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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6 LIFESTYLE

손으로 빚은 가치

  • 2016-01-22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거나 재현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발현되고 있는 요즘의 공예. 옻칠, 도자, 금속, 한지 같은 전통 기법과 재료를 일상에 접목해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 4인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옛것으로만 여기던 공예가 우리 삶에 녹아 있음을, 그리고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Modern Korean Crafts




왼쪽 앞부터_ 추억의 알루미늄 도시락을 본떠 디자인한 옻칠 도시락은 뚜껑 표면의 벗겨진 듯한 푸른색 옻칠에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 옆의 옻칠과 나전, 금박 기법을 이용해 제작한 젓가락과 받침, 물푸레나무로 만든 기(器), 반(飯), 잔(盞) 시리즈인 접시, 밥그릇, 컵은 모두 강희정 작가 작품. 뒤쪽에 놓인 크기와 높이가 다른 옹기 소재 화병은 안성만 작가가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한지에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 만든 화병 커버, 실제 무브먼트를 장착해 움직이는 알람 시계, 말린 북어 모양 쿠션은 모두 이유주 작가 작품. 황동으로 제작한 원통을 노란색 아리스털(arystal) 소재로 감싼 독특한 형태의 오일 램프는 김대건 작가의 AL 시리즈, 시계 옆에 놓인 조명은 금속 베이스에 옻칠을 입힌 SLB 시리즈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빨간색 원뿔형, 파란색 원통형 연필꽂이와 흰색 반구형 캔들은 SL 시리즈로 한옥의 창살무늬에 내재된 비례를 응용한 받침 디자인이 포인트.




옻칠을 입혀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강희정




블랙 터틀넥과 미디 길이 플리츠스커트 Bottega Veneta.




풀 문 테이블

공예 작가가 된 계기 어릴 적부터 찰흙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았다. 망설임 없이 공예과에 들어갔고 도자, 옻칠, 섬유, 금속 등을 두루 배우며 자연의 색을 입히는 옻칠의 순박하고 편안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목칠 공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옻칠의 매력 옻은 매우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다. 여러 번 세심하게 덧칠해야 하고, 한 번 바르고 반나절이 지나야 또다시 칠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색을 내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작업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하지만 공들인 만큼 오래 사용할수록 은은한 멋이 나 특유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작품 세계 누군가 내가 만든 물건을 행복하게 사용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가구와 소품 등 튀지 않으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일상용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최대 관심사는 ‘식기’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얻은 천연 성분을 입히는 작업이라 친환경적이며, 항균과 방수 작용이 있어 테이블웨어에 잘 맞는다. 느티나무에 옻칠한 젓가락과 받침인 소소(小昭) 시리즈, 색상이나 디자인을 조금씩 변형해 연작으로 선보이는 옻칠 도시락이 그 결과물이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 옻칠을 모던 디자인에 접목하기 위해 인테리어 소품을 많이 보는 편이다. 간혹 작업 중에 영감을 받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옻칠 목걸이는 젓가락 받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젓가락 받침의 길고 슬림한 디자인을 응용해 간결하고 세련된 펜던트 목걸이를 만들었다.
앞으로 계획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에 깃든 옻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




 




강인하고 묵직한 금속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김대건




원형 반사판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펜시 엘(FenC L) 플로어 스탠드
블랙 컬러 팬츠 Boss Men, 그레이 컬러 터틀넥 Boglioli, 그 위에 걸친 네이비 컬러 스웨터 Brooks Brothers.

공예 작가가 된 계기 영화 소품 제작자가 되고 싶어 장신구 금속 디자인을 전공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영화 <무법자>의 금속 가면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여러 번 영화 소품 제작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해 고민하던 중 독일에서 유학하고 온 선배의 집에서 1920~1930년대 유럽 빈티지 조명을 보게 되었다. 거기까지 사러 갈 여유는 없고 ‘갖고 싶은 걸 직접 만들자’는 생각으로 조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금속의 매력 금속은 차갑고 간결하며 남성적인 소재다. 특히 덩치가 큰 작품을 만들수록 강인함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런 점에 매료되어 2006~2007년에는 조형물처럼 덩치가 큰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작품 세계 2009년에 공예트렌드페어에 출품한 인더스트리얼 조명 ST 시리즈가 주목받은 후 계속 금속과 ‘빛’을 엮는 작업을 이어왔다. 오일 램프 AL 시리즈와 황동을 이용한 랜턴 시리즈도 빛을 소재로 한 같은 맥락의 작품이다. 그렇다고 조명만 만드는 건 아니다. 조명을 올려둘 테이블, 그 테이블에 어울리는 의자를 만드는 식으로 영역을 확장해간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 최근에는 전통적 소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모던하게 풀어내는 데 빠져 있다. SC 시리즈의 받침만 봐도 그렇다. 퍼즐처럼 내 맘대로 조립할 수 있는 형태인데, 이건 한옥의 창살무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청사초롱, 유기 촛대 등 한국적 이미지를 재해석해 작품에 반영하는 게 흥미롭다.
앞으로 계획 현재 무형문화재 전수 조교인 조각장에게 조각 기법을 배우고 있다. 그간 보여준 작품과 달리 금속에 정교한 무늬를 새긴 좀 더 화려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옛 향수를 한지에 옮기는
이유주




