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News

FEBRUARY. 2017 FASHION

Noblesse.com Weekly Briefing

  • 2017-03-01

‘노블레스닷컴 위클리 브리핑’은 지난 한 주간 들려온 국내외 패션·문화·라이프스타일 소식 중 <노블레스>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를 골라 매주 월요일 소개합니다.

A. 2017년 봄, 두 벌의 후디

조금 물릴 수도 있지만 이제 누구도 ‘후디드 파카’, 즉 ‘후디’의 시대가 왔다는 걸 부인하지 않을 겁니다. 베트멍과 슈프림이 점령한 듯 보이는 후디의 세계는 사실 아주 고전적인 디자인의 스포츠웨어부터 화려한 자수를 더한 고급 기성복까지 다양하죠. 한때 스케이트보더들의 전유물처럼 여긴 후디드 파카는 이제 패션 위크 쇼의 앞자리부터 길거리 패션에 이르기까지, 가장 흔하면서도 유행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2017년 봄·여름,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인 후드 파카 중 두 벌을 소개합니다.

1. 구찌(Gucci)
아티스틱 디렉터가 바뀐 후 고공행진 중인 구찌(Gucci)는 그들의 새로운 시그너처로 자리매김한 자수 아플리케 장식으로 이번 봄·여름 컬렉션을 문자 그대로 수놓았습니다. ‘사랑에 눈이 멀다(BLIND FOR LOVE)’라고 쓰인 로고도 귀엽네요.
자수 후디드 스웨트셔츠, 244만 원








2. 제임스 펄스(James Perse)
제임스 펄스(James Perse)의 컬렉션은 항상 기본을 다룹니다. 부드러운 촉감의 반소매 티셔츠와 회색 후디드 파카는 이 실용적인 미국 브랜드의 정신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죠. 특별한 장식 하나 없이 스웨트셔츠에 모자만 달랑 붙인 저지 소재 후디드 파카는 그래서 어디에나 잘 어울립니다. 사진처럼 체크무늬 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에도, 반대로 테일러드 재킷과 주름치마에도 말입니다.
면 혼방 저지 후디드 파카, 330달러(USD), 네타포르테











1 Eudon Choi   2 Yeezy   3 The Elder Statesman


B. 런던과 뉴욕 패션 위크, 세 벌의 ‘블랙’ 룩

봄비가 서울을 적신 2월 중순, 이미 패션계는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17년 가을·겨울 시즌 런던과 뉴욕 패션 위크에는 여전히 기발하고 아름다운 디자이너들의 최신 컬렉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다소 불안정한 세계 정세의 영향일까요. 그토록 화려한 봄과 여름 시즌을 뒤로한 무대에서는 조금 침착해진 검은 옷이 몇 벌이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위클리 브리핑이 주관적으로 고른 ‘베스트 룩 3’를 소개합니다.

1. 유돈 초이(Eudon Choi)_ London
긴소매 셔츠와 테일러드 재킷 등 남성복에 기반을 둔 아이템을 커다란 단추와 풍성한 실루엣으로 변형한 유돈 초이. 지금 바로 입고 싶은 빅 사이즈 코트와 통이 넓은 바지도 멋지지만, 가장 우아한 룩은 쇼 말미에 등장한 검은 새틴 드레스였습니다. 목을 감싼 스카프의 절제된 느낌이 활동적인 가죽 스니커즈와 대비하는 듯 잘 어울리네요.

2. 이지(Yeezy)_ New York
카녜이 웨스트(Kanye West)가 아무리 악동이라 해도, 그의 음악적 재능과 동시대 패션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수많은 ‘유명인사’가 패션 디자이너에 도전해 혹평을 받았지만, 카녜이 웨스트가 아디다스(Adidas)와 만든 스웨트셔츠와 스니커즈는 여전히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죠. 성대한 콘서트 스타일 컬렉션이 아닌 단출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새로운 ‘이지(Yeezy)’ 컬렉션을 공개한 카녜이 웨스트는 급진적 변화 대신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웨어의 안전한 결합을 택했습니다. 카무플라주 재킷과 운동복 바지의 조화가 혁신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헌팅 재킷을 변형한 검은 스포츠 재킷과 스네이크 패턴 무릎 부츠를 여성들이 선택하도록 호소하는 재주는 분명히 있네요.

