠. 그렇게 완성한 결과물을 '시제품(prototype)'이라는 전제 아래 에이카 화이트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어 서인재 대표가 설명합니다. 거친 느낌의 어두운 알루미늄에 불투명 플라스틱 소재를 결합한 30cm, 50cm 길이의 조명이네요. 단순하지만 아름답습니다. 그럼, 출시 안 하나요? "합니다." 어서 보고 싶네요. 아니, 소유하고 싶습니다.





ⓒ AECA WHITE × Kwangho Lee Concept Store, 2017 Images Courtesy of Hong Sukwoo



에이카 화이트 하면 떠오르는 검은색과 남색, 흰색과 회색 옷장에 새로 추가한 디자인도 눈에 띄었습니다. 미리 세탁해 빛바랜 원단이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일부 스웨트셔츠는 양쪽을 정확히 나누고 절개한 앞판을 붙였네요. 직접 입어보면 무척 편한 측면 트임의 티셔츠와 요즘 추세를 슬쩍 반영한 듯 어깨선이 내려간 후디드 파카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봄·여름 컬렉션엔 처음으로 '피케 셔츠(Pique Shirts)'를 추가했습니다. 가슴에 로고 장식 하나 없이 단출한 디자인은 매장을 방문한 여성 고객에게 특히 인기입니다.
 
흰색 옷걸이에 건 염색 가공 티셔츠와 손으로 쓸어내린 듯한 표면 질감의 스티로폼 작업은 이 기간 한정 매장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번 협업을 준비한 과정을 얘기하던 서인재 대표는 앞으로 선보일 팝업 매장이나 프레젠테이션의 시각 작업에 이광호 작가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서플라이 서울보다 큰 공간이 필요해서 중단한 아이디어도 있어요. 아쉬운 점도 있죠. 그런 것을 앞으로 함께 해보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요."
 
서플라이 서울은 하나의 컨테이너에 쇼윈도와 출입문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만큼 단순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지금 문을 연 에이카 화이트의 매장처럼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와 창작자들의 작업을 이곳에서 더 많이, 더 자주 보고 싶은 바람이 드는 무척 호감 가는 장소입니다. 지금 서울 그 어느 지역보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그리고 세련된 풍취의 가게와 매장이 즐비한 한남동 골목에 들른다면, 이곳 역시 꼭 한번 방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AECA WHITE Concept Store × Kwangho Lee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2길 41 서플라이 서울(Supply Seoul)
2017년 3월 14일부터 30일까지(March 14~March 30, 2017)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월요일 휴무) 13:00~20:00(Closed Monday)

www.aecawhite.com
www.kwangholee.com











ⓒ Gucci ‘#TFWGucci Memes’ Campaign, S/S 2017 Images Courtesy of Gucci


B. 구찌가 만든 인터넷 ‘밈’ 캠페인, ‘#TFWGucci’

모바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SNS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이전의 데스크톱 컴퓨터 인터넷 시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이미지 세상에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수많은 가짜 뉴스(fake news)가 연일 중요한 세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일부 부정적인 소식도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지만, 반대로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특유의 즐거운 문화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로 창출되었지요.

우리가 흔히 ‘짤방’으로 부르는 인터넷 문화 요소를 영어로는 ‘밈(meme)’이라고 하는데, 인스타그램(Instagram) 시대의 패션 이미지 전달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그가 지휘하는 구찌(Gucci) 소셜 미디어 계정으로 구찌의 새로운 시계 컬렉션 ‘르 마르쉐 데 메르베(Le Marche des Merveilles)’의 밈을 만들어 전달하기에 이릅니다. 문화 평론 시각에서 이는 아주 영리한, 그리고 조금 더 진지하지만 그만큼 장난스러운 복합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제법 성공적인 시도로 보입니다.

