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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16 CITY NOW

공장 지대, 예술적 색채로 물들다

  • 2016-05-30

언제나 트렌드세터들의 발길이 모여드는 장소는 잘 알려진 곳보다 새롭게 떠오르는 곳이다. 시드니에서는 치펀데일이 그런 지역이다. <아트나우>가 치펀데일의 크고 작은 아트 플레이스를 찾아 떠났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폴 코너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인 스폿 81 갤러리




치펀데일에 방문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 센트럴 파크의 외관

예전에는 삭막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예술적 감성이 가득한 지역. 대도시에서 이만큼 흥미로운 곳이 또 있을까? 시드니의 남쪽에 자리한 치펀데일(Chippendale)은 몇 년 전만 해도 칙칙한 벽돌 건물이 즐비한 맥주 공장 지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며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시드니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손꼽힌다.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느낌이 가득하던 이곳에 생동감이 깃든 이유는 재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리모델링과 신축을 거치며 이색적인 매력을 더하기 시작했기 때문.
치펀데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주상복합 건물인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다. 거대하고 모던한 외관을 식물로 뒤덮은 이 건물은 2013년 말 오픈 직후부터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쇼핑몰에는 다양하고 참신한 컨셉의 숍과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가 자리한다. 시드니의 비즈니스 중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만큼 온통 ‘Green’을 테마로 한 친환경적 공간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센트럴 파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치펀데일의 본래 분위기를 간직한 작은 가게들이 함께 자리한다는 사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는 들어올 수 없으며, 동일한 컨셉의 숍은 함께 입점할 수 없는 등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가 있어 하나하나 독특하고 개성 있는 공간이 즐비하다. 특히 켄싱턴 스트리트(Kensington Street)에는 최근 스파이스 앨리(Spice Alley)라는 미식 골목이 형성돼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아시아 음식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현재 치펀데일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장소다.




갤러리 폼폼의 전시 오픈 행사에서 만난 듀오 아티스트, 제임스 & 엘리노어 에이버리




치펀데일에 나란히 자리한 소규모 갤러리, 갤러리 폼폼과 MOP 입구




스폿 81 갤러리. 작지만 호주 주요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대형 설치 작품이 놓인 캐리지워크스의 전시 공간




19세기 철도 역사를 개조한 매력적인 복합 문화 예술 센터, 캐리지워크스의 외관

동네 분위기가 점차 밝아지고 생기가 돌면서 치펀데일은 예술가들의 아지트로도 급부상했다. 몇 년 사이 꾸준히 늘어나 현재 20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갤러리 덕분에 아트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파란 점 하나가 로고로 찍힌 스폿 81(Spot 81) 갤러리. 2014년 여름 문을 연 뒤 워크숍, 작가와의 만남, 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규모는 작지만 이 갤러리에서 소개한 작가는 버트 플루겔먼(Bert Flugelman), 폴 코너(Paul Connor), 샌드라 리브슨(Sandra Leveson), 그레이엄 쿠오(Graham Kuo), 앤 톰슨(Ann Thomson) 등 호주의 주요 아티스트. 스폿 81의 디렉터 미셸 페리(Michelle Perry)는 치펀데일에 갤러리를 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어떤 곳보다 활기 넘치고 지역 주민과 가까이 자리하는 멋진 장소”라는 찬사로 답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갤러리 폼폼(Galerie Pompom)은 2012년 설립해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현대미술 갤러리. 갤러리 폼폼에 들어선 순간 때마침 새로운 전시 오픈 행사가 진행 중이었고 미디어 아티스트 팀 브루니지스(Tim Bruniges), 듀오로 활동하며 조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제임스 & 엘리노어 에이버리(James and Eleanor Avery) 작가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뮤지션이기도 한 팀 브루니지스는 전시 기간 중 공간과 잘 어울리는 퍼포먼스도 펼칠 계획이라고 했다. 갤러리 폼폼과 나란히 자리한 MOP는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연간 35개의 전시를 기획해 주로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치펀데일 지역에 5년째 자리하며 최근 이곳 아트 신의 놀라운 변화와 함께해온 갤러리다.
갤러리가 모여 있는 길을 지나 발걸음을 옮긴 곳은 복합 문화 예술 센터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다.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치펀데일의 남쪽인 달링턴(Darlington)에 속하지만 도보로 10여 분이면 도착할 만큼 거리가 가깝고 예술적 정취도 매한가지다. 갤러리와 공연장, 카페, 레스토랑 등이 자리한 캐리지워크스는 1880년대에 지은 철도 역사를 개조해 오픈했다. 본래의 철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이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 제법 멋스럽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 드넓은 공간 덕분에 전시장에는 스케일이 큰 설치 작품도 넉넉하게 자리 잡는다.
예술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관람객에게 주는 감동과 희열은 다르다. 공장 지대였던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한 채 아트 플레이스로 새롭게 탄생한 공간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창조력이 더욱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김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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