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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16 ARTIST&PEOPLE

그룹을 주목하세요

  • 2016-02-29

현대미술의 범위가 확장된 만큼 아티스트도 컬렉티브 형태로 활동해 다양성을 확보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컬렉티브 네 팀을 소개한다.

버려진 주유소를 극장으로 개조한 어셈블의 ‘시네롤리엄’
ⓒ Zander Olsen




공공 건축 프로젝트를 작업 중인 어셈블 멤버들
ⓒ Assemble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아트, 어셈블
지난해 세계적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수상자로 15명의 건축가와 디자이너 그룹인 어셈블(Assemble)이 선정됐다. 31년에 이르는 터너상 역사상 개인이 아닌 3인 이상 그룹 수상자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 수상 계기가 된 대표작은 리버풀의 오래된 공공 주택 단지를 주민과 함께 재생시킨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 프로젝트다. 물리적으로 완결된 형태의 작품이 아니라 공공 건축 프로젝트가 미술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현대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졌으며 미술의 사회적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2009년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지닌 20대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어셈블은 지금껏 유연한 형태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15명의 멤버 중 다수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건축과 졸업생이며 그 밖에 영문학, 역사, 철학 전공자를 비롯해 기술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멤버도 있다. 이들은 수직적 위계질서 없이 프로젝트에 따라 서로 분야를 넘나들며 해당 프로젝트에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건축가냐, 아티스트냐’ 같은 구분이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냐’다. 어셈블은 사회적 혹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들의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는 2010년 버려진 주유소를 임시 극장으로 개조한 ‘시네롤리엄(Cineroleum)’이다. 그 밖에 우범 지역을 임시 문화 공간으로 만든 ‘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Folly for a Flyover)’, 제당소 건물을 예술가의 공동 작업장으로 탈바꿈시킨 ‘야드하우스(Yardhouse)’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빈곤 지역에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 ‘발틱 스트리트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Baltic Street Adventure Playground)’와 빅토리아 시대의 대중목욕탕을 현대미술 공간으로 개조하는 ‘골드스미스 대학교 아트 갤러리(Goldsmith’s Art Gallery)’가 있다. ‘그랜비 포 스트리츠’ 역시 현재진행형인 작업이다. ‘그랜비 포 스트리츠’는 1900년대에 건축한 공공 주택 단지로, 1981년 영국의 대규모 폭동 이후 정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주민이 떠나면서 슬럼화됐다. 이곳 주민과 손잡은 어셈블은 낡은 집을 고치고, 빈집을 실내 정원으로 개조하고, 동네 시장을 만드는 등 지역을 재생시키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레노베이션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 건축과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이 어셈블의 특징이다.
www.assemblestudio.co.uk




유니버설 에브리싱이 개인전 에서 선보인 작품 ‘Supreme Believers’
ⓒ James Medcraft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정원 설치 작품 ‘Forever’. 유니버설 에브리싱의 작품이다.
ⓒ Universal Everything




런던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전시한 ‘1000 Hands’. 유니버설 에브리싱의 작품이다.
ⓒ James Medcraft

가장 혁신적인 미디어 아트, 유니버설 에브리싱
현대미술에서 컬렉티브 형태의 아티스트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분야가 미디어 아트다. 미디어 아트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영상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미디어 아트 영역에서 많은 그룹 아티스트가 활동 중인데, 유니버설 에브리싱(Universal Everything)은 그중에서도 첨단 기술로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감성의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맷 파이크(Matt Pyke)가 2004년 설립했으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이크 휴스(Mike Hughes),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크리스 페리(Chris Perry), 그리고 맷 파이크의 동생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책임지는 사이먼 파이크(Simon Pike)가 핵심 멤버다. 모션 캡처, 모션 트래킹, 생성 소프트웨어(generative software) 등의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인간적 감성을 새로운 형태로 시각화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이름을 미술계에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은 2009년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의 정원에 설치한 디지털 조각품 ‘Forever’. 영상과 사운드트랙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이다. 2011년 파리의 라 게테 리리크(La Gaite Lyrique)에서 열린 개인전 < Super-Computer Romantics >에서는 모션 트래킹 기술을 이용해 움직이는 무용수들이 파편화된 추상적 이미지로 변형되는 영상 작품 ‘Supreme Believers’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피스마이너스원>전에서도 소개했다. 2013년 런던의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열린 개인전 < Universal Everything & You >에서 선보인 ‘1000 Hands’는 관람객이 동명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그린 형태가 작품에 반영되도록 한 관람객 참여형 디지털 아트다. 유니버설 에브리싱은 이름 그대로 세상의 모든 것(everything)에서 근본적이고 보편적인(universal) 형태나 감성을 찾는다.
www.universaleverything.com




슬라브스 앤 타타르스가 뉴욕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인 위트 있는 작품 ‘PrayWay’
ⓒ Patrick McMullan




독일의 젊은 작가상 ‘Preis der Nationalgalerie 2015’ 후보로 지명된 슬라브스 앤 타타르스의 ‘Qit Qat Qlub’
ⓒ David von Becker

