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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17 LIFESTYLE

Get My Way

  • 2017-02-24

한 남자는 리무진을 개조한 프리미엄 캠핑카를 타고 미국 자이언 캐니언으로 떠났고, 한 여자는 30년이 넘은 올드타이머를 몰고 이탈리아 북서부로 향했다. 두 남녀의 상반된 여행 스타일을 통해 캠핑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1 버진 강변의 캠핑장에 주차한 모터홈  2 모터홈 내부

미국 서부의 속살을 탐험하다
이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불편함이 곧 즐거움이라며 비박 캠핑을 즐긴다면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가장 편리한 캠핑이 모터홈 캠핑이다. 모터홈은 대형 버스만 한 크기의 캠핑카로 대당 2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자랑한다. 실내에 라운지 형태의 소파가 있고, 안쪽으로 주방과 침실, 화장실이 위치한다. 마치 집과 같은 구조로 냉장고와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두루 갖췄다. 집을 타고 길을 나서는 것이다. 미국의 은퇴한 노부부가 캠핑카를 구입해 여행한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왜 꿈처럼 들리는지 알 만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형 모터홈을 타고 자이언 캐니언으로 떠났다. 네바다 주에서 출발해 애리조나 주를 살짝 지나 유타 주까지 이어지는 경로다. 목적지는 자이언 국립공원 앞 버진 강변의 캠핑장. 시설 좋은 사설 캠핑장으로 늦게까지 문을 여는 데다 겨울에도 영업을 한다. 리터당 연비 3~4km에 불과한 차를 주유하기 위해 잠시 쉬었을 뿐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니 253km의 거리를 약 3시간 만에 도착했다. 본래 대형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5~6일 정도의 일정을 잡는다. LA에서 떠나면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그랜드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을 지나 미국 서부를 원형으로 둥글게 도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온길을 되돌아가지 않아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번 일정은 1박2일. 짧은 대신 럭셔리한 모터홈을 이용했다. 리무진을 개조한 대형 버스 크기의 모터홈을 타고 가니 몸은 편안하지만 운전은 좀 불리하다.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도 과속은 금물이고 추월도 천천히 해야 한다. 자이언 캐니언의 일부 구간에서는 길이 좁아 돈을 더내고 도우미가 마주 오는 차를 통제해주길 기다려야 한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모터홈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주택단지처럼 딱 맞게 자리를 나눈 캠핑장에 모터홈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사방에서 다리가 내려오며 진짜 집처럼 변신한다. 수평도 자동으로 맞춘다. 또 한 번 버튼을 누르면 모터홈의 앞뒤가 양쪽으로 펼쳐지며 내부 공간을 확장한다. 마치 성냥갑이 열리는 듯한 모양새다. 해가 저물고 창가에 자리한 2층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잠을 청하자 별들이 또렷해지며 눈에만 담기 아까운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진다.





1 자이언 국립공원 입구  2 자이언 캐니언 정상으로 향하는 길

다음 날 아침, 바깥 날씨는 쌀쌀하지만 실내에는 전기 히터 덕분에 훈훈한 기운이 감돈다. 이제 자이언 캐니언으로 들어갈 시간. 성경에 나오는 최후의 순간 약속의 땅 ‘시온’과 같은 이름이다. 유명한 그랜드 캐니언보다 앞선 1909년에 국립공원이 됐다. 계곡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그랜드 캐니언과 달리 자이언 캐니언은 아래에서 올려다본다. 자이언 마운틴 캐멀 도로를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1923년 공사를 시작한 자동차 전용 도로이자 유일한 길이다. 길을 따라 자이언 캐니언 심장부로 들어가면 끝없이 이어진 사암과 혈암, 찬란하고 신비한 그 붉은 기운에 압도당한다.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8시간이 넘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우뚝 솟은 절벽 사이를 강여울 소리를 들으며 걷는 시간마저 거룩하게 느껴진다. 창밖은 인디언이 서 있을 법한 미국의 국립공원이고 모터홈 안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내 집 같다. 미국의 대자연을 훑고 지나가는 서부 일주 코스는 이런 기분 좋은 이질감을 느끼며 편안하고 안락하게 여행하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글·사진 이다일(칼럼니스트)