이유주 작가의 블랙 컬러 자개장 커버
실크 톱과 아이보리 컬러 코트 Carolina Herrera.

공예 작가가 된 계기 동양화를 전공하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해왔다. VMD(윈도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부터 로고 디자인 같은 그래픽 관련 업무, 동화 일러스트 작업 등. 그러다 한지 상품 공모전에 지원하면서 공예 작가라 불리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공예 작가와 디자이너의 중간자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영감의 원천 전 세계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과거의 물건에서 영감을 얻는다. 어릴 적부터 봐온 뻐꾸기시계, 자개장, 문갑, 만년필과 잉크 등 감성과 소통하는 물건이 좋다.
작품 세계 전통적 소재와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있던 자개장이 그립다고 무턱대고 집에 들여놓기란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그래서 만든 것이 일러스트로 그린 자개 형태 커버다. 대표적 작품인 청화백자 화병 시리즈도 페이크에 재미를 섞어 완성한 디자인이다. 입체적 청화백자를 평면의 한지에 그려 제품이 되고, 구매자는 그 평면을 다시 입체적으로 살려 화병으로 사용한다.
한지의 매력 여느 종이와 달리 구겨진 부분에 물을 뿌리면 곱게 펴지면서 강해지는 성질이 있다. 습기를 머금고 있다 내보내는 것이 마치 사람이 숨을 쉬는 듯한 느낌. 하지만 제품으로 만들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르기에 다루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계획 메종 오브제 파리에서 선보인 에펠탑 볼펜처럼 각 나라를 상징하는 볼펜을 만들어보려 한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으로는 레드, 블루, 그린 컬러 버스와 남산타워를 계획 중이다.




 




3D프린터로 도자기를 굽는
안성만




화이트 셔츠 Boss Men, 체크 재킷 Boglioli.




안성만 작가의 또다른 대표작인 세라믹 조명 ‘슈퍼문’

공예 작가가 된 계기 예술고등학교부터 대학교 학부, 석사까지 모두 도예를 전공했다. 기본적으로 전통 공예를 배우고 익혀왔지만, 평소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병역 특례 업체로 도자기 회사를 선택해 복무하며 대량생산 기술에 대해 알게 됐다.
공예 3D 프린터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비해 도자기 공예의 시간은 마냥 더디게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고철상에서 철제를 구해 도자기 공예가 가능한 3D 프린터를 개발했다. 여러번 시도 끝에 높이 1m까지 성형이 가능한 기계를 완성했다.
작업 방식 컴퓨터 캐드(Cad)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자기를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캐스팅 기법이 존재하지만, 이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백자 정도였다. 옹기토의 성질과는 맞지 않는 것. 3D 프린터는 옹기토를 재료로 사용해 컴퓨터로 수치를 입력하면 2~3시간 만에 하나의 도자기를 완성할 수 있다.
옹기토의 매력 따스한 붉은 색감과 자연스럽고 투박한 질감의 옹기토는 살아 숨 쉬는 독특한 흙이다. 다만 흙의 특성상 옹기토를 대량생산할 경우 둥근 항아리 형태밖에 제작할 수 없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사용하면 사각 형태도 만들 수 있다. 옹기는 김치 발효에도 도움이 되는데, 사각 용기를 만들 수 있다면 김치 냉장고에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계획 올해는 이천 도자기마을에 아카데미를 설립하려고 한다. 전통 공예가 대부분인 곳에서 색다른 공예를 선보이고, 3D 프린트 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해외 작가도 초빙해 함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선보이고 싶다.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 홍유리 (yurih@noblesse.com)
사진 박우진  스타일링 이혜림  헤어 & 메이크업 서채원  의상 스타일링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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