익명으로 전하는 메시지, 슬라브스 앤 타타르스
컬렉티브 형태의 또 다른 장점은 개인으로 활동할 때보다 쉽게 익명성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는 특히 작업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 작가에게 쏠리는 시선을 거둬 편견 없이 작품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유라시아 지역(구체적으로는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중국의 만리장성에 이르는 지역)의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친밀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슬라브스 앤 타타르스(Slavs and Tatars)는 익명성을 유지하는 대표적 아티스트 컬렉티브다. 2006년 폴란드와 이란 출신의 듀오로 출발한 이래 수년 동안 뜻을 같이하는 멤버를 영입해 현재 5~6명이 서유럽과 동유럽, 중동, 러시아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서구 중심의 모더니티가 간과한 부분을 찾고 이에 대한 대안을 유라시아의 정치, 사회, 역사, 언어, 미학 등 문화유산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이들의 작품은 출판, 인쇄물을 포함해 퍼포먼스, 시각예술 등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다. 슬라브스 앤 타타르스는 2012년 뉴욕 MoMA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98’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구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시 제목 ‘Beyonsense’는 러시아 시인이 사용한 ‘zaum’이라는 히브리어를 그 의미대로 영어 단어 ‘beyond’와 ‘sense’로 풀어 결합한 것으로, 언어의 영적이고 신비로운 잠재력에 주목해 전시장을 무슬림 도서관처럼 연출했다. 2012년 뉴욕 뉴 뮤지엄의 트리엔날레 ‘The Ungovernables’에서 선보인 ‘PrayWay’는 마치 하늘을 나는 양탄자처럼 보이는 작품. 성스러움의 상징인 성서 받침대와 세속적인 것을 의미하는 찻집용 좌식 카펫을 결합한 위트가 돋보인다. 슬라브스 앤 타타르스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당나귀와 그 위에 거꾸로 탄 인물 조각 작품 ‘나스레딘 호자(반근대주의자)’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고, 2015년 독일 내셔널 갤러리가 주최한 젊은 작가상 ‘Preis der Nationalgalerie 2015’의 최종 후보 4인 중 한 명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www.slavsandtatars.com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한 프로펠러 그룹의 ‘The AK-47 vs The M16’
ⓒ The Propeller Group and James Cohan Gallery




공산주의 4개국을 위한 TV 광고 ‘Television Commercial for Communism’의 배너. 프로펠러 그룹의 작품이다.
ⓒ The Propeller Group

이질적인 문화가 만든 시너지 효과, 프로펠러 그룹
프로펠러 그룹(The Propeller Group)은 아시아와 서구,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상반된 문화적 백그라운드를 지닌 이들이 만나 참신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로 다른 지역의 활동을 연계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06년 결성한 프로펠러 그룹은 현재 40대 초반의 베트남인 푸남(Phunam)과 투안 앤드루 응우옌(Tuan Andrew Nguyen), 그리고 미국의 맷 루세로(Matt Lucero)가 모인 아티스트 컬렉티브로 베트남 호찌민과 미국 LA를 본거지로 활동 중이다. 푸남은 태국과 베트남에서 조각과 미술품 보존을 공부했고, 투안 앤드루 응우옌과 맷 루세로는 미국 캘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석사 과정 중 만나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매스컴이나 베트남과 관련된 주제를 뮤직비디오, 광고, 영상, 설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에 상업광고, 인터넷 등 서구 자본주의 매체가 유입되는 과정을 목격한 뒤 매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아우르며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이들의 첫 번째 작업은 2006년 제작한 베트남의 그라피티 아티스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Spray it, Don’t Say it’. 당시 공공장소 촬영 허가를 받기 위해 광고 회사로 등록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최한 전시 < No Country: Contemporary Art for South and Southeast Asia >에서다. 프로펠러 그룹은 이 전시에서 공산주의 4개국을 위한 TV 광고 ‘Television Commercial for Communism(TVCC)’을 선보였는데, 이를 위해 글로벌 광고 회사인 TWBA 베트남 지사에 제작을 의뢰했다. 자본주의의 마케팅 전략을 차용해 공산주의 국가를 새롭게 브랜딩하는 역발상을 보여준다. 2014년에는 한국의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에 참여했고, 2015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 All the World’s Futures >에서 조각과 영상을 아우른 작품 ‘The AK47 vs The M16’으로 주목받았다. 마주 보고 있는 2개의 총에서 나온 총탄이 인체와 유사한 밀도의 투명 젤 블록 안에서 충돌해 분해되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AK47과 M16는 베트남전에서 각각 베트남군과 미군이 사용한 총으로, 확률적으로 드문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미국의 한 총탄 연구실에서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최근 뉴욕의 제임스 코언(James Cohan) 갤러리에 소속돼 앞으로 더욱 왕성한 활동이 기대된다.
www.the-propeller-group.com




프로펠러 그룹의 아티스트들. 왼쪽부터 푸남, 투안 앤드루 응우옌, 맷 루세로
ⓒ The Propeller Group


에디터안미영 (myahn@noblesse.com)
방소연(대림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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