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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6 FEATURE

국제학교 전성시대

  • 2016-03-22

최근 5~6년 사이 한국에 상륙한 국제학교가 전성기를 맞았다.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시설을 갖추고 대학 진학률과 국제 평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국제학교의 면면을 살펴보자.

BHA는 전교생의 약 10%가 외국인 학생이다.




건축가 피트 리(Pit Li)가 꽃을 형상화해 지은 BHA 메인 건물

제주도 유학길에 오르다
‘트렌드 시티’의 명맥을 이어나가며 불황 속에서도 홀로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도. 여기엔 영국의 NLCS UK에 기반을 둔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 NLCS Jeju)와 미국식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공립 국제학교, 한국국제학교(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 KIS Jeju), 114년 전통의 캐나다 여자 기숙 사립학교의 유일한 해외 캠퍼스인 브랭섬 홀 아시아(Branksome Hall Asia, BHA)가 한몫한다. 제주에 모인 이 세 학교는 다른 국제학교에 비해 내·외국인 입학 비율이나 외국 거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최신식 학교 시설과 본교에서 전수받은 외국식 커리큘럼, 영어를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는 점과 외국 대학 진학에 용이하다는 점 등도 부모의 마음을 끈다. 제주 국제학교가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가시적 대입 성과를 공개하면서 처음에는 다소 실험적이라고 생각한 부모들의 생각도 바뀌는 추세다. 국제학교 입학생과 가족을 비롯해 지난해 제주도 유입 인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을 시작한 목적은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로 인한 외화 유출을 줄이고 교육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2011년 국제학교 개교 이후 5년간 학생 1인이 연간 소비하는 해외 유학 비용을 약 7000만 원으로 볼 때, 해외 유학을 대체한 외화 절감액이 지금까지 약 2587억 원, 지난 한 해에만 758억 원에 이릅니다.” JDC 관계자는 관련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3개 국제학교의 재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조기 유학 대신 국제학교를 선택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해외 조기 유학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 문제와 환경 적응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고, ‘기러기 아빠’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가정 분리 문제 등을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제주 유학길에 오르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입학 관문 통과하기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입학시험을 통과할 것이냐’, ‘합격하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이 필요한가’다. 비교적 지원 조건이 까다롭지 않지만 이를 충족한 뒤에는 절대평가로 이루어지는 각 학교별 입학 테스트에 신경 써야 한다. 영어 실력을 넘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 특히 유치원 단계는 부모와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교우 관계는 문제가 없을지, 외국인 선생에 대한 거부 반응은 없는지 등을 놀이를 통해 평가한다. 대부분의 인터뷰는 영어로 이루어지니 연령대에 맞는 기본적 영어 회화 실력은 필수.
BHA는 입학 전 학생과 학부모 인터뷰를 진행한다. 학생의 잠재력을 우선시하고,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의 채드윅송도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는 연령별로 교사가 참관하는 그룹 플레이를 통해 학생의 성격과 인성, 활동성과 리더십 등을 평가한다. 학생의 어학 능력 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NLCS Jeju는 12세부터 19세에 해당하는 시니어 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그림 감상 후 느낌과 의견 설명하기, 최근 취미에 얽힌 이야기, 관심 있는 국내외 최근 이슈 등을 질문해왔다.
학교에 따라 학생의 개인 정보와 최종 시험 결과물을 한국이 아닌 본교에서 평가하기도 한다. 교육철학, 추구하는 가치, 학업 성적 등 각 학교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한다.




NLCS Jeju 학생들의 모습




KIS Jeju의 학생과 교사가 도서관 바닥에 둘러앉아 수업 중이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채드윅송도국제학교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들
그렇다면 재학생과 학부모는 국제학교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낄까? NLCS Jeju 4학년에 재학 중인 Y군은 2년 동안 공교육을 경험한 뒤 이곳으로 전학 온 케이스. “공교육에서 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을 강조한다면 이곳은 친구들과 교제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 상황별 현명한 행동 등을 배우죠. 특히 발표 지향적 수업 방식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틀린 답을 말해도 선생님이 ‘그것도 맞을 수 있겠다’, ‘다음에 또 해보자’는 식의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으니 소극적인 친구들도 자신감을 얻게 돼요.” 운동, 뮤지컬,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다.
캐나다식 교육법을 따르는 여자 기숙 사립학교 BHA의 경우 여성의 다양한 능력과 권리,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이공계 수업은 과학·기술·공학·수학의 융합 교육을 뒷받침하는 STEM-V센터에서 이루어지며, 최첨단 실험 도구와 기계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단순히 학업성적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고,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최근엔 ‘국제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 인권을 주제로 토론 수업을 열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봉사 활동. “학생들은 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지역사회, 국가, 국제 무대에서 리더로서의 입지를 찾아갑니다. 한 예로 제주도의 어렵고 소외된 지역 주민을 위해 학생들 스스로 기획한 봉사 프로젝트를 들 수 있어요. 마을 벽화를 그리거나, 지역 초등학생에게 음악과 미술 등을 가르치는 활동도 하죠.” BHA의 교장 베버리 폰 질롱카(Beverley von Zielonka)는 이런 교육 방식은 안전한 영역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자립심을 부여하고 호기심, 자주성, 봉사정신, 성취감 등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곳 주니어 스쿨의 미술 활동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창작 기법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 작품이 사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최근 학생들이 협업으로 완성한 대형 설치 조형물을 식당에 전시한 것이 그 예다.
한편 미국식 교육법을 지향하는 채드윅송도국제학교는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실습 수업을 지향한다. 친구들과 짝을 이뤄 교실 바닥에 앉아 문제를 풀거나, 독서와 자료 수집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각종 스포츠와 공연 예술,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적성에 맞는 관심 분야를 찾도록 돕는다. 방음 시설을 갖춘 음악실, 4개의 육상 트랙과 5개의 테니스 코트, 25m 수영장과 7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식 극장은 학생들이 여유로운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BHA는 학생과 교사가 수업을 함께 이끌어 간다.