‘밈’이라는 단어가 2000년대에 탄생한 신조어는 아닙니다. 놀랍게도 1976년, 진화생물학자이자 대중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하며 등장한 용어입니다. 당시 밈은 '한 사람이나 집단에서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뜻했는데, 이제 누구도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풀이로 밈을 해석하진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좋아요’를 눌러 하나의 이미지, 동영상, 애니메이션, 짧은 문장이나 활자가 들어간 ‘짤방의 총칭’을 우리는 밈으로 인식합니다.





ⓒ Gucci ‘#TFWGucci Memes’ Campaign, S/S 2017 Images Courtesy of Gucci



구찌의 이번 밈 온라인 캠페인을 소개한 카일 체이카(Kyle Chayka)는 <가디언(The Guardian)>과 <블룸버그(Bloomberg)>, <버지(The Verge)>와 <뉴요커(The New Yorker)> 등에 기사와 칼럼을 쓰는 저널리스트입니다.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문화 현상을 다루는 데 능숙한 칼럼니스트는 ‘#TFWGucci’ 캠페인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에게 이 단어(meme)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전달한 언어와 문화의 일부였지만, 인터넷은 그 생각을 극단적으로 전달했다. 밈(이미지, 애니메이션, 종종 텍스트를 섞은 GIF 파일)은 한 사용자가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소셜 미디어의 일반적 소통 방식이다. 새로운 밈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오래된 밈은 재혼합(remix)한다. 그럼피 캣(Grumpy Cat)이나 도지(Doge)처럼 친숙한 표준은 아니다. 시각예술가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아이디어를 나누는 독특한 소통 형식으로 밈을 만든다.
새로운 ‘르 마르쉐 데 메르베’ 시계 컬렉션을 위해, 구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큐레이팅으로 세계적 예술가들에게 원본 이미지를 개발하도록 의뢰했다. 그 이미지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안에서 이미 유명한 새로운 창작자들에게 주어져 새로운 밈이 되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예술 컬렉션이 탄생했다.
(중략) 스위스 출신 예술가 올라프 브로이닝(Olaf Breuning)은 일상적 물건으로 만든 ‘얼굴’을 제안한다. 이처럼 당신은 (밈에서) 새로운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로잘리나 부르코바(Rozalina Burkova)가 보여주듯이 시계의 사자 상징을 강조할 수도 있다. 존 유이(John Yuyi)는 인터넷 상징을 실제 세계로 치환해 반응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윌리엄 컬트(instagram@williamcult)와 베이지 카디건(instagram@beigecardigan) 같은 밈 제작자는 이미지와 활자를 결합한 ‘디지털 가공품(digital artifact)’으로 밈을 활용했다. 구찌의 밈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눈을 돌린 새로운 목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킨스가 관찰한 것처럼, 이건 ‘진화론’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밈은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자, 그만큼 짧은 생명력과 긴 생명력을 지닌 채 무한히 복제하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즐거움, 그리고 생계와 유명세를 위한 밈 제작자들과 자못 진지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와 작가들이 밈이라는 현상에 구찌의 시계 컬렉션을 입혀 자신만의 새로운 밈을 만들어냈습니다.
‘예술’과 ‘짤방’의 경계에서, 우리는 스스로 자각하는 창작 활동이 곧 예술과 패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물론, 구찌의 탁월한 마케팅에도 경의를 표하고 말입니다).
 
하나 반가운 소식은 이번 밈 캠페인에 참여한 27명의 창작자 중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한국 사진작가, 레스 김태균(Less Kim Taekyun)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쨍하게 날아가는 오브제와 배경 사이, 2개의 컵 손잡이에 재치 있게 결합한 구찌의 시계는 일상적 풍경 안에 비일상적 순간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정체성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TFWGucci 컬렉션에 관한 자세한 소개와 각 창작자가 만든 밈 컬렉션은 구찌 공식 웹사이트의 #TFWGucci 마이크로 페이지 ‘http://digital.gucci.com/tfwgucci/p/1’에서 볼 수 있습니다.


digital.gucci.com/tfwgucci/p/1
instagram@Gucci

 

홍석우(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편집자. 서울 거리 풍경을 기록하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의 사진도 찍고 있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디자인 임지윤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