3. 디 엘더 스테이츠먼(The Elder Statesman)_ New York
섬세한 도회적 아름다움보다 미국 서부 해안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컬렉션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뉴욕에 질린 사람들이 로스앤젤레스에 열광하는 이유와도 비슷하죠. ‘디 엘더 스테이츠먼’의 디자이너, 그레그 체이트(Greg Chait)는 현란한 색과 패턴의 니트웨어로 유명한 신예 디자이너지만, 그가 검은색을 사용하면 또 다른 재미를 줍니다. 미국 원주민인 나바호족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차분한 그러데이션으로 메시지를 적은 검은색 스웨터와 헐렁한 흰 티셔츠의 만남은 좀 더 편한 캐주얼 룩으로 다가옵니다.











ⓒ〈BEAMS beyond TOKYO〉, Published by Rizzoli New York, 2017 Image Courtesy of BEAMS


C. 일본 대표 편집매장 빔스, 리촐리 출판사와 설립 40주년 기념 서적 발매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매장 하나가 1976년,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도쿄 하라주쿠의 작은 매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이제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빔스(Beams)입니다. 

남성복과 여성복, 고급 기성복과 스트리트웨어, 심지어 아동복과 자사 이름을 딴 수많은 브랜드 출시까지 패션 기업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빔스가 매출 규모로 따지면 훨씬 큰 회사가 도처에 널려 있음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인정받고 존경받는 이유는 단순하죠. 그들은 ‘패션(fashion)’과 ‘옷(garments)’의 사회적 함의를 영리하게 포착하고, 여전히 누구보다 열정적인 임원들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스태프들을 몇 세대에 걸쳐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일일이 주목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빔스의 우산 아래 모이면 소비자의 삶 궤적으로 들어와 뚜벅뚜벅 한 방향으로 걸어가며 독특한 발자취를 남기는 개성 강한 집단이 됩니다.

패션을 다루는 매장임에도 빔스 직원들이 꾸민 실제 '집'을 엿보는 <빔스 앳 홈(BEAMS at HOME)> 같은 인테리어 서적 시리즈가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건, 그들이 패션을 넘어 그들의 이름이 상징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났다는 방증입니다.

2016년 매장 오픈 40주년(!)을 맞이한 빔스는 올해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초에 돋보이는 건 단연 새 책 발간인데, 뉴욕의 리촐리 출판사에서 펴낸 <빔스 비욘드 도쿄(BEAMS beyond TOKYO)>입니다. 제목 그대로 ‘도쿄를 넘어선 빔스’를 이야기하는 이 두꺼운 양장본은 지금껏 빔스에서 진행한 수많은 ‘협업(collaboration)’을 소개합니다. 나이키(Nike)와 리바이스(Levi's)처럼 누구에게나 친숙한 거대 브랜드와 함께 만든 한정판 제품은 물론, 마크 보스윅(Mark Borthwick)과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 같은 패션 사진작가와 협업한 사례와 더불어 관계자들의 농밀한 회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발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따끈따끈한 책이 다룬 주제처럼 ‘빔스 러브스 리촐리(BEAMS Loves Rizzoli)’ 협업 상품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리촐리를 대표하는 ‘R’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에코 백과 야구 모자로 단출하게 구성한 컬렉션입니다.

짧은 생명력으로 금세 사라져버리는 무수한 모방 브랜드가 판을 치는 작금의 현실에서, ‘패션은 어떻게 삶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사람들의 삶과 의식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알게 하는 중요한 힌트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홍석우(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편집자. 서울 거리 풍경을 기록하는 블로그 YourBoyhood.com의 사진도 찍고 있다)
에디터 이아현(fcover@noblesse.com)
디자인 장슬기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