친퀘테레의 마을인 베르나차

느긋한 이탈리아 여행의 기록
중부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올드타이머(유럽에서 30년 이상 된 클래식 카를 부르는 명칭)를 타고 캠핑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이런 분위기에 이끌려 3년 전 캠핑카를 하나 마련했다. 측면을 들어 올리면 침실로 변신하는 루프톱 텐트와 주방 시설을 설비해 캠핑용으로 개조한 1983년식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T3다. 이걸 타고 발칸 반도에서 이베리아 반도까지 여행한다. 속력을 낼 수 없어 자연스럽게 슬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어디든 멈춰 서는 곳이 드넓은 정원 딸린 별장이 되는 꿈같은 순간의 연속이다. 이 차의 또 다른 장점은 첨단 장비로 무장한 차에 비해 단순한 기술을 탑재해 여행 중 누구나 손쉽게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캠핑용으로 개조한 1983년식 폭스바겐 T3  2 피날레 리구레에서 일출을 보며 즐기는 아침 식사

최근에는 이탈리아 북서부 리비에라 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첫날, 짐을 푼 곳은 피날레 리구레의 캠핑카 전용 주차장. 마침내 해변에 식탁을 펴고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컵라면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는 순간, 이것이 캠핑의 참맛이라 느낀다. 수평선에 해가 뜨고 지는 그림 같은 풍광을 바라보는 시간이 황홀해 하룻밤만 머물고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다음 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국립공원 친퀘테레 근교의 레반토로 향한다. 올리브나무 아래 터를 다져놓은 운치 있는 캠핑장에 차를 세웠다. 보통 유럽의 캠핑장은 주말이나 공휴일엔 휴무인데 이곳은 드물게 연중무휴다. 드문드문 동종인 폭스바겐 T3 캠핑족이 보이고 앙증맞은 1960년대식 1세대 T1도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중세의 건물과 현대식 상점이 어우러진 골목을 나와 레반토 만으로 향하면 서핑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파도타기를 즐기는 젊은이 무리가 보인다. 밤이 되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카페로 모여들고 꽃 장사는 데이트 중인 연인에게 다가가 꽃을 권한다. 길가에서 한 쌍의 남녀가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신나게 리듬댄스를 춘다. 그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여행의 긴장과 피로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다음 날, 해안 마을 친퀘테레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날씨가 궂어 보트 투어객과 도보 여행객이 다 몰리는 바람에 기차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몇 해 전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해변 마을 친퀘테레는 가파른 해안에 지은 집과 경사지에 돌담을 쌓아 만든 아름다운 포도밭이 어우러진 절경을 보러 전 세계 관광객이 모여든다. 절벽 위에 파스텔 톤 집이 다닥다닥 붙은 이국적인 마나롤라 마을을 둘러보고 베르나차에 이르면 해안 절벽에 난 오솔길을 따라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포도밭과 올리브밭이 어우러진 단아한 풍경을 감상하며 호젓하게 걷는 시간은 고요히 상념에 젖기 좋다. 해 질 무렵, 캠핑장 근처에 위치한 사시미를 파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갓 잡은 해삼을 생으로 먹는 이탈리아 선원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에서 선어회와 생새우를 먹는 것처럼 생경한 경험도 드물다. 전통 방식에 따라 종 치는 횟수로 시간을 알리느라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도 15분 간격으로 종을 치는 성당 종지기 덕분에 하늘에선 별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귓가에는 아련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탈리아어로 달콤한 게으름을 뜻하는 돌체 파르 니엔테(dolce far niente)와 인생에 대한 열정을 동시에 맛본 시간, 캠핑앓이는 더 깊어진다. 
글·사진 강현랑(여행 작가)

*강현랑 작가의 더 많은 유럽 생활과 여행기는 www.hanblog.net을 통해 읽을 수 있다.




멋진 저택이 늘어선 레반토 해안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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