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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7 ARTIST&PEOPLE

따뜻한 긴장감

  • 2017-03-05

프레임에 천을 잡아당겨 생기는 장력으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와타나베 노부코의 작품에는 힘에 의한 긴장감과 소재와 컬러, 그리고 작가의 철학이 빚어낸 따스함이 공존한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개인전이 열리는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그녀를 만났다.

1 White in the Blue Stripes, Cloth, Wood, 100×100×10cm, 2014
2 2014년 프랑스 앙드레시에 자리한 아트센터에서 설치 작품 ‘Red and Wine Red and White-Dots’ 앞에 선 와타나베 노부코

화이트 컬러 의상을 차려입은 와타나베 노부코(Nobuko Watanabe)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 설치한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그녀의 작품처럼 미니멀하면서 힘 있는 스타일링은 작품 앞에서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5월 14일까지 열리는 <색과 공간 너머의 이면>전은 40여 년간 프레임과 천을 이용해 작업해온 그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특별한 전시다. 음악을 전공한 그녀는 미술에도 음악적 리듬감을 도입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운드가 없어도 작품 사이를 거닐고 작품에 드러난 색의 조합을 감상하다 보면 작가가 전시장에 담고자 한 음악적 리듬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음악이 그렇듯, 작품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싶다고 말하는 와타나베 노부코가 추구하는 ‘색과 공간 너머’에 대해 들어보았다.






3, 4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색과 공간 너머의 이면>전 작품 설치 전경
Courtesy of Arario Gallery

인터뷰 전에 이번 전시를 먼저 둘러봤습니다. 20여 년의 작품 세계를 망라해 작가로서 매우 특별한 전시일 것 같습니다.
작품 설치를 끝내고 갤러리를 둘러보는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전시했죠. 천을 이용한 작품 외에 스테인리스스틸 작품도 아울러 새로운 매체로의 확장을 보여주는 전시라 저에겐 더욱 특별합니다.

당신의 작품은 ‘공간 속 조화’가 매우 중요해보여요. 이번 전시를 위해 작품을 설치하면서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나요?
2년 전 남편인 우에마쓰 게이지(Keiji Uematsu)의 전시가 이곳에서 열렸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때 방문한 기억을 되살려 공간을 구상했죠. 이번 전시는 크게 4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설치나 평면 작업의 특성과 색채의 조합을 염두에 두고 공간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요!

당신은 일본 아방가르드 예술의 대표 작가로 꼽힙니다. 당신의 작품에서 간사이 지역 특유의 예술 형식을 엿볼 수도 있죠. 작가로서 직접 느낀 간사이 지역의 아방가르드 예술은 어떤가요?
간사이 지역은 색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강세를 보입니다. 전통 예술뿐 아니라 현대 아방가르드 예술에서도 미니멀하고 실험적인 예술 형식 속 컬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제가 미술 작업을 시작한 1970년대 당시 간사이 지역의 예술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그런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971년에 졸업한 소아이 대학에서는 피아노를 전공하셨죠. 미술 작가로 전향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일본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에 있던 ‘구타이 미술협회’의 예술가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처음 그들의 작품을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고, 미술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한 초창기에 그들과 예술적 교류를 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아시야 시립 미술관(Ashiya City Museum of Art & History)에서 열린 구타이 예술가들의 그룹전에 참여하기도 했죠.

당시 일본 미술계는 다양한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1970년대에 오사카에서 개최한 일본 만국박람회는 문화와 관련한 각 분야에서 전위적 실험이 돋보였어요. 하지만 그 이후 열기가 식으면서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은 동료나 그룹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동을 펼쳤죠. 저와 남편도 국제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갔어요. 남편이 먼저 독일로 갔고, 저는 1997년부터 뒤셀도르프와 일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나무 프레임에 천을 이용해 곡선을 만드는 대표작 ‘릴리프’는 초창기에 모두 화이트 컬러였어요. 그런데 이후 서서히 다른 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주로 두 가지 컬러가 한 작품에서 만나는데, 당신의 작품 속 컬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화이트 컬러 천만 사용했어요. 백색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빛과 그림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이후 블루와 화이트, 옐로와 화이트 등을 조합한 컬러를 사용하면서 서서히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섬세한 색의 조화만큼 형태도 중요합니다. 초창기에는 프레임을 그대로 사용해 두 천이 맞닿는 면이 각진 형태였는데, 이후엔 프레임을 깎아서 부드러운 선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죠.