NLCS Jeju 주니어 스쿨 학생들의 수업 시간




오는 6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KIS Jeju

해외 대학 입학 성공기
국제학교의 학생 대부분이 해외 명문대 진학을 꿈꾸지만 밤낮없이 입시 공부에 매달리는 현장은 보기 드물다. BHA는 지난해 5월 첫 졸업생 32명을 배출했다. 그중 60%인 19명이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스탠퍼드 등 세계 100대 대학에 입학했고 그들 중 30% 이상이 장학금 제의를 받았다. 현재 12학년 재학생들도 해외 명문대에서 합격 통지나 장학금 제의를 받고 있는 중. 일례로 지난 연말 최정윤 학생이 존스홉킨스 대학 자유전공에 합격했다. “주입식으로 지식을 얻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지혜를 배우는 일이 많았어요. 스펙을 쌓기 위한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봉사 활동이 아니라 남을 위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열심히 했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원하는 클럽을 만들어 활동하는 ‘CASE 프로그램’을 통해 숨어 있던 장점을 발굴할 수 있었어요.” BHA의 목표는 모든 졸업생이 원하는 대학, 학과에 입학해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하는 것. 모든 9학년 학생은 인간관계를 잘 맺는 법, 에세이 쓰는 법을 연구하고 10학년은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할 기회를 갖는다. 11학년은 여러 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12학년이 되면 개별 면담을 통해 원서 접수를 준비한다. 그렇게 여러 해 동안 고민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은 학생에겐 원하는 결과가 따랐다. 또한 신청자에 한해 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학시험인 SAT, ACT를 준비하는 방과 후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정기 모의고사 응시가 가능하다.
KIS는 오는 6월 첫 졸업생 52명을 배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4명이 미국 대학 조기 전형에 응시해 합격했고, 그 외 학생들은 정시 전형에 지원했다. 조기 전형 합격 대학은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 대학을 비롯해 미국 대학 랭킹 10위권인 존스홉킨스 대학과 노스웨스턴 대학, 20위권인 미시간 대학 등이다. KIS Jeju 입학처 관계자는 “고등학생이 되면 Honors Class와 AP(Advanced Placement)코스를 통해 깊이 있는 학문을 배웁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며 토론할 수 있는 수업 환경은 비판적 사고를 하고 개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죠”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제주 국제학교와 채드윅송도국제학교는 모두 국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NLCS Jeju 학생 2명은 서울대학교 수시 모집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각각 경영대학과 건축학과에 합격했다. 국제학교의 교과 내용과 성적 평가 기준이 국내 고등학교와 다르기 때문에 모의 UN 활동, 연구 보고서 작성 등 교내외 활동을 위주로 심사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제학교 양면 보기
국제학교의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지원자는 50% 이상씩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학생들의 부모는 “학교 면적, 교실 수, 운동장과 식당 같은 편의 시설의 규모, 심지어 사물함 수마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며 문제점을 제기한다. 본교와 해외에서 발령받은 교사진의 복지 문제 또한 가려져 있는 상황. 외국인 교사들이 꾸준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나 교류활동을 만드는 등 학교 측의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부모의 욕심은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손기현 이사는 “입학을 결정하기에 앞서 학교의 교육철학과 커리큘럼이 아이에게 맞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 알아야 하죠. 조기 유학의 부작용과 마찬가지로 달라진 교육 커리큘럼과 학교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기 마련입니다”라고 국제학교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설명했다. 더 좋은 학생보다 더 좋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국제학교가 그리는 큰 그림이다. 따라서 교육보다 수익이 주된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은 학생을 더욱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학교의 이상적 교육철학과 학생의 자발적인 선택, 자녀 교육을 위한 학부모의 적절한 참여가 어우러질 때 국제학교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약 7만m² 규모의 공간에 정규 교실 83개와 도서관, 시청각실, 기숙사 등을 갖춘 KIS Jeju

한국국제학교 제주(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 KIS Jeju)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중 유일하게 Pre-K, Kinder, 초·중·고교 등 미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시행하는 공립 국제학교다.
브랭섬 홀 아시아(Branksome Hall Asia, BHA) 국내에 유일한 여자 국제학교. 캐나다 명문 기숙 사립학교이자 세계 8대 명문학교로 꼽히는 본교 브랭섬 홀의 유일한 해외 캠퍼스로 만 3세부터 12학년까지 교육한다.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 NLCS Jeju) 160여 년 전통의 영국 런던 사립학교 NLCS UK의 첫 해외 캠퍼스로 본교에서 직접 선발한 교사진이 본교와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유치원 과정인 주니어 스쿨부터 13학년까지 교육한다.
채드윅송도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 미국 캘리포니아의 채드윅 스쿨과 연계해 졸업 시 한국 및 본교 학력이 인정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이 편성돼 있다.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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