그렇다면 최근에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 위한 선택인가요?
스테인리스스틸은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사용한 재료입니다. 천으로 장력을 만드는 것이 제가 상상한 형태를 빚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스테인리스스틸은 그런 제약을 넘어 다른 차원의 곡선을 창조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죠.

스테인리스스틸은 천보다 훨씬 강하고 거친 느낌의 재료인데, 오히려 작가에게 더 큰 자유를 부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물론 스테인리스스틸엔 그런 속성도 있죠. 하지만 전 곡선의 부드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어요. 지난 40여 년간 천으로 만든 ‘릴리프’ 조각 작품에서 한층 발전한 형태를 보여주기에 적합했습니다. 예전보다 정제된 선으로 완벽한 곡선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전시를 위해 당신이 구상한 4개의 공간 중 한 곳에는 드로잉 작품이 여러 점 걸려 있었어요. 드로잉은 오직 조각을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인가요?
아이디어를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모든 작품을 드로잉을 통해 1차적으로 계획합니다. 백색에서 시작해 색의 조합을 시도해보고 그것을 복합적으로 발전시켜나가요. 그 뒤 프랑스에서 천을 구입해와 제작하죠. 이번에 공개한 드로잉과 콜라주 연작은 다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전시한 겁니다.

 






5 설치 작품을 위한 샘플 모형
6 Gray and White and Stripes, Fabric on Wooden Frame, 179×295×11(d)cm, 2016
7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Wine Red and Red’ 설치 전경 Courtesy of Arario Gallery

혹시 앞으로 또 다른 매체로 확장하거나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전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장르는 제 작업에 제약이 되지 않습니다. 사운드와 영상, 사진, 설치 등이 함께 어우러진 전시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음악을 전공한 것이 작업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미술과 음악은 서로 다른 장르로 보이지만 깊은 관계가 있어요. 제 작품에서 천이 만들어내는 형태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고 따스하면서 한편으론 강한 긴장감을 표현하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사운드는 때론 강렬하게, 때론 은은하게 다양한 감성과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음악의 뉘앙스나 연출적 요소는 제 미술 작업에도 영향을 미쳐요. 미술 작품 전시라도 음악적 리듬감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창출하려고 합니다.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선 클래식 같은 완성된 음악이 아니라 자연적 사운드를 창작 요소로 활용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물성 자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으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미니멀리즘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단순한 것이 가장 강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힘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미니멀하면서 추상적이고, 또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오늘 우리는 이렇게 처음 만났죠. 만남은 매우 중요해요. 만남 이후에 관계가 형성되고 긴장도 생기는 거죠. 사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품을 통해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고 여러 다른 존재를 연결하며 관계를 맺도록 하고 싶네요. 그게 제겐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8 스테인리스스틸로 작업한 설치 작품과 평면 작품 Courtesy of Arario Gallery
9 한국 개인전을 위해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을 찾은 와타나베 노부코 사진 JK
10 Untitled, Fabric on Wooden Frame, 40×40×5.5(d)cm(each), 2014
11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의 <색과 공간 너머의 이면> 작품 설치 전경 Courtesy of Arario Gallery

와타나베 노부코
일본 소아이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미술과 음악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천의 장력을 이용한 ‘릴리프(Relief)’ 연작을 꾸준히 선보여온 그녀는 1970년대 일본 아방가르드 미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가로 꼽힌다. 1999년 ‘요시하라 지로’ 최고상을 수상하며 일본 화단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아오모리 현대미술관과 오타니 기념 미술관 등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 일본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사진 제